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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슨금 Mar 12. 2024

봄인데 집에서 새싹채소나 키워 먹어볼까

마이크로그린(micro greens) 클래스 in London

개인적으로 영국에서 좋아하는 패션브랜드 TOAST에서 'container planting&micro greens' 원데이 클래스를 열었다. 가격도 크게 비싸지 않아 냉큼 예약해서 다녀왔다. 강사 claire ratinon은 organic food grower & writer이다. <how to grow your dinner without leaving the house>라는 책의 저자다.


영국은 정원의 나라다. 대부분의 영국 사람들은 정원 딸린 집에 사는 걸 선호한다. 하지만 런던같이 집세가 높은 지역에서는 정원은커녕 테라스조차 없는 플랏(flat, 우리나라의 아파트와 유사)에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정원을 포기할 수 없으니 실내에서 키워먹을 방법까지 궁리하는 거 아닐까.

claire가 샘플 예시로 보여주려고 키워온 허브와 새싹채소들이다. 로즈메리, 타임, 레몬버베나, 레몬밤, 오레가노, 민트 등 딱 봐도 푸릇푸릇하게 잘 자랐다. 봄이라 이제부터는 뭘 심어도 자연적으로 생장하는 시기기 때문에 똥손인 나도 배우면 잘 키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사실 기대와 달리 수업 이후에 직접 흙과 씨앗을 구매해 심은 새싹채소들은 잘 자라지 않았다. 흙이 달라져서인 걸까, 새싹채소로 기르기에 적합하지 않은 걸 골랐나, 물을 너무 많이 혹은 적게 줬나. 오만 생각이 다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해 보다 보면 요령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혹시 집에서 새싹채소 길러 드시는 분이 제 글을 읽으신다면 댓글로 조언이나 팁 부탁드립니다!


먼저 개략적인 설명을 들은 뒤 부직포 같은 소재의 화분에 흙과 자갈을 적절히 섞어 담고 식물들을 심어주었다. 일반적인 화분은 뿌리가 벽에 닿을 때까지 자란 경우 더 뻗어나가지 못하는데, 이 화분은 화분 사이로 뚫고 자잘한 뿌리를 더 뻗을 수 있어 좋다고 한다. 가볍고 자연분해되는 소재라는 것도 장점이다.

완전히 클 때까지 키우지 않고 새싹인 상태로 수확해 먹는 걸 영어로 'micro greens'라고 한다. 이 3가지 씨앗들 중에서는 mizuna가 가장 먼저 발아하고 잘 자랐고 coriander 고수가 가장 느렸다. 아예 안 나올 것 같더니만 일주일 가까이 지나 어쨌든 싹이 돋아났다. 새싹임에도 고수의 맛이 확실히 느껴지는 게 신기했다.

겨자와 해바라기 완두콩은 모두 잘 자라주었다. 다만 완두콩을 너무 욕심내어 빽빽이 심었더니 밑에 눌린 씨앗은 발아를 하지 못했다. 씨앗 자체도 큼직한 편이다 보니 어느 정도 씨앗끼리 거리를 두고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거실 테이블에 놓고 보살피다가 햇볕이 부족해 보여 창문 근처로 옮겨보기도 했다. 해의 방향에 따라 새싹들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린다. 아침저녁으로 트레이를 돌려 심하게 기울지 않도록 살폈다. 아무래도 실내라 바람도 안 불고 해가 부족해서 그런지 줄기가 얇고 비실비실하다. 수확할 수 있을 정도로 자라는 덴 2주 정도 걸렸다. 제조업체에서 튼실하게 잘 키워낸 새싹채소들 마트에서 다 파는데 나는 왜 사서 고생을 하려는 걸까. 매일같이 부쩍 자라나는 모습을 관찰하는 즐거움을 알아버려서다. 흙을 트레이에 담고 씨앗을 골라 물을 주며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길이 닿은 식재료의 뿌듯함을 포기할 수 없어서다.

첫 수확이었던 완두콩 새싹채소 한 줄기를 입 안에 넣고 와그작와그작 씹으며 그 맛을 음미해 보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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