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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 Jul 17. 2019

한여름밤의 이야기

엄마가 된 소녀의 약속


달달 무슨달 쟁반같이 둥근달

어디어디 떳나 산위에 떳지.


어릴적 즐겨 부르던 동요속 달님이 바로 저 달이라 이야기해도  전혀 이상하지 을, 쟁반같이 둥근 달이 마을공원에 두둥실 떠 있다. 망대로 똑 따서 우리집 거실에 달아 놓아도 잘 어울리겠다 생각이 들만큼 탐스럽고 환한 보름달. 뜬금없이 하늘을 보는내게 일상이지만 , 낮 아닌 밤하늘 둥근 보름달을 만난건 무척 오랜만이라 어릴적 동무를 만난듯   진심으로 반가왔다. 안녕,달님^^


코흘리개 꼬맹이 시절 달님이 나를 좋아해 따라다닌다 생각했는데, 나의 어린 막내딸이 신기하게도 똑같은 말을 한다.


 - 엄마,달이 나를 좋아하는가바 자꾸 나를 따라다녀


달님,

그때의 어린 계집아이는 열심히 자라 사랑하는 이와 결혼도 하고 아이넷의 엄마가 되 당신을 추억합니다.  어린 나를 좋아해 준것처럼 나의 꼬마딸도 좋아해 줄거지?

달님은 손만 뻗으면 닿을듯한 키 큰 나뭇가지 사이에 앉아  환하게 미소지었다.  


-그럼 아이야,

세월이 흘러 네가 꼬부랑 할머니가 되고 너의 꼬마딸이 너처럼 엄마가 되어도 그럴거라고 약속할께.





해님과 달님 동화에선 오빠가 달이 되었다. 밤을 무서워 하는 동생을 위해 자신이 달이 된 멋진 오빠. 나도 오누이지만 손위 누이고 아래로 남동생이 있어 오빠가 있는 친구들이 늘 부럽곤 했다. 신랑이 나보다 5살이 더 많아서 오빠뻘이지만 우리가 교제할때 **씨로 부르던게 익숙해져서 오빠라 부를 기회가 없었다. 언젠가  남자들이 오빠라 불러주면 좋아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 바로 실천한적이 있었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의 전형인 남편의 반응은 어떨까하고.

 

-오빠, 잘 다녀와.늦으면  전화하기~


약간의 비음을 넣어 출근하는 남편에게 '오빠'라 불러봤다. 남편은 이 사람이 하며 허허 웃고 쑥스러운듯 급히 나가 버렸다. 그 뒤로도 가끔 써먹었지만 20년을 한이불 덮고 산 마눌에게 듣는 '오빠'의 효과는 그리 길게 가진 않았다.


신랑은 여기 찔끔 저기 찔끔 운동기구 사이를 왔다갔다, 운동을 하는건지 기구테스트를 하는건지 분주하게 움직이다가 이내 지쳤는지 옆자리에 와서 털썩 주저 앉는다


평소 같으면 정자에 둘.셋씩 앉아 주저리주저리 얘기하는  어르신들도 보이고 저녁식사후 산책 나와 운동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데, 오늘 따라 둘 뿐인 공원에 달빛만 환하게 우리를 비추고 있다.




"우리 동기 한 녀석이 이혼 했더라고"


나도 몇 번 봐서 아는 남편의 친구가 몇 년전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려줬다. 친구의 말로는 하던 개인사업이 몇 년전부터 어려워 몇 달 생활비를 주지 못한게 구실이 되었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중졸과 대졸이라는 학력차도 극복한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들인데 어쩜 그럴수 있었을까. 모든 내막을 상세하게 알지 못하지만, 이혼후 아내되는 분이 친정에서 10억이 넘는 돈을 상속받았다는 말에 먼가 실마리가 풀리는듯 했다. 꼭 그래야 했을까. 과연 부부는 무엇으로 살기에.


달빛도 아름답고  산바람도 시원하고

풀벌레 우는 소리도 좋았지만,

유독 둘뿐인 공원에, 남편이랑 내가 모기들의 타깃이 되는건 너무나 뻔한 일이였다. 우린 잠시 대화를 나누다 공원을 벗어났다.


-애들 키워놓고 우리는 우리인생 살자구. 당신이랑  한날 한시에 가는게 내 바램이야

-그럼 안 돼요.아이들이 힘들 거예요

-그럼 내가 조금 일찍 가지머. 당신은 애들 챙기고 늦지않게 와


음을 이야기 할때도 아이들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게 부모 자리구나.

부부의 정을 생각하기 앞서 네 아이의 부모임을 명심해야 하기에 우린 가끔 이런 대화를 한다. 하지만, 이 약속이 지켜질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달님도 남편도 며느리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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