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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OINES Jun 27. 2022

내가 건강해서 빛이 돼야, 가족이 나의 빛을 받는다

임다솜 님의 이야기

by 히로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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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다솜 님 / 30대 후반 

필라테스를 즐겨하는 딸둘맘. 인스타그램


자격지심. 스스로 이룬 것을 하찮게 여기는 마음을 뜻한다. 2020년 운동과 자기관리를 시작하기 전 임다솜 님의 마음이 그랬다.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일하다 출산 후 경력 단절이 오자 괜시리 주눅이 들었다. “돈도 못 버는데, 남편 돈 낭비하지 말아야지. 엄마 역할 제대로 해야지"


강박적인 육아와 살림을 했다. “아이들에게 유튜브를 보여주면 안 돼"라고 정의내리고, 쉴 새 없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주려 했다. 돈을 아끼려고 버스조차 안 타고 걸어다녔다. 시간이 나면 어떻게든 집안일을 했다. 


이상했다. 가족을 행복하게 하려 할수록 모두가 불행해졌다. 아이들에게는 지나친 간섭이 이어졌고, 몸과 마음은 점점 안 좋아졌다. 우울증에 시달렸고 매일 다리가 퉁퉁 부었다. 운동을 시작한 이유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살려고요."


원래 무슨 일을 하셨나요?

사범대를 나오고 고교 수학교사를 8년 정도 했어요. 학생들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고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아이가 계속 생기지 않았어요. 2014년께 어렵게 아이가 생겨서 학교를 그만두고 그 뒤로는 간간이 일은 했지만 대부분 주부로 살았어요. 2020년까지는요.


주부의 생활은 어땠나요?

가족에 올인했어요. 누가 뭐라 한 건 아닌데 경단녀가 되자 “돈도 못 버는데 가족이라도 잘 돌봐야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육아에 집착했어요. 예를 들면 아이한테 매끼 다른 이유식을 해서 먹었어요. 냉장고에 보관해 놓고 먹인 적이 없어요. 


우울증이 왔어요. 지나친 애정은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았어요. 5분 대기조처럼 애들 곁에 붙어있자 너무 엄마한테 의존적이 됐어요. 몸도 점점 안 좋아졌고요. 평생 58kg으로 살았는데, 72kg까지 불기도 했어요"



운동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됐나요? 원래 운동을 하셨나요?

아뇨, 원래 운동 거의 안 했어요. 너무 힘든 와중에 친구 소개로 필라테스 센터를 한 군데 방문하게 되었고, 거기서 PT를 받으면서 인생의 전환점이 됐어요. 2020년 처음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쭉 하고 있어요. 


인생의 전환점 씩이나요. 운동을 하니 어떤 변화가 있던가요?

일단은 건강해지고 예뻐진 것이죠. 몸무게는 53kg까지 빠졌어요. 성인이 된 이후 가장 날씬해졌고 그만큼 자신감도 살아났어요. 단순히 살을 뺐다는게 아니에요. 35세 전에는 굶어서 살을 빼곤 했었는데, 이젠 되지도 않고 억지로 뺀다고 해도 태가 안나요. 운동을 하면 다르죠. 사이즈가 55인게 중요한게 아니에요. 근육이 있으면 옷 태가 달라져요. 자신감이 생기죠.


또 피곤이 덜해지고 건강해지면서 여유가 생겼어요. 이전에는 아이들에게 쓰는 단어에 부정적 표현이 많이 섞여 있었는데 그게 점점 바뀌었어요. 아이들이 실수해도 “괜찮아, 기다려줄게" 하는 식으로요.  


그렇게 나에게 투자하면서 깨달았어요. “가족을 빛나게 하려 했더니, 나는 가족의 그림자에 갇히더라. 나에게 투자했더니 내가 빛나고 그 빛이 가족을 비추더라" 라는 것을요. 스스로에게 투자하고 건강을 되찾으면서 육아, 살림 강박을 내려놓을 수 있었고, 오히려 많은 것이 좋아졌어요.


그리고 나니 나에게 투자하지 못한 지난 6년의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어요. 마침 건강도 받쳐주니, 점점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죠.


뭘 하시나요?

매일 절에 새벽 기도를 가고요. 독서 토론도 하고, 다도도 배우고 인문학 강의도 들어요. 블로그와 인스타 활동도 하고요. 평소에는 투자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두 번 필라테스를 하고요. 아이들을 놓은 것은 절대 아니에요. 아침 먹여서 학교 보내고 퇴근할 때 데리고 와요. 밤에 자는 것 보고 다시 운동하러 나가고요. 밤마다 한두시간씩 걸어요.


엄청난 활동량이시네요. 시간이 나나요?

잠을 줄입니다. 아이들 돌보고 남편 건사하면서 나에게 투자하려면 그 방법뿐 이더라고요. 보통 네시 반에 일어나고요. 밤에 걷고 와서 자리에 누우면 11~12시쯤 됩니다. 힘들지만 나에게 투자하며 채워지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유지하고 있어요. 너무 피곤하면 낮잠을 좀 자고요. 밤에 운동하고 오면 정말 꿀잠을 잘 수 있어서 좋아요.


육아관도 바뀌신 거네요.

저를 포기하면서 육아를 했는데,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아요. 보통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이런 말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아이가 그걸 요구한게 아니잖아요. 이전에는 아이들이 넘어졌을 때 가서 일으켜 세워주는 엄마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어요.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제는 저를 먼저 아끼고 있고요. 아이들은... 좀 더 지켜볼 수 있게 됐어요. 인내심이 생겼달까. '5분 대기조 엄마'에서 '기다림을 아는 엄마'로 바뀌고 있어요. 


건강관리를 지속하는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뭔가요?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있잖아요. 옛날에는 농담처럼 50까지만 살고 싶다 그랬는데, 우리 맘대로 죽을 수는 없잖아요. 살아가야 할 인생이 너무 길어요. 기왕 오래 살아야 한다면 남은 생을 건강하고 보람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심지어는 누워있으면 인생에 대해 배신하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어요. 허망하잖아요. 자다가 인생이 흘러가면...


건강하고 싶은 이유는 간단해요. 건강하지 않으면 돈이 많이 들어요. 한번 건강관리를 제대로 안하던 시절에 손이 마비가 와서 몇 달 고생한 적 있어요. MRI, CT 촬영에 수백만원이 들었어요. 다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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