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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OINES Jul 21. 2022

엄마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

중년 남성은 왜 이 비전으로 창업까지 했을까.


저는 최근 창업을 했습니다. 회사의 비전은 “엄마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 입니다. 이를 위해 히로인스(Heroines)라고 이름붙인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서비스 형태는 커뮤니티 입니다.


저는 엄마가 아닙니다. 아빠입니다. 과거 여성과 관련한 어떤 경력도 없습니다. 솔직히 큰 관심도 없었습니다.


저의 과거 어떤 경력도 ‘엄마', ‘건강'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저는 종합상사 해외영업 5년, 기자 8년, IT 서비스 Product Owner 4년을 했습니다. IT 경력 동안에는 뉴스앱, 뉴스레터, 직장인 커뮤니티 등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왜 ‘엄마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을 목표로 뛰고 있을까요. 그를 위한 첫 걸음이 왜 홈트나 영양제가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 일까요.




저는 400만 유저를 확보한 국내 최대 직장인 앱 리멤버에서 커뮤니티 사업을 했습니다. 시작부터 2년 반 정도만에 매달 수십만 유저가 쓰는, 규모있는 커뮤니티로 키워냈습니다.


커뮤니티는 인터넷 비즈니스가 시작하면서 부터 생긴 오래된 모델입니다. 게시판에 글 쓰고  댓글 다는, 형태적으로도 특이할 것이 없는 모델입니다.


그럼에도 리멤버 커뮤니티는 가치를 만들어 냈습니다. 직장인들이 회사 뒷담화가 아닌 수준있는 질문과 답변을 나누고 식견을 공유하는 장으로 키웠기 때문입니다. 커뮤니티는 형태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콘텐츠가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리멤버 커뮤니티를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이 “블라인드가 있는데 왜 직장인들이 리멤버 커뮤니티를 써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유저 층이 같아도 소통의 결이 다르면 완전히 다른 서비스라고 답했습니다.


누구나 유저들이 수준 높은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생산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런 커뮤니티는 정말 드뭅니다.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쓸대없는 얘기들로 가득 차 있거나, 광고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이건 게시판을 만들 줄 안다고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닙니다. 어떤 소통이 플랫폼의 유저들에게 필요한지 정의내리고, 그런 소통을 장려하고, 그렇지 않은 소통은 걸러내야 합니다. 유저가 귀한 시간을 들여서 콘텐츠를 쓸 이유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많은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갖은 고생 끝에 “커뮤니티는 이렇게 키워가는 것이구나”라는 나름의 노하우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재미있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여기저기서 제게 “커뮤니티는 어떻게 만드는 것이냐"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플랫폼의 숙원은 사람들이 자주 방문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고, 그를 위해서는 커뮤니티 만한게 없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양질의 정보가 오가는 커뮤니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배운 능력이 꽤 유용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작년 하반기 부터 창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아이템은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어느날, 헬스장에서 PT를 받고 있을 때였습니다. PT 코치에게 “당신이 볼 때 헬스장 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뭐냐”라고 물었습니다. “헬스장에 와야 할 사람들이 오지 않아요” 머리를 한데 맞은 것 같았습니다.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헬스장은 근육질의 사람들로만 가득 차 있었습니다. 마르거나 뚱뚱하거나 몸이 약한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정작 헬스장은 그들을 위한 공간이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수요가 있는데 솔루션이 이를 채워주지 못한다면…? “어, 이건 사업 거리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겟을 좀 더 좁혀 보기로 했습니다. ‘헬스장에 안오는 사람들'의 범주는 너무 넓었기 때문입니다. 저체중, 과체중, 중장년층…


그러다 아내가 눈에 띄었습니다. 남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아내는 운동이 익숙한 사람이었고, 젊은 시절 건강미 넘치는 멋진 여성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40대가 된 아내는 일주일에 이틀은 아프다고 앓아 눕는, 전형적인 한국 아줌마가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운동을 권해봤습니다. 과거에도 운동을 많이 권했지만 이번엔 그냥 PT를 끊어줬습니다. 아내는 처음엔 주저했지만 몇 번의 수업이 지나자 이것 저것 질문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랫풀다운은 자극점이 정확히 어디냐 등등. 그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니 아내가 변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아픈 빈도가 줄어들었고, 삶에 활력이 생겼고 몸매도 조금씩 변하면서 자존감도 올라가는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봐도 아내가 예뻐 보였습니다.


“오, 이건 Life Changing Experience다"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켜 줄 방법이라는 건, 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과 같은 얘기입니다.




실행에 옮기기 전 확신이 필요했습니다. 누군가의 확인을 받고 싶었습니다.


여성이면서 벤처투자자인 사람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마침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의 후배 기자였고, 지금은 꽤 이름난 벤처투자자가 된 친구였습니다. 대충 엄마들의 건강을 챙기는 사업을 하겠다는 PPT를 만들어서 그를 찾아갔습니다. 사업 방향성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 그는 본인의 엄마 얘기를 했습니다. 자신들을 키우느냐고 본인을 보살피지 못한 엄마 얘기를 하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그러면서 엄마들이 운동하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첫번째 확신을 얻었습니다.


좀 더 큰 확신이 필요했습니다.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우연히 국내 최고의 여성 벤처투자자와 소셜미디어에서 연결이 된 것이었습니다. 그는 천만 유저가 쓰는 서비스만 네개를 만들어낸 우리나라 최고의 IT 서비스 기획자이자 이기도 했습니다. 그에게 다짜고짜 메일을 보냈습니다. 한번 찾아가고 싶다고. 처음엔 답이 없었습니다. 한번 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어느 날 기자 선배를 만났는데, 그 선배가 당일 점심에 그 투자자를 만났고 제 얘기를 나눴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연락을 했고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 투자자도 엄마였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30대부터 잘나가는 기획자였지만 너무 일에 몰두한 나머지 건강을 잃었다. 딱 마흔에 필라테스를 시작했고, 그 후 10년간 계속했다. 그리고 30대보다 훨씬 활기찬 40대를 살았다.”


“이미 젊은 세대에서 단순히 마른게 이쁘다는 관념은 깨졌다. 2030은 이미 탄탄하게 다져진 몸매를 이쁘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그들도 나이를 먹는다. 곧 그 바람이 40대로 갈거다. 당신이 그 거점에 잘 서 있으면, 태풍을 타고 날라갈 수 있을거다


“나는 투자사의 대표지만 내가 가장 큰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는 집단은 아파트 엄마 모임이다. 그리고 그 모임의 엄마들 다수가 건강과 자존감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 이 이상의 확신을 얻을 수는 없겠다 싶을 정도의 확신을 얻었습니다. “이제 진짜 해 봐야 겠구나…” 가로수길을 한참 걸으며 마음을 가다듬었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들의 건강을 챙기는 방법은 여러가지 입니다. 홈트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겠고 헬스장을 차릴 수도 있고 뭐 영양제나 식단 프로그램 같은 걸 팔 수도 있겠죠.


아빠인 나는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엄마들을 인터뷰 했습니다. 아내의 소개로, 교회 성도들의 도움으로 수십명의 엄마들을 만났습니다. 신기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이들 중 다수는 몸이 안좋았습니다. 출산 전에 비해 몸상태가 안좋다고 했습니다. 그냥 저냥 버틸만 하다는 쪽도 있었죠. 아무튼 신기했던 건, 그걸 개선해야 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어 보였습니다. 시간이 없다, 돈이 없다 이유는 많았지만 납득은 가지 않았습니다. 좀 더 깊이 캐묻고 아내랑도 대화를 나눴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자존감의 상실' 이었습니다. 나보다는 자녀, 나보다는 남편… 내가 뒷전인 것이 당연, 내가 아픈 것도 당연… 혹은 어려서부터 운동이라는 걸 아예 안해본 X세대 특유의 기질…그러다가 본인의 몸이 완전히 망가지거나, 주변의 누가 죽거나 큰일이 나야 그때야 건강관리를 시작했습니다.


이건 솔루션을 제시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강관리를 할 마음이 없는게 문제였습니다. 가장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는 ‘동기를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즈음 제 눈에 들어온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오늘의 집] 이었습니다. 인테리어 콘텐츠가 있고, 관련 물품을 파는 공간입니다. 지금은 기업가치가 1조가 넘는 유니콘이 된 회사입니다.


오늘의 집 창업 스토리를 봤습니다. 처음엔 멋지고 으리으리한 집의 인테리어 콘텐츠를 소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반응이 없었다고. 이유를 알아봤더니 “저런 집은 꿈속의 집일 뿐 어차피 내가 저 인테리어를 따라할 일은 없다"라는 답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반 아파트의 인테리어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서야 유저들이 반응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유저를 모아 커머스를 붙이고 물건을 팔기 시작하면서 돈을 벌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걸 ‘엄마의 건강'에 적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를 인터뷰하자. 연예인 말고. 어차피 따라할 수 없는 어떤 대상 말고. 우리 주변의 엄마들. 오늘도 육아와 일에 힘들지만 그래도 건강관리를 하며 건강과 자존감을 되찾은 사람들. 그러면 반응이 있겠다"



그래서 엄마들을 인터뷰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실체도 없는 회사에서 불쑥 연락했는데도 세분이 취지를 어여삐 여겨서 인터뷰에 응해 주셨습니다. 그 세분의 인터뷰를 실은 웹사이트를 제작해 시장에 내놨습니다. 반향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돈 한푼 안들이고 수천명이 사이트에 방문했습니다. ‘엄마의 건강'에 대한 잠재 수요가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아울러 다수가 댓글을 통해 운동하는 엄마들과 소통하고 싶어했습니다.


엄마들의 건강이라는 주제. 관련된 주제에 대한 양질의 소통이 오고가는 곳. 그 시작은 인터뷰, 그 다음은…?


커뮤니티 였습니다. 맘카페를 뒤져봤습니다. 수 많은 맘카페에 수백만의 유저가 있었지만 그 어느 곳에도 엄마의 운동과 건강관리를 챙기는 곳은 없었습니다. 그 전에, 맘카페라는 공간 자체가 뭔가 하소연과 먹방 혹은 광고로 뒤덮혀 있었습니다. 전혀 발전적인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리멤버 커뮤니티 시절의 블라인드가 생각났습니다. “맘카페가 블라인드라면, 나는 리멤버 커뮤니티처럼 발전적이고 수준높은 소통이 오고가는 공간을 만들 수 있겠다"




엄마의 건강이라는 주제와 커뮤니티라는 사업 모델은 이렇게 제 삶에 자리 잡았습니다.


저희 회사 이름은 패러다임시프트 입니다. 인식을 바꾸고 싶습니다. 엄마는 아픈게 정상이라는, 아줌마는 원래 그런 거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습니다. 아니, 아줌마라는 단어를 없애버리고 싶습니다. 건강한 엄마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이건 확실한 Life Changing Experience라는 확신을 점점 강하게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소식 전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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