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22
이것은 다소 나에게 충격적인 오늘 일어난 일이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점심 즈음까지는 혼자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내가 사진 찍는 구역은 Shubra el-kheima라는 곳으로 이곳에서 일어나는 삶을 담고자 했다, 무더운 오후에는 버스를 타고 나의 친구 이소가 있는 곳에서 놀기로 했다. 간 김에 한국어를 좀 가르쳐주기로 했다, 그녀는 한국어를 배우는 중이다.
오전 11시 반 Shubra에 도착해 골목을 걸으며 사진을 찍던 중 한 노인이 나를 불렀다. 이곳에 있으면 나를 부르는 경우가, 신! 중국인이란 뜻이다, 니 하오! 엿같다는 뜻이다, 재패니즈! 일본인이냐는 뜻이다 그리고 이따금 꼬리! 한국이란 뜻이다, 있고 많은 경우 나는 그냥 무시하는 편인데 이상하게 노인의 부름을 받고 가까이 갔다. 동양인에 카메라를 들고 가난하고 볼 것 없는 동네를, 내 기준에서는 볼게 많다, 돌아다니고 있으니 그런 내가 수상했는지 나에게 여권을 보여달라 했다. 지가 뭔데? 여권이 숙소에 있어 그냥 사진으로 보여주니 갑자기 여기저기 전화를 하더니 경찰이 온다며 잠깐 앉으란다. 아, 귀찮아졌지만 별 수 없지 하고 앉았다.
경찰이 왔는데 어디도 경찰 마크를 볼 수 없었고 그가 여권을 요구했다. 똑같이 사진을 보여주자 그 여권 사진을 찍고 또 어딘가 전화한다. 아니 애초에 경찰은 맞는지 의심이 가자 id를 요구하자 알겠다했고 아직까지 못 봤다. 한참 전화를 기다리더니 전화가 오자 나보고 따라 오란다. 나는 이게 경찰이 아니라 그냥 경찰인 척하고 삥을 뜯는 건가 싶었다. 그를 따라가니 또 다른 경찰이라는 사람에게 인계를 했다. 여기서 의심한 이유는 아무도 경찰복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다 그냥 삥 뜯으려는 사람으로 밖에 안보였다. 물론 겁에 질리진 않았다. 이상하게 딱히 겁에 질리지는 않았다. 알다시피 난 겁쟁이인데?
나를 인계한 사람은 한 건물로 들어갔다. 이곳에는 경찰인지 군인인지 이들이 지키고 있는 건물이었고 그제야 진짜 경찰이네 했다. 난 사실 웃음도 났다. 날 인계하는 또 다른 사람에게 여기 경찰 서냐고까지 물었다. 신기해서. 나, 한국에서 좋은 일로도 안 좋은 일로도 경찰서 한 번도, 심지어 운전면허도 면허장에서 받아서 가본 적 없다. 근데 이집트에서 경찰서를 갔다. 이유는 불명확하다. 그냥 관광지가 아닌 곳을 카메라를 들고 간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게 왜?
나에게 카메라를 달라고 한다. 다시 받을 수 있는지 물어 이를 확실히 하고 건넸다. 갖고 있던 짐을 다 달란다. 줬다. 몸수색을 했다. 그리고 올라가 조사를 받았다.
그는 내 존재에 의구심을 품었다. 일단 여권이 없고 사진이니 내가 진짜 이 사람인지 믿을 수 없단다. 이해한다. 그건 그럴 수 있다. 이곳은 관광지가 아닌데 왜 왔냐 묻는다. 난 관광지보다 이런 곳이 좋다 하니 믿을 수 없단다. 그럴 수 있다. 만나는 친구 이소는 더 위쪽에 있는데 왜 여기에 있냐 묻는다. 그냥 만나기 전에 좀 돌아다닌다 했다. 믿을 수 없단다. 어쩌란 건지. 그들이 원하는 답이 뭔지 모르겠다. 내 생각에는 나를 좀 겁줘 기를 죽이려 하는 것 같다. 여기서 여자를 함부로 찍으면 엄청난 사건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난 여자는 안 찍는다. 근데 작은 문제는 있었다. 바야흐로 어제 이소를 만나 놀던 중 카메라가 켜져 있어 실수로 사진이 한 장 찍혔다.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알고 보니 이소의 바지가 찍혔다. 도촬 의혹. 난 그런 사진이 있는지도 몰랐다. ㅋ,,, 그래도 다른 사진들에 여자도 없고 그냥 일반적인 사진들이라 큰 문제는 안됐다.
일단 나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잘못도 없다 확신했다. 그리고 어제 모종의 일을 계기로 좀 강하게 나갈 때는 그럴 필요를 느껴 기를 안 꺾였다. 사실 기 꺾일 이유도 없다. 나는 잘못 없는데. 그런 모습 때문에 되려 경찰이 같은 말을 반복한다. 뭐 어쩌라는 건지. 알겠다 해도 또 얘기한다. 두 유 언더 스탠? 퍽유 맨.
나보고 이따 다시 얘기하자고 한다. 나가서 잠깐 서 있다 다시 들어왔다. 굳이?,, 그래도 실내는 에어컨이라 시원하긴 하다. 또 얘기를 시작했다. 특별한 것은 없다. 똑같은 얘기와 이번에는 인적사항 이야기. 아마 내가 실물 여권이 없다 보니 확신이 안 선 것 같다. 이야기가 다 마치자 그냥 일반적인 절차만 진행하면 갈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란다. 걱정할게 뭐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내가 살면서 경찰서를, 그것도 이집트에서! 이 생각에 신기했다.
대기, 지금까지 한 2시간 정도 흐른 것 같다. 이제 기다리면 된다. 자, 기다림이 끝나니 4시간이 더 지났다. ㅋ,,, 이야기를 듣고 보니 출입국 사무소, 공항 등 여기저기 전화해서 확인을 했다더라. 뭐, 고생했어! 아무튼 다른 경찰서 갔다가 다시 돌아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고속도로에 날 내려주고는 앞으로 여권을 들고 다니고 여기는 위험하니 오지 말라하고 갔다. 데려다주려면 지하철 역에 내려주지 왜 여기,, 사실 운전자가 길을 몰라 잘못 길을 들었던 것 같다. 그냥 돌아가는 길을 제대로 못 가고 고속도로를 타버려서 도중에 유턴을 하고, 교통경찰에게 도움을 받아, 그 길 중간에 날 내려줬다.
이렇게 내 하루가 끝났다. ㅎㅋ,,, 경찰서에 6-7시간은 보낸 것 같다. 이럴 수 있구나. 그래도 경찰들이 나쁘지는 않았다. 다들 친절하게 대해준 편이었다. 다음부터는 카메라는 놓고, 여권은 챙겨야겠다. 아마 작업도 다른 곳에서 다시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