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에바란 말은 이 에반게리온에서
창작자의 머릿속의 상상력이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되면 바로 이영화 일 것 같다.
오버한다라는 요즘 단어인 에바는 사실 에반게리온 약칭인 EVA에서 나왔다.( 저 포스터 장면 정말 에바…)
내 동생은 고등학교당시 만화책을 아무도 모르게 집안 곳곳 2000권 정도 숨겨놓고 있었다.
2000권 정도라고 대충 말하는 이유는 보통 일본만화를 보았는데 시리즈를 모두 모았기 때문이었다.
중고등학교시절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일본에서 반영하고 있던 시기였는데 동생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다 꿰고 있던 소위 오타쿠였다.
동생의 영향으로 나도 당시 에반게리온 티브이 시리즈를 보았는데 심장이 쫄깃하던 전투신과 주인공 신지와 레이 아스카의 관계등이 매력적이었다.
당시 한국은 정식으로 에바 시리즈가 들어오던 시기가 아니었고 일본 만화도 정식 인쇄가 아닌 해적판들이 돌아다니던 때였지만
동생은 어디서 구하는지 그걸 다 구해다가 집에서 보고 있었다. 1997년에 개봉한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영화도 동생이 어찌어찌 구해서 보게 되었다.
그런데 티브이 시리즈를 1편부터 재미있게 보았던 동생과 나는 티브이 시리즈 마지막 편을 보고 멘붕이 왔던 것 같다.
그게 파리의 연인처럼 이 모든 건 주인공 신지의 꿈이었다로 결말이 나버렸고 그 때문에 에바시리즈의 팬들은 감독에게 어마무시하게 욕을 한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게 영화 극장판으로 나온다니 감독의 설욕전일까 기대하면서 동생과 나는 에바시리즈의 제대로 된 엔딩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감독은 끝장을 내버렸다.
전 세계 인류를…
희망적 엔딩 배드엔딩의 나름 해석이 분분하지만
(감독이 인터뷰 중 이제 진짜 다음이 없게 끝내버릴 거라고 했다는 말이 있었다.)
1997년도 내가 보았던 비주얼적인 쇼크와 이야기의 맺음의 방향 중 가장 기괴했던 것 같다.
주인공 신지의 멘털이 붕괴돼 가며 미쳐버리는 신지의 정신을 이미지화 한 부분도 기이했지만
사실 전 세계의 종말을 표현하는 이미지들도 전에 본 적 없는 비주얼이었다.
다만 나중에 에바시리즈 문서들을 읽어보다 일본에는 이런 인류 몰살이나 세상의 종말 엔딩인 만화가 이미 있었다고 한다.
몰살 엔딩의 다른 영화로는 멜랑콜리아라는 영화가 있다.
사람의 상상의 영역은 정신세계와 관련이 있다.
그래서인지 건전하고 건강한 정신은 때로는 견고한 성처럼 단단한 틀을 만들어 낼 때도 있는 것 같다.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은 취약한 정신은 무용할까?
종말과 죽음은 항상 정신을 병약하게 만드는 가장 원초적인 영역인 것 같다.
그러나 성벽 건너에는 죽음과 종말이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는 걸
당장의 안전하고 안락한 집의 소파나 의자에 앉아있다고 해서
앞으로의 알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 우리는 사실 무능할 정도로 모른다.
AI나 기술이 발전하는 모습이 전혀 놀랍지 않은 것은
인류가 처음 불을 사용하고 손으로 돌을 들어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로 발전이나 변화는 계속되어 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계속 무언가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계속될 거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발전에 따른 변화에 무리 가운데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도태되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한다. 과거에만 머무르는 상태가 될까 걱정한다.
노인들이 키오스크 앞에서 구매를 포기하고 돌아가거나 온라인 쇼핑을 경험하지 못하며 살듯이 일종의 과거에 고립되는 모습이 되듯.
주인공 신지는 자신이 무능하고 쓸모없다 여기며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고민하고 고립될까 두려워하는 사춘기 소년이다.
그야말로 취약하고 버려질까, 도태될까 두려워하는 영혼이다. 그에 비해 무미건조한 어른들은 무엇인지 이해도 못하는 인류 재건이라는 이해 못 할 이름으로 인류 종말을 결정하고 무미건조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마지막에 살아남은 건 취약한 신지와 신경질적인 아스카 둘뿐이다.
상대에게 바라는 기준이 높아지는 세상이다. 이제 막 규범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들이대는 잣대도 높고
지켜야 되는 사회적 에티켓들과 기준은 높아지는 반면, 그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요구하는 게 많아지고
사람들은 화가 많아져 집단적인 분노가 엉뚱한 곳으로 표출이 되어 화살이 날아가고
잘못 맞은 사람들은 정말 살이 몸에 꽂히듯 그들의 삶이 끝나기도 하는 세상이다.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이나 현실적인 여건들도 점점 양쪽으로 극단화되는 것 같다.
우리의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우리의 정신세계는 얼마나 발달하고 있는 것일까.
발전이 그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사람의 정신은 발전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시간의 흘러가면서 삶의 모습이 변하는 것을 우리가 발전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사실 지금 내가 질문들에 대한 명확한 답은 나에게 없고 누군가 답을 준다 해도 그것이 절대 값의 답이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1997년 엔드오브에반게리온은 충격적이고 기이하고 새로운 정신의 세계를 조금 이미지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영화 줄거리가 필요한 분은 나무위키 문서를 보시는 걸 추천
https://namu.wiki/w/%EB%A9%9C%EB%9E%91%EC%BD%9C%EB%A6%AC%EC%9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