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22
내가 존경해 마다하지 않는 피천득 선생께서는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을지 궁금하옵디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남기기, 나를 이 세상에 남기는 흔적으로 글을 쓰는데. 죽으면 언젠가는 나의 모든 것이 잊힐까, 그게 아쉬워 글을 쓰는데, 개중에 하나는 나의 사후 같은 영생을 누릴 것이란 작은 기대로.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면 당신처럼 쓸 수 있나 무척 궁금하옵디다. 나도 사실은 당신처럼 글을 쓰고 싶은데. 물을 수 없으니 평생 알지 못하고 끝나겠지요. 여행하는데 가장 그리운 것 중 하나가 ‘인연’입니다. 내가 어떻게 써야 할지 하나의 지침이 되어줄 텐데. 고작 무게 조금 줄인다고 집에 두고 왔으니, 그거 하나는 후회가 됩니다 그려.
이곳 먼 땅에서는 구할 방법이 도통 안 보여 방황하고만 있습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많은 것을 느끼지만 또 많은 것을 잃기도 합니다.
우리가 무언가 잃거나 잊을 때 나침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한데 저의 경우 피천득의 인연이란 책이 저의 글의 나침반이라 생각합니다. 사실은 종착지이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여행을 하다 보니 여러 상황에 의해 글이 잘 써질 때도 있지만 안 써질 때도 있는데 요즘처럼 글이 안 써지는 날들에는 정말 피천득의 인연을 읽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쓴 일기인데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이북으로라도 구할 수 있다면 얼마를 줘서든 살 텐데 이북으로는 있지도 않아 더 안타깝습니다.
지금 글을 한 편 쓰고 있는데요, 경험을 하는데 글로 잘 짜지지 않는 이유는 아무래도 충분히 농익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해 글 써 올리겠습니다.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