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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현 Sep 09. 2018

나는 잠시 외로워졌다

보이지 않는 영원


나는 잠시 외로워졌다 



내 첫 소설의 첫 문장은 ‘그녀는 잠시 외로워졌다’로 시작한다. 그녀가 사실은 나 자신이지만, 자전적 소설의 첫 구절로 꽤 괜찮은 구석이 있지 않은가 싶다. 


무대로부터 서투른 대학생 밴드의 합주가 시작되고 그 소리에 몸을 흔들며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는 잠시 외로워진다. 굳어가는 내 표정을 이루 감출 수 없어 고개를 돌린다. 애써 회피하고 마는 것이다. 


그 와중에, 그 와중에 한 친구는 나에게 함께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물론 나의 자유적인 의사는 당위성에 의해 뒤로 미루어진다. 작은 다툼도 이제는 싫어서 고개를 끄덕인다. 


옳고 그름 이전의 나는 없음에도 결국 나의 결정이 되어버렸지만 나의 것이 아닌 이 불편함이 만들어내는 이득을 아직 눈으로 확인하진 못하였다. 그리 이득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도. 


학생들의 풍물이 시작되고 나는 꽹과리가 요동치는 그 공간 속에서 외로움에 갇힌다. 귀는 멀어 누구의 소리도 들리지 않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잠시, 잠시 외로워진다.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나는 삶을 머뭇거리는데도 달라지는 건 그다지 없는 듯해서 일까. 친구들의 연락도 모두 끊기고 단답형의 답문이 아쉬움으로 남는 애수의 밤. 나는 외롭다. 


친한 척 연락을 하던 후배들, 결혼식에만 연락이 오던 선배들, 그들 모두 필요에 의해서 나와 연락이 닿았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불필요한 사람이란 것을 깨닫는다. 


그저 웃어버리는 것이다. 모두 필요에 의해서 사람을 만나야만 하는 것인가. 그 필요라는 단어가 돈과 다르지 않음을 은연중에 느끼고 말 때 나는 잠시 외로워진다. 픽 웃는다. 


학생들이 공연을 끝내고 난 자리에 널브러진 종이들 위로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있다. 필요가 없으면 내팽개쳐지는 종이를 나는 주워 모은다. 


재능을 기부하겠다던, 밝은 세상을 꿈꾸겠다던 학생이 버리고 간 종이들도 차곡차곡 모은다. 헛짓이라며 사람들이 나를 보며 웃는 사이로 나는 그들의 두려움을 본다.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행복해지는 것 아니냐면서 남의 생각을 바꾸려들지 말라고 누군가 나에게 말한다. 입안 가득한 말들을 내뱉고 싶지만 싸우고 싶지 않아서 그저 쓴웃음 지어 보이고는 고개를 돌린다. 


창가에는 서리가 맺혀있다. 누구도 닦아내려 하지는 않는다. ‘열심히’라는 단어가 어디까지의 범위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웃으면서 나의 이야기를 해도 이해하려들지 않는다. 


관심 밖이라는 말 대신 ‘열심히’라는 단어를 내게 던진다. 나는 말문을 막는다. 그들의 ‘열심히’가 내게 던지는 것이 단지 단어만이 아니라 나의 자유로움을 향한 의지마저 부자연스럽다고 하는 것만 같아서. 


신입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울고 웃고 있다. 금방 사발식을 끝내었는지 화장실로 뛰어가고 소리를 친다. 아비규환을 나는 보았다. 그 즐거움도 아닌 괴로움도 아닌 감정들 사이에서 나는 잠시 외로워진다. 


아, 


외로움의 끝은 어디일까. 이 글의 끝에서 ‘나는 잠시 외로워졌다’는 맺음말이 나의 외로움을 묶어두는 것만 같아서, 잠시 외로워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하려던 것이 아니다. 자신이 외로울 때마다 나에게 울부짖던 그 많은 사람들, 그대는 내가 외로울 적에 어디에 있었냐는 말이다. 




채풀잎 에세이 <보이지 않는 영원> 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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