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녹슨금 Sep 22. 2023

두 달 만에 오래된 캐논 디지털카메라를 다시 꺼내 들다

일상의 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하기 위하여


2023/07/16 런던 시내 구경


영국에 올 때 나름 심사숙고해서 꼭 필요한 짐만 챙겨 오려고 했는데, 막상 와보니 잘 쓰지 않는 걸 가져오고 꼭 필요한 걸 안 가져왔더라. 막상 와보니 잘 쓰지 않는 것 중 하나가 Canon 2000IS, 아마 2000년에 나온 제품 같은데, 부모님이 쓰시던 디지털카메라다. 한정된 캐리어에 굳이 오래된 카메라와 충전기까지 챙겨 왔던 건 꾸준히 기록을 하기 위해서였다. 7월 초에 도착하고 7월 중반까지는 가방에 챙겨 다니며 한두 장 찍었더랬다. 순식간에 시들해져 저 구석에 방치한 지 벌써 두 달 째라니.


브런치에 끄적여둔 글들을 매거진으로 묶어 정리하다가 '기록의 쓸모'에 대해 적어둔 나의 단상을 보고 다시 사진을 찍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쓰지도 않을 걸 괜히 가져왔다는 자책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쓸모를 부여해 주기로 했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은 다시 들춰보지 않게 되는데, 카메라로 한 장 한 장 고민해서 찍은 사진은 좀 다르다. 런던 시내에서 다리를 건넜던 일, 오래된 LP 전문점을 구경했던 일, 관광객들로 북적였던 차이나타운에서 식사를 해볼까 하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 포기했던 일, 강하게 부는 바람에 물이 분수대 바깥까지 떨어졌던 일까지. 사진을 다시 보면 생생하게 기억이 되살아난다. 또 우측 하단에 날짜가 적혀 있어 언제 찍은 사진인지 바로 알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어렸을 적 사진첩의 인화한 사진들은 하나같이 날짜가 찍혀 있었다. 그때 부모님이 날 찍어주시던 카메라로 이제는 내가 영국 런던의 풍경과 사람들을 담는다. 엄마는 전자기기든 뭘 살 때는 항상 가장 좋은 걸 구매하기 때문에 당시에는 최신식 디지털 카메라였을텐데. 이제는 동묘 중고 카메라 상점에서나 팔리는 오래된 카메라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아직 배터리가 짱짱하고, 빈티지한 감성으로 약간 살짝 뿌연 듯 사진이 찍히는 이 카메라의 쓸모는 충분하다. 이제 찍을 일만 남았다. 잘 부탁해!

매거진의 이전글 영국 런던 카부츠세일 구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