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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섹스

5부


사람들이 바라는 것과 실제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러니 사람들의 말을 무턱대고 믿지는 말아라.

- 선생님의 말씀 중에서






남자에게 소외되지 않기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을 정리해보니, 내 머릿속은 여자를 성적인 먹이로 여기는 남자들에 대한 분노와 겨우 몇 달 뒤로 다가온 졸업 뒤의 미래에 대한 걱정 등, 매우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생각들이 마구 뒤섞여있었다.


‘딱히 미래에 대한 꿈도 없던 데다, 이렇듯 머릿속이 잔뜩 복잡하다보니 적당히 도피할 곳이나 찾으려 내가 오르가즘에 관심이 없는 여자들을 연구하려고 했던 거였구나.’


그때야 내가 갑자기 대학원을 희망하게 된 진짜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그래서 먼저 머릿속부터 정리하자고 생각하면서 또다시 그 온갖 잡동사니들을 새하얀 노트 위에 틈나는 대로, 되는 대로 마구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나흘쯤 지났을까?


머릿속이 어느 정도 정리된 듯, 그저 한낱 잡동사니만 같던 몇 가지 생각이 점점 뚜렷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1. 나를 비롯한 여자에 대한 남자들의 흔한 생각을 바꾸려면 가장먼저 여자들이 바뀌어야한다.


2. 그러려면 여자들이 오르가즘의 중요성을 알아야한다.


3. 다시 그러려면 모든 여자들이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어야한다.


그러자 가장먼저 자신은 불감증이라고 말하던 여자들이 기억났다.


‘불감증인 여자들이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다면 당연히 다른 여자들도 실컷 느낄 수 있겠지’


더구나 대략 45%나 된다는 불감증인 여자들이 오르가즘을 느낄 수만 있다면 곧 모든 여자들이 실컷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이어 들었는데, 이렇게 생각이 정리되자 그저 막연하기만 하던 미래에 대한 계획은 점점 더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그래, 대학원에 가서 불감증인 여자들을 고칠 수 있는 모든 심리학적인 방법을 찾아보자’


잔뜩 들뜬 나는 그날부터 부랴부랴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드디어 아주대학교 교육대학원에 있는 심리치료학과에 입학하였다.


이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마음껏 오르가즘을 느끼게 만들겠다는 한껏 부푼 꿈을 안고.







하필이면 오르가즘


“하필이면 왜 오르가즘을?”


불감증 치료 등, 내가 여자의 오르가즘에 대하여 연구하고 싶어 대학원에 왔다고 이야기했을 때도 몹시 흥미로워하는 사람들도 있던 반면, 사뭇 꺼림칙한 표정을 짓는 여자들도 있었다.


동기들을 포함하여 같은 심리치료학과 대학원생들 중에는 물론, 심지어 교수님들 중에도.


‘어떻게 교수님들까지 저런 반응일 수 있지? 교수님이라면 당연히 모든 학생들을 포용해야하지 않나?’


사실, 교수님들까지 그런 표정이었을 때는 적지 않게 당황되기도 했는데, 그래서 몇 번인가 내가 여자의 오르가즘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모두에게 자세하게 설명할까 생각도 했었다.


막연하게 ‘설명을 들으면 다들 이해하실 거야’ 생각하면서.


하지만 결국 나는 곧 포기하고 말았다.


모두 설명하기에는 그동안의 사연이 너무 많고 복잡했던 데다, 그때마다 남에게 이해를 구걸하지는 말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났기에.


“대학원에 들어가면 자네의 꿈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게 될 텐데, 그들이 자네를 이해해주면 감사하게 여기고, 이해를 안 해주면 당연하게 여겨. 사람들이 각자 자기의 삶을 살기 바쁘건만, 어떻게 자네의 말을 모두 들어주고, 온전하게 자네의 속내를 이해할 수 있겠나?”


더구나 그때는 이미 오르가즘에는 관심이 없는 여자들에게 충분히 익숙해져있던 데다, 적지 않게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성에 대한 연구를 하는 여자는 매우 적은데, 반가워요.”


그렇다보니 곧 덤덤해질 수 있었는데, 그 뒤로 누구인가 비슷하게 반응하면 나는 더욱 당당하게 내 꿈을 이야기했고, 더욱 열심히 오르가즘의 중요성을 말했다.


때와 장소에 따라서, 그리고 상대에 따라서 표현은 달리했지만, 여자도 반드시 오르가즘을 느껴야한다고.


마치, 오르가즘 전도사라도 되었다는 듯이.


하지만 나는 오래지 않아 여자의 오르가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장벽과의 만남


대학원에 다니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 중 나를 가장 당황하게 만들었던 사람들은 남자의 성에는커녕 자신의 성에도 관심이 없는 여자들이었다.


“뒷물은 목욕할 때만 잠깐 할 뿐, 평소에는 안 해”


혹은, “거울로 자신의 성기를 관찰하라고? 왜?” 등등으로 말하던.


이렇듯 자신의 성에도 관심이 없던 여자는 미혼여성들 중에는 물론, 날마다 남편, 즉, 남자의 성과 마주쳐야하는 기혼여성들 중에도 있었는데, 그런 여자와 마주칠 때면 입이 저절로 다물어졌다.


‘어떻게 오르가즘은커녕 자신의 성에도 관심이 없을 수 있지? 저러면서 어떻게 연애를 하고, 결혼생활을 할 수 있지?’


더구나 다들 어찌나 당당하던지.


쉽게 풀어서, 남자와 어울려 사는 데에, 남자와의 섹스에 익숙해지려면 가장먼저 자신의 성에 익숙해져야한다고 설명했을 때도 그녀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외계인의 말이라도 들었다는 듯이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기만 했는데, 적지 않게 노골적으로 내 말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여자들도 있었다.


“왜 그런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됐어?”


‘이상한 생각이라니?’


그녀들의 반응은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처음에는 그런 여자가 겨우 몇 명뿐인 듯싶어 잠깐 깜짝 놀라기만 했다.


그저 ‘자신의 성에도 관심이 없는 여자들이 있구나.’ 생각하면서.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성에 관심이 없는 여자는 점점 더 많이 내 앞에 나타났고,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마구 몰려들었다.


마치, 소문이라도 들었다는 듯이.


‘자신의 성에 관심이 없는 여자가 이렇게나 많았나?’


뿐만 아니라, 그중에는 자신의 성기에 잔뜩 거부감이 있는 여자도 많이 있었는데,


그런 여자들을 볼 때면 도무지 넘을 수 없는 장벽을 만난 듯 숨이 턱턱 막혔다.


‘어떻게 자신의 성기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지?’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읽은 어느 외국에서 발표된 여성 오르가즘이 주제인 한 논문에는 자신의 성기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여자들은 심지어 섹스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여자도 많은 등, 전반적으로 성적인 만족도가 낮다고 적혀있었다.







익숙함의 차이


남동생에게도 확인한 적이 있는데, 남자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늙어 죽을 때까지 소변을 배출하기 위해서라도 하루에 반드시 여러 번을 자신의 성기를 살펴보고 만진다고 한다.


그 반면, 여자들 중에는 성인이 될 때까지는 물론, 그 뒤에도 자신의 성기를 단 한 번도 살펴보거나 만진 적이 없는 여자가 많이 있었다.


둘에 대하여 알게 된 내용을 정리하다보니, 남자들은 자신의 성은 물론, 동성의 성에도 익숙한 반면, 여자들 중에는 자신의 성에도 익숙하지 못한 여자가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때 무엇인가 저 멀리에서 아주 희미하게 보이는 듯했다.


남녀에게는 성에 대한 익숙함에도 차이가 있다는 사실과, 여자들 중에는 자신의 성기에 잔뜩 거부감을 느끼는 여자가 결코 적지 않게 있다는 사실, 또, 외국에서 발표된 한 논물을 통하여, 자신의 성기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여자들은 성적인 만족도가 낮다는 사실을 서로 연결해서 정리하다보니 점점 자신의 성에 익숙한 정도와 섹스를 포함한 성에 대한 반응은 연관이 있으리라고 생각되었으니.


‘자신의 성에 익숙하다면 섹스 등의 성에도 쉽게 익숙해질 수 있겠지? 그렇다면 남자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의 성과 동성의 성에 잔뜩 익숙하다보니 나아가 여자의 성기와 섹스에 관심이 많은 반면, 여자들은 그렇지 못하다보니 남자만큼 섹스나 오르가즘에 관심이 없나?’


하지만 아쉽게도 자신의 성에 익숙한 정도와 성에 대한 반응의 차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알아낼 수 없었다.


왜냐하면, 조사대상도 고르기 어려웠던 데다, 막상 남자들도 자신이 성에 관심이 많은 정확한 이유를 몰랐고,


또, 자신의 성에 익숙해지는 데에 거부감을 드러낸 여자도 많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더 이상의 조사가 어려웠기에.


‘내 상상력이 너무 지나쳤나?’


더구나 답답한 마음에 또 선생님한테 물었지만, 이번에는 애매하게 대꾸하셨다.


“남자들이 자신의 성에 익숙해진 뒤에 동성의 성에 익숙해지고, 그 뒤에는 이성, 즉, 여자의 성에 호기심과 관심을 갖는 것은 사실이야. 그렇다고 반드시 자네의 추측이 정확하다고는 말할 수 없네. 자신의 성에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섹스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인 여자들도 분명히 있거든”







조각 모으기


언제인가 선생님께, 신체구조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여자는 자신과 동성의 성에 대하여 남자만큼 익숙해질 수 없다고 들었을 때는 사실 적지 않게 언짢았었다.


왜냐하면, 그 말씀이 여자는 남자와는 성적으로 결코 대등할 수 없다는 뜻으로만 들렸기에.


‘그럼 여자는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하더라도 무조건 남자에게 순종해야한다는 거야?’


그런데 대학원을 다니면서 오르가즘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던 나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던 여자들을 만날 때면 선생님의 말씀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여자는 같은 여자의 성에도 익숙하지 못하구나. 한 번의 섹스에서 심지어 수십 번 이상 연거푸 오르가즘을 느끼는 여자들도 있다는데, 어쩌면 저토록 같은 여자의 오르가즘에 무지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나 역시 그런 여자들 중 한 명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즉, 나는 어떤 여자와도 쉽게 성적인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동성인 다른 여자들의 성에도 익숙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물론, 그 뒤에도 여전히 자신의 성기를 살펴보거나 만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여자가 적지 않게 있음을 알았을 때야 비로소 나도 같은 여자의 성에도 익숙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그러자 갑자기 마구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남자들이야 서로에 대하여 대략이라도 알고 있으니 성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등, 성적인 교류를 할 수 있다지만, 저런 여자가 적지 않게 있다는 사실도 이제 겨우 알게 되었을 만큼 동성에게 무지한 내가 어떻게 다른 여자들과 성적인 교류를 할 수 있을까?’


뒤이어,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남의 눈치를 살필 만큼 성 자체에 무지했던 내가 그 사이에 내가 몹시 교만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가 내가 이렇게 됐지?’


문득, 이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짙은 안개 속으로 숨어버리는 듯싶었는데, 그 뒤 며칠이 지나도록 도무지 그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에 또 선생님을 찾아가 마구 투정을 부렸다.







여자에게 필요한 것


"처음 자네가 대학원에 들어가 여자의 오르가즘을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도 살짝 설명했는데, 여자들 중에는 심지어 자신의 성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를 만큼 성에 무지렁이인 여자가 엄청나게 많아.


즉, 성의 가장 기본조차 모르는 여자도 매우 많이 있다고.


이런 여자들에게 오르가즘을 말하는 것은 아직 1+1도 모르는 사람에게 미적분을 설명하는 것과 같지.


왜냐하면, 자네도 알다시피, 그중에는 오르가즘이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여자가 엄청나게 많이 있거든.


그렇다고 성에 무지렁이인 여자들은 오르가즘을 느낄 수 없다는 말은 결코 아냐.


그런 여자들이라도 누구인가 잘 지도하면 얼마든지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으니.


하지만 1+1도 모르는 사람은 미적분의 중요성을 알 수 없듯이, 성에 무지렁이인 여자가 오르가즘의 중요성을 알기는 거의 불가능해.


그러니 자네가 여자의 오르가즘에 대하여 연구하려면 이런 무지렁이 여자들에게 오르가즘을 어떻게 설명할지도 함께 연구해야했지.


그런데 자네는 주로 여자가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는 방법에만 몰두하더군.


물론, 자네가 연구하는 내용이 오르가즘을 느끼고 싶어 하는 여자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거야.


그렇다면 자네는 대학원에 다니는 동안에 오르가즘을 느끼고 싶어 하는 여자, 즉, 자네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자를 얼마나 만났나?


자네는 몇 명 있는 듯 이야기했지만, 내가 지난 2년 동안 자네에게 주로 들었던 이야기는 자신의 성에도 관심 없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였거든.


그러면서도 자네는 오직 여자가 오르가즘을 느끼는 방법에만 관심을 갖더군.


쉽게 말해서, 자네가 그동안 만났던 여자들은 주로 자네에게 ‘오르가즘이 나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해봐’ 말하고 있는데, 자네는 그녀들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렇게 하면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어’ 말하더라고.


여성 오르가즘 연구를 위해 대학원에 갔으니 자네가 그렇게 대꾸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겠지.


그러나 단지 연구하는 데에 그치고 싶지 않다면, 성에 무지렁이인 여자들에게도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면 오르가즘을 어떻게 설명할지도 생각해보게."







다시 일어나기


솔직히, 언제부터인가 나는 막연하게 오르가즘을 느끼는 방법을 알아내기만 하면 오르가즘을 느끼고 싶어 하는 이 세상의 수많은 여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돈을 한 다발씩 싸들고 우르르 몰려올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했었다.


‘그러면 나도 떼돈을 벌 수 있겠지’


아니, 최소한 어느 정도의 여자들은 나에게 손을 내밀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호기심에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만 이따금씩 한 명, 두 명 있었을 뿐, 주로 성에는 무지렁이인 여자들에게 시달렸는데, 그러니 선생님의 말씀대로, 그런 여자들에게 오르가즘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훨씬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렇게 하면 그다지 힘들지 않게 먹고 살 수는 있을 듯싶었으니.


그러나 여러 날 동안 생각을 아무리 정리해도 선생님의 말씀대로 하기는 도무지 내키지 않았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말씀하신 영역은 정확하게는 성교육이라는 영역이었기에.


‘우리나라에만 해도 성교육 강사가 얼마나 많은데, 나까지 성교육 강사를 해?’


더구나 유치원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가르쳐야하는 등 성교육은 영역이 엄청나게 넓었고, 새롭게 공부해야할 분야도 엄청나게 많았다.


‘이제부터 시작해도 또 최소한 몇 년은 공부해야겠지’


생각만 해도 눈앞이 캄캄해졌는데, 그에 앞서, 성교육을 또 공부하려면 이제까지 힘들게 연구한 오르가즘에 관한 모든 것들을 최소한 한동안은 저만치 치워둬야 했다.


때로는 엄청난 역겨움까지 감당하면서 연구했건만.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당분간이라도 여자의 오르가즘을 포기해? 그렇게 하느니 차라리 돈을 포기하자. 연구도 열심히 하고, 논문도 열심히 발표하다보면 언제인가는 인정받겠지.’


마음을 대충 정리한 나는 어느덧 다가온 대학원 졸업을 위해 미국 등 해외에서 발표된 여자의 오르가즘에 관한 다양한 논문들을 읽어보는 등 차근차근 대학원 졸업논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왜 그런 말씀을 하셔서 그렇지 않아도 바쁜 나를 헛갈리게 하셨을까?’ 생각하면서.








못 느끼는 이유


대학원에서 오르가즘에 대한 조사를 하다가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오르가즘을 못 느끼는 여자들은 자위나 섹스를 할 때의 집중력이 매우 약하다는 것이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다들 자위나 섹스 도중 자꾸 다른 생각에 사로잡힌다고 말했으니.


“자위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불쑥 ‘엄마는 밖에서 고생하시는데 나는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생각이 들어요. 그 뒤부터는 죄책감에 도저히 더 이상 자위를 계속하지 못하겠더라고요.”(26살의 여성)


그렇다보니 그중에는 자위나 섹스를 흐지부지 끝낸다는 여자도 결코 적지 않게 있었다.


“저는 성감대가 많이 예민해서 자주 뭔가 느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 번 다른 생각을 하게 되면 도무지 더 이상은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번번이 그냥 끝내버리죠.”(27살의 여성)


또, 섹스에서 오르가즘을 한 번 느낀다는 여자들 역시 집중력은 강하지 않았다.


‘바로 집중력이 문제였군.’


그런 말들을 들으면서 자위나 섹스를 할 때의 집중력만 강하게 만들면 그녀들도 쉽게 실컷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 생각이 되었는데, 그래서 그 뒤로는 여자가 자위나 섹스를 할 때의 집중력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 성적인 집중력, 즉, 자위나 섹스를 할 때의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집중력을 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다보니, 언제인가 들었던, 사람은 심리적으로 안정됐을 때 가장 잘 집중할 수 있다는 말이 기억났기에.


‘그렇다면 이제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방법만 찾으면 되겠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졸업논문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갑자기 엉뚱한 소식이 들려왔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수없이 말했을 때도 아무런 논란이 없던 여자의 오르가즘에 대한 연구인 내 졸업논문 주제가 대학원생이 선택할 수 있는 주제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그 때문에 또 얼마나 속을 썩였던지.


그런데 그때부터 선생님의 유혹은 거의 날마다 이어졌다.







선생님의 유혹 1


"내 말을 자꾸만 오해하는 듯싶은데, 내가 자네에게 성교육 강사가 되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야.


여직 자네가 엄청나게 많은 고생을 하면서 공부하고 연구했다는 것을 빤히 알고 있는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나?


그런데 이제까지 여성 오르가즘에 대하여 연구하면서 자네는 수많은 사람들의 말을 들었고, 그 과정을 통하여 섹스나 오르가즘뿐만 아니라, 성과 이성에 대한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봤으며, 또, 마음을 봤어.


즉, 이성과 성에 관한 인식 등, 수많은 사람들의 성심리를 알게 됐다고.


그렇다고 해서, 자네가 모든 사람들의 성심리를 알게 됐다는 말은 결코 아니야.


동성애 욕구나 S.M. 욕구, 혹은, 여장 욕구 등 자네가 아직까지 모르는 사람들의 이상 성심리, 즉, 비정상적인 성심리가 매우 많이 있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가장 기본된 성심리는 누구보다도 자네가 가장 많이 알게 됐을 듯싶은데, 그런 자네가 여성 오르가즘에만 자꾸 얽매이는 것은 너무 안타깝군.


왜냐하면, 성 전체 중 여성 오르가즘은 극히 일부의 아주 편협한 영역이거든.


물론, 그것을 연구하려고 대학원에 들어갔으니, 더구나 자네도 여자이기에 여성 오르가즘은 매우 중요하겠지.


그러나 자네도 알고 있다시피, 여자를 섹스에서 소외시키는 남자가 흔한 이유나 오르가즘에 관심이 없는 여자가 많은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이성이나 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왜곡되어있기 때문이야.


또, 가장먼저 바로 거기에서 남자와 여자의 성적인 마찰이 시작되었고, 심리적인 갈등이 시작되었어.


그렇다보니 실제로 사람들에게 가장먼저 필요한 것은 이성과 성에 대한 올바른 정보라고 말할 수 있지.


자네라면 사람들에게 그것을 누구보다 잘 설명할 수 있을 거야.


그래서 내가 자꾸 여성 오르가즘에만 너무 얽매이지 말고, 성심리라는 훨씬 넓은 영역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말하는 거지.


여성 오르가즘에 관한 논문은 나중에 박사과정에서 쓰거나 박사가 된 뒤에 써도 안 늦잖아?"







선생님의 유혹 2


"동성애자인 남자라면 동성, 즉, 자신과 같은 남자와 섹스를 하고 싶어 할 거야.


반면, 이성애자인 남자라면 당연히 이성인 여자와 섹스를 하고 싶어 하겠지.


그렇다면 이성애자인 남자가 여자에게 섹스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는 말할 수 없을 거야.


또, 여자에게 섹스를 요구한다는 것은 곧 이성애자 남자라는 증거라고 말할 수도 있지.


그런데 여자들 중에는 성에 대하여 잔뜩 왜곡된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남자가 자신에게 섹스를 요구하는 것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여자들도 있고, 심지어 몹시 부당하다고 여기는 여자들도 있어.


즉, 남자가 자신에게 섹스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이.


뿐만 아니라, 그중에는 남자에게 ‘그 짓을 할 궁리만 한다.’ 등으로 잔뜩 면박을 주는 여자들도 있지.


이성애자인 남자가 여자에게 섹스를 요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매우 당연한데도.


남편의 요구를 무턱대고 거부하는 아내들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될 듯싶은데, 그렇게 된 데에는 물론 남자들의 책임도 있을 거야.


앞서 말한 적이 있듯이, 여자를 성적인 먹이로만 여긴다는 남자들처럼, 여자에게 섹스의 맛을 가르쳐주지도 않은 채 무턱대고 요구만 하는 남자도 엄청나게 많이 있으니.


하지만 그에 앞서, 남자의 요구 자체가 부당하거나 잘못된 것은 분명 아니거든.


특히, 부부의 경우에는 더욱.


왜냐하면, 분명히 성생활도 결혼생활의 일부이니까.


그러니 이유가 무엇이든지 상관없이, 남자의 몹시 당연한 요구를 못 받아준다면 가끔은 미안함을 느낄 수도 있겠건만, 성에 대한 생각이 잔뜩 왜곡된 여자들은 오히려 남자를 향해서 잔뜩 눈을 치켜뜨고는 심지어 ‘섹스나 하려고 결혼한 것은 아니다’ 등으로 투덜대지.


이 때문에 또 수많은 사람들이 불행한 성생활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러나 이렇듯 마구 왜곡된 성의식을 갖고 있는 여자들의 생각을 바로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아직 아무도 없어.


자네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듯싶으니 생각을 좀 바꿔보지 않겠나?"







버림의 미학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매달려도 여전히 철옹성이던 학교.


‘처음부터 셀 수 없을 만큼 여성 오르가즘을 연구하기 위해 대학원에 들어왔다고 말했건만, 이제까지 아무 말도 없다가 갑자기 그 주제로는 논문을 쓸 수 없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그런 학교에 마구 화가 났고, 뒤이어 허무하다는 생각이 몰려왔다.


‘그동안 갖다 바친 돈이 얼마인데. 허무하다, 진짜 허무해’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 앞을 막아선 엄청난 크기의 시커먼 장벽만 같던 학교에 나는 점점 지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조금씩 무너져갔다.


‘......’


그리고 이어진 여러 날 동안의 무기력감.


‘그렇다면 이제부터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런데 그때도 나를 걱정하는 척 다른 길로 가라고 말씀하시던 얄미운 선생님의 설득은 계속되었다.


“자네가 자꾸 잔뜩 커진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편협한 영역에 머무르려고 하니 하늘이 억지로 더 큰 세상으로 내보내려나 보다. 그러니 자네에게 어울리는 더 큰 세상, 즉, 성심리라는 세상으로 나아가”


하지만 선생님의 말씀대로 한다는 것도 그때의 나에게는 도무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고통이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힘들게 모은 여성 오르가즘에 대한 모든 자료를 저쪽 구석으로 치워 버려야한다는 생각만 해도 꾸역꾸역 눈물이 났으니.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늘 더 크고 좋은 것을 얻으려고 노력해야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먼저 지금 갖고 있는 것을 버려야하지. 아주 적극적으로 버려야해 지금 갖고 있는 것에 자꾸만 얽매이면 결코 더 크고 좋은 것을 얻을 수 없거든, 뿐만 아니라, 그것이 눈앞에 나타나도 알아볼 수 없지.”


그러나 위로하기보다는 무기력하게 멀거니 눈물만 흘리던 나에게 선생님은 더욱 단호하라고 채근하셨는데, 그래도 여전히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던 나는 방구석에 쭈그려 앉아 다시 노트를 펼쳤고, 내키는 대로 새하얀 노트에 거친 욕부터 마구 퍼 담기 시작했다.


‘시팔! 시팔! 시팔!’







새로운 선택


얼마나 학교에 대한 원망과 분노, 또, 하고 싶었던 일을 못하게 됐다는 억울함과 서러움을 쏟아냈을까?

조금씩 욕이 잦아들었고, 함께 눈물도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래, 울고 있을 수만은 없지’


그리고 그때부터 선생님의 말씀대로, 나는 이제까지 갖고 있던 것들을 주섬주섬 하나씩하나씩 버리기 시작했다.


여성 오르가즘뿐 아니라, 그 기억이 배어있는 옷 등의 당장 필요하지 않은 모든 잡다한 것들과, 막연하게 ‘언제인가 쓸 때가 있겠지’ 생각하면서 아껴두었던 모든 것들까지.


하지만 버리기는 왜 또 그렇게 어렵고 괴롭던지.


하나하나 버리자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막상 버린 뒤에까지 그친 듯싶던 눈물이 계속해서 솟구쳤고, 그때마다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뻥뻥 뚫리는 것만 같았는데, 그래도 버리지 않는다면 더욱 괴로울 듯싶어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훔치면서 억지로 하나씩하나씩 내 몸과 마음에서 떼어냈다.


그러나 심지어 몹시 아끼던 것들마저 모두 버리고 나니 이상하게 홀가분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심지어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버렸을 텐데’ 생각될 만큼.


며칠 만에 언제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냐는 듯 완전히 달라진 나는, 다시 노트를 붙잡고 어느덧 바짝 다가온 대학원 졸업 뒤의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떻게 하지?’


그런데 “모두 버리면 진짜 필요한 더 크고 좋은 것이 스스로 드러날 거다”라던 선생님의 말씀은 어찌나 정확하던지.


노트를 펼치자 내 머릿속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이제까지 전혀 생각한 적이 없던 사람들의 성심리에 관한 엄청나게 많은 생각이 정리도 안 된 채 정신을 못 차릴 만큼 마구 튀어나왔고, 그것들을 한참 정리한 뒤에야 겨우 나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알 수 있었다.


먼저, 한국성심리교육센터라고 사람들의 성심리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기관을 하나 만들자.’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최고 성심리전문가 홍희정의 
국내 유일의 심리기반 
() 전문 교육  상담 기관






대한민국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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