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담배

by 여행하기 좋은날

가끔 부모님께서 말씀하시길 예전엔 찢어지게 가난해서 먹고살기 힘들었다는 얘기를 하곤한다.

유치원에 다니고 있을때 언니가 "소희야 새로 지은 집 알지? 오늘 유치원 끝나면 그 집으로 와야 해. 알겠지? 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 집은 현재까지도 부모님이 살고 계신 집이다. 그 집으로 이사 가기 전 살았던 곳은 흔히들 말하는 달동네에 위치한 방 한칸에 부엌 하나가 전부인 집에 세들어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그 집에서의 기억은 딱 하나 있다. 그땐 방 한칸뿐이라 온 가족이 함께 잠을 잤다. 엄마, 아빠, 세 남매가 방 한칸에 누워있었으니, 공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어느 날 잠을 자고 있는데 아빠의 기침 소리가 들려 눈에 떴다. 눈을 떠보니 아빠가 이불이 있었던 장롱에 들어가 담배를 피우며 연신 기침을 해댔다. 희뿌연 연기에 코가 아려 나도 기침이 났다. 결국 온 가족이 깨고, 엄만 아빠에게 자다 말고 뭐하냐는 잔손리를 해대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나는 조금 커서야 그게 담배인지 알았지 그땐 아빠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빠는 지금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그날은 왜 그랬을까? 어릴 땐 물어보지 못했는데 이 일이 있고 난 후에 물어봤다.

대학을 졸업한 그해 가을 서울에 올라가 줄곧 살았다.

어느 날 친구들 만나고 버스터미널에 가려고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당직 근무로 출근하는 아빠를 만났다.


"아빠, 오늘 출근하는 날이야?"

"그래, 넌 이제 가나?"

"응, 이제 버스터미널 가려고"


짧게 인사하고 서울로 올라왔는데 그날 밤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보통 엄마가 전화를 주곤 했는데 아빠에게 전화 오는 일은 드물었다. 아마도 내가 기억하는 아빠의 첫 전화였다.

평소 아빠와 나는 전형적인 경상도 아빠와 딸이었다. 살가운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요즘 흔히 말하는 딸바보도 아니고 애교 많은 딸도 아니었다. 지금까지도 아빠가 내게 전화 한날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드문 일이다.


"여보세요?"

"어~ 소희라. 집에 잘 갔나?"

"응, 잘 왔어. 무슨 일 있어?"

"소희야... 담배 피우나?"

"나? 담배 안 피우는데 왜?"

"아까 만났을 때 니한테 담배 냄새가 나더라고... 담배는 안 피우는게 좋아."

"아빠, 나 담배 안피워! 담배 피울까 봐 전화했어?"

"아니면 됐다."


그렇게 아빠는 전화를 끊었다. 서울에서 혼자 생활하는 딸이 담배를 필까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하셨던거다.

아마도 서울에 올라오기 전 친구들을 만났던 카페 옆테이블에서 피던 담배 연기가 옷에 배었던 것 같다.

숙직실에서 앉아 딸에게 전화해서 물어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전화기를 붙잡고 걱정했을 아빠의 모습을 생각하니 안타깝기도 했고, 한없이 작아진 모습이 느껴졌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어릴 때 담배 사건을 아빠에게 물어볼 수 있었다.

아빠 말이 남자는 담배를 피워야할 것 같아 담배 피우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번 피워보니 도저히 못 피겠기에 그날 이후로 담배는 포기했단다. 남자는 담배를 피워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난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 행동을 실행에 옮기는 아빠의 엉뚱함이 재미있었다.

지금도 우리 집에는 담배 피우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담배는 나에겐 잊을 수 없는 아빠에 대한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작가의 이전글장미와의 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