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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슨금 Sep 26. 2023

영국 런던 카부츠세일 구경

Queensmead Giant Car Boot Sale Calver’s

길가의 화분과 해바라기

나와 남편은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한다. 이 날도 Car boot sale 구경 가기 위해 아침부터 나와 1시간 정도를 걸었다. 영국은 동네를 걷다 보면 잘 가꾼 정원마다 색색의 꽃들을 구경할 수 있다. 정원사가 꾸며놓은 듯한 근사한 정원도 길을 멈추게 하지만, 이번엔 '이것도 정원이 될 수 있구나-' 싶어 길을 멈추었다. 담장 위의 화분에 심어놓은 꽃들이 별다른 특징 없는 건물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리고 또 걷다가 샛노란 해바라기 한 송이도 만났다. 아주 활짝 피었다. 이런 순간들만으로도 걸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제 벌써 가을이 오고 있다. 연일 내리는 비에 꽃들이 자취를 감추기 전에 더 자주 걸어야겠다.


Queensmead Giant Car Boot Sale Calver’s

오랜만에 방문한 Car boot sale인 만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셀러들만 있지 않고 빈티지한 분위기의 햄버거 푸드트럭도 있었다. 구경하다가 눈길이 가는 오렌지 색상의 차량이 있어 한 컷 찍었다.


이곳에는 정말 별의별 사람들이 많다. 셀러 중에 영국에 오래 산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일본인 부부가 있었다. 집안의 물건을 정리하려는지 고작 10센트에서 50센트에 책과 물건들을 내놓아서 부담 없이 몇 개 구매했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정리도 할 겸 나와서 콧바람도 쐬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눌 겸 놀러 나온 분위기였다. 아예 화장품이나 축구 유니폼 같이 기성 새 제품들을 가져와 파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런 건 재미없다. 중고 벼룩시장의 묘미는 역시 진짜 집에 있는 걸 가지고 나온 사람들이다. 제대로 펼쳐놓지 않고 박스에 쌓여있는 경우도 있는데, 남편이 박스를 뒤지다가 우리의 관심사인 위스키 관련 용품을 찾았다. 게다가 무척 저렴하다. 보물을 찾아낸 듯한 느낌이었다.


한 셀러는 잼을 다 먹고 닦아 모아놓은 미니 잼병을 팔고 있었는데, 그걸 전부 다 사는 사람이 있어 놀랐다. 아마도 잼 같은 걸 만들어서 지인들에게 선물하려고 해서 많이 필요했는데 마침 파는 사람이 있었던 거다. 우연의 일치다. 'one person's trash another man's treasure.'(한 사람의 쓰레기는 다른 사람의 보물이다)라는 관용구가 있는데 이 상황에 딱 맞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영국 사람들은 비스킷 먹고 남은 틴케이스도 버리지 않고 있다가 벼룩시장에 가져와 파는 걸 보면 뭐든 못 팔 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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