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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트라냥 Jan 03. 2024

낭만을 찾아서

그래서, 낭만이 도대체 뭔데?

요즘 너무 낭만 없이 사는 것 같아. 안 그래?

작년 반 년동안 내 머릿속을 차지했던 키워드. 낭만. 혼잣말 같은 푸념 한 마디에 시작된 낭만 찾아 삼만리 여정. 내 주위는 꿈을 찾아 낭만 있게 사는 것 같은데 정작 나는 회색 도시의 꺼져버린 빛 같았다.


나는 궁금한 단어가 생기면 단어를 쪼개서 분석하는 버릇이 있다. 예를 들면, 재미있는 요소가 없다는 말을 들으면 '그래서 {재미}가 뭐지?'라고 생각할 정도니 말 다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시작된 낭만 타령에도 어김없이 단어 분석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낭만이 도대체 뭔데?

국어사전에 찾아보니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낭만은 이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았다.


浪 물결 랑(낭) + 漫 흩어질 만 = 浪漫(낭만)

물결, 파도, 함부로의 뜻을 지닌 '낭'과 흩어지다, 질펀하다, 방종하다, 제멋대로 하고 거리낌 없다의 뜻을 지닌 '만'이 만났다.

물결처럼 흩어지고 파도처럼 너울거리고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흐르는 것

흐르는 성질, 유연한 것, 힘에 부러지지 않고 일렁이는 것


대충 감이 왔다. 정체되어 있으면 안 되고 딱딱하지 않은 것. 정형화된 사각형 속에 있는 사람이 아닌 액체와 같은 것. 그게 낭만인 것 같다. 단어를 쪼개며 생각하다 보니 낭만은 딱 부러지는 정의는 어렵지만 특유의 느낌으로 더 잘 표현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낭만을 찾고야 말겠다며 낭만뽕에 차올라 매일 아침 출근길에 듣던 플레이리스트들.

내가 생각했을 때 낭만을 가장 잘 표현한 노래들로 리스트업을 해보았다. 이 노래들의 특징은 듣는 순간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 같고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 이상향을 향해 지치지 않고 나아간다. 낭만 플리의 노래들에선 세상을 비관이 아닌 순수함과 호기심으로 대한다.


낭만은 로마로부터?

이번엔 한자 사전에 찾아보았다. 낭만은 로망(roman)을 일본 음으로 적은 한자어라고 한다.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망(roman), 로맨스(romance)는 로마를 의미하는 단어들인데, 어째서 이 단어들이 낭만을 뜻하는 단어가 되었는지.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영어 사전에서 내가 주목한 의미는 Romance의 [3.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된) 모험담을 들려주다, (이야기를) 신나게/ 그럴듯하게 하다]와 Roman의 [2. 이야기, 장편소설]이다. 깊지 않은 지식으로 생각해 보면, 옛 유렵의 이야기들이 라틴어로 많이 작성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흥하던 시대의 로마, 그 시절에 있었던 각종 무용담과 이야기들에서 온 것이 아닐까 싶다. 기사도 정신, 도전하는 삶, 현실에는 있을 것 같지 않은 꿈만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돈키호테, 피터팬, 어린 왕자 같이.

 

그래서, 낭만을 찾았냐고?

roman에서 유래된 뜻보다 浪 물결 랑(낭) + 漫 흩어질 만 = 浪漫(낭만)이 좀 더 나의 마음을 뛰게 만든다. 나는 니체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가 말한 춤추며 사는 삶과 낭만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무겁지 않고 가볍게

흔들림을 온전히 느끼고

대지 위를 발로 딛고 서 맞이하는 삶

흔들림 속에서 줄 타는 광대가 되는 것

발 디딜 곳 하나 없는 하늘이 아닌 땅에 두 발을 내려 삶을 온전히 마주하는 것


내 인생에 있어 낭만을 찾았냐고 물어본다면 아직 찾지 못한 것 같다. 아직도 여전히 무거운 짐을 이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2023년은 생존을 위한 한 해였다면 2024년에는 낭만을 찾아가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 좀 더 가볍게! 좀 더 자유롭게! 낭만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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