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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주언 Mar 21. 2021

정작 고객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모릅니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

필자가 한국연구재단 지원 연구과제를 위해 자동차 디자이너와 인터뷰를 하던 중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직 먼 미래지만 자율주행자동차로 바뀌게 되면, 운전자들의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극대화시킬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겁니다.”      


 여기서 문득 필자는 다음과 같은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 시킨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어떤 경험을 극대화한다는 뜻이지?’     


 현장에 있는 제품 디자이너들과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위와 유사하게 “사용자 경험을 높인다.”, “사용자 경험을 강화한다.”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런데 제품(혹은 서비스)과 상호작용하는 사용자들은 제품을 ‘사용’하지만 정작 ‘어떤 경험’을 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용자 경험은 도널드 노먼(Donald A. Norman) 교수가 UX(User Experience)로 처음 소개되었고 이후 학계와 실무 현장에서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개념이다. UX는 “사용자가 제품(서비스)과 상호작용하면서 갖게 되는 감정(feeling), 태도(attitude), 그리고 행동(behavior) 등의 총체적 경험”으로 정의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UX는 제품을 사용하는 ‘동안’ 뿐만 아니라 사용하기 ‘전’과 ‘후’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사용자들이 경험하는 경험 유형은 감각, 감성, 인지, 행동, 그리고 관계 경험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실무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UX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 경험은 주관적이며,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래의 짧은 여정(journey)을 상상해 보면 이해가 쉬울 수 있다.      


 ‘주차장에 주차되어있는 이 자동차는 투박해 보이지만 그 투박함이 든든해 보인다. 문을 열었을 때 그 묵직함이 손을 통해 느껴진다. 안전벨트는 부담스럽지 않게 가슴을 단단히 조여준다. 거추장스러운 장식이 없는 계기판과 센터페시아(center fascia) 덕분에 운전하는 동안에도 전방에 집중할 수 있다. 장거리 운전으로 피곤해 보이면 잠시 쉬어 가라고 경고 제어가 작동한다. 목적지에 도착해 주차한 후 시동을 끄며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낸다.’ - 볼보 -

혹독하기로 알려진 볼보의 안전성 테스트(volvocars.com/kr/v/car-safety)


‘오늘 하루는 오롯이 책에만 집중하고 싶다. 어떤 분야의 책이든 상관없지만 마음껏 읽어 볼 작정이다.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작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면 더욱 좋다. TV가 없고, 채광이 좋은 방이니 책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옆방에 있는 사람이 책을 읽는데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책만 읽으며 새벽을 맞이한다. 지식과 지혜의 충만함을 느끼며 다음 날 방에서 나온다.’ - 지혜의 숲, 지지향 게스트 하우스 -


활자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지혜의 숲과 지지향 게스트하우스(사진: 필자)



 


현장 실무자들이 자주 언급하는 사용자 경험의 극대화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특별한 경험은 제품(서비스) 고유의 정체성(identity)을 사용자들이 느끼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을 포함한다.


 볼보는 세계 최초의 3점식 안전벨트(1959년), 아동을 위한 부스터 쿠션(1978년), 그리고 시티 세이프티(2008년) 등을 소개하며 안전한 자동차로 전 세계에 알려져 있다. 종이의 고향이라는 뜻을 가진 지지향(紙之鄕)은 아름다운 서가와 고서의 향기가 함께하는 라이브러리 스테이(library stay)를 지향한다. 두 브랜드 모두 확고한 정체성을 갖고 있으며, 제품(서비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고유의 정체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디자인)되어 있다.      


 현장에 있는 마케터와 UX 디자이너들은 사용하기 편리하고 성능이 좋은 디자인으로 사용자 경험에 접근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사용 용이성과 유용성은 중요하다. 하지만 진정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제품 사용 전, 사용, 그리고 사용 후까지 제품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일관된 정체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Pine과 Gilmore는 경험이 경제적 가치를 갖게 되는 경험 경제를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UX 디자인에 대한 마케터들의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다. UX를 높이기 위해서는 새롭고(novelty), 유용하며(useful), 매력적(attractiveness)으로 설계되어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제품을 통해 어떤 경험을 전달할 것인가, 즉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Hassenzahl, M. & Tractinsky, N. (2006). User Experience - a research agenda. Behavior & Information Technology, 25(2), 91-97.

Norman, D. A. (2003), Emotional Design: Why We Love(or Hate) Everyday Things, NY: Basic Books.

Pine, B. J. & Gilmore, J. H. (1999), The Experience Economy: Work is Theatre and Every Business Stage, MA: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Schmitt, B. H.(2003), 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 NY: John Wiley & S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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