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인생의 이야기
이 영화를 처음 보고 나서 정말 엉엉 울었던 것 같다.
나는 아이를 둘 키우고 있는데 자식을 낳아본 엄마는 아마 마지막에 좀 마음이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다. (물론 안 그래도 된다. 영화니까.)
포스터도 있는데 책표지를 표지로 넣은 것은 저 책의 표지의 분위기가 참 오묘해서이다.
테드창의 소설이 리뉴얼되면서 세련된 표지로 바뀌었지만 이상하게도 예전 저 표지가 마음에 든다.
저 거울 같은 하늘에 뜬 달 같은 거 그게 혹시 우주선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오히려 외계인이 우주선을 만든다면 저렇게 만들 수도 있겠다 싶었고. (안 보일 듯 보이는 존재 ufo)
영화에서는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압도되는 묵직한 존재를 드러내는 우주선으로 디자인되었지만 그래도 하늘에 두둥 떠있는 거대한 원형(타원? 일수도)이었다.
*스포일러 있음 유의*
주인공인 여자 박사는 우주선을 타고 온 외계인을 만나 그들의 언어를 연구하다 그들의 언어를 알게 되면서 그 언어체계에 의한 사고방식의 능력을 가지게 된다(난 이렇게 이해했다)
그 능력이라는 것은 외계인의 언어가 시작과 끝이 정해지지 않은 원형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선형적인 인간의 시간개념 즉, 과거 현재 미래로 순차적인 시간만을 볼 수 있는 인간의 사고체계에서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시간을 볼 수 있게 되는 능력을 갖게 된다.
사실 인간은 현재밖에 못 본다. 과거는 기억하는 것이다. 미래는 볼 수 없고.
그런데 저렇게 시간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미래까지 본다는 것은
마치 우리가 과거를 기억으로 불러오는 것처럼 미래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다. 미래를 기억하는 느낌이라니.
그래서 시종일관 이 영화가 헷갈렸다.
이 여자는 이혼한 여자인 건지 아이랑 사별하고 우울하게 살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웠는데 영화의 중후반으로 갈수록 엉켜있는 플롯처럼 보인 것은
정말 이 여자주인공이 시간 순서에 상관없이 미래를 떠올리고 있었구나 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모든 엄마라면 너무나 공감했을 그녀의 선택
피하고 싶으나 피하고 싶지 않고 피할 수 없는 엄마가 되기로 하는 선택.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일찍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운명을 알고도 다시 그 선택을 하게 되는.
그녀의 아이를 향한 come back to me라는 대사는 지금 대사를 읊조려도 눈물이 맺힐 것 같다.
남편은 그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어 그녀를 떠나지만
혼자 남는다고 해도 딸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짧게 살고 떠난다고 하더라도 그 삶의 소중함을 엄마가 어떻게 지나쳐 버릴 수 있을까..
하면서도 만약에 나라면 아마도 멘털이 나가버렸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손가락 조금 베이기만 해도 너무 속상하고 아찔한데 말이다…
저 순간은 아마 주인공의 인생 중 가장 행복하고 값진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인생 전체를 볼 수 있었을 테니.
불행 때문에 저 소중한 순간을 삭제할 수 있을까?
인생에서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다.
내가 불행한 것은 행복을 알기 때문이고 내가 행복하다는 건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알기 때문에 깨닫는 것이다.
인생의 길고 짧음은 연수로 계산이 가능한 걸까?
길게 산 인생과 짧게 산 인생을 어떤 기준으로 무게를 달아볼 수 있을까…
43세의 나의 인생은 살아내기 아주 버겁고 초라하고 남루하지만
적어도 4살 9살 아이를 키우는 나에게는 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지금 이 순간이 나의 인생의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