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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진 Oct 11. 2024

다자이 오사무 서한집

<다자이 오사무 서한집>, 정수윤 옮김, 읻다, 2020

73p.

도예가가 점토를 주무르며 손님과 날씨 이야길 하듯, 나의 소설 이야기도 그와 비슷해. 입으로 하는 말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며 작업을 위해 점토를 주무르지. 자유로운 영혼보다는 '비뚤어진 사람'이 자유의 참된 뜻을 더 잘 전달하는 법이야.


90p.

아는 것이 최상의 영예는 아닙니다. 누구나 다 아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통나무를 나르고, 벽을 칠하고, 대리석을 조각하는 '힘의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182p.

자연은 엄격한 거라네. 대상을 느슨하게 바라보며 익숙하게 다가가는 건 위험해, 위험해. 휘파람을 불며, 고개를 경쾌하게 좌우로 흔들며 리듬을 타면서, 즐겁게, 우선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라고 하며 내가 즐거우면 된 거다, 라는 마음에는, 숙연한 찬의를 표하는 바다. 하지만 그런 신인에게 인간의 근원을 파고든 거장이라는 칭송은 주어지지 않을 걸세. 휘파람 부는 태도는, 나나 자네나 함께 추구하는 신념과 이상의 경지이지만, 이는 일흔 살이 된 샤반느에게나 비로소 허락되는 일임을 자각하게.


363p.

 문화文化라고 쓰고 거기에 '부끄러움'이라는 독음을 다는 일, 대찬성 입니다.

...

인간을 걱정하고, 인간의 쓸쓸함과 외로움과 괴로움에 민감한 일, 이것이 상냥함이며, 또한 인간으로서 가장 뛰어난 일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사냥한 사람의 표정은, 언제나 부끄러움을 품고 있습니다. 저는 저의 부끄러움으로, 저와 제 몸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말도 꺼낼 수가 없습니다. 그런 부분에 '문화'의 본질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문화'가 만약 그런 것이라면, 그것은 연약하며, 늘 지는 것입니다. 그걸로 됐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자신을 '멸망의 백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지고 멸망하면서, 거기에서 나오는 중얼거림이 우리의 문학이 아니겠습니까.


377p.

그리고 그 작품의 사상은 루카복음 7장 47절에 나오는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입니다. 스스로에게 죄의식이 없는 놈은 인정도 없다, 스스로 죄가 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애정도 깊다, 라는 것이 테마입니다.


편지 원본 일부.
1940년 봄, 미타카 자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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