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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OINES Jul 27. 2022

나라도 나에게 뭘 해줘야 했다

히로인 김정원님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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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선물'이라고 흔히 말한다. 이 사람의 삶을 보고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지독한 가난, 아버지의 폭력, 어머니의 죽음, 이혼…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불행들의 연속.

이야기의 주인공은 경기도 화성의 볕 잘 드는 큼지막한 카페에 앉아있다. 자기 것이다. 부동산 투자로 경제적 독립도 이뤘다. 큰 딸은 좋은 대학에 진학했고 둘째, 셋째 아들도 각자 자기 꿈을 향해 살고 있다. 이러고 보면 또 삶은 선물일까.


김정원 님 / 40대 초반

카페/돈까스 도시락집 대표이자 주중엔 웨이트를 하고 주말엔 자전거를 타는 딸 하나 아들 둘 맘. 

히로인 김정원님의 스토리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래서 나라도 나에게 뭘 해줘야 했다" 그게 운동이다. 처음엔 걷기로 시작해 마라톤, 등산, 자전거, 웨이트 트레이닝 등 다양한 운동으로 이어졌다. 운동은 김정원 님의 삶을 ‘선물'로 바꿔주는 원동력이 됐다.


블로그에서 봤습니다만, 인생 스토리를 간략히 들려주세요. 간략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어려서는 가난했어요. 얼마나 가난했냐 하면, 요즘 세상에 그게 말이 되나 싶겠지만, 큰 언니는 열네살에 학교를 못 가고 공장에 나갔어요. 둘째 언니도요. 두 언니가 일찌감치 일을 한 덕에 저는 그나마 상고를 졸업한 그 정도 가난이었어요.

아버지는 언니들을 일 시켜서 자기 동생들을 먹여살렸어요. 알콜 중독에 폭력이 심했고요. 빨리 독립하고 싶었죠. 여상을 졸업하자 마자 서울로 올라와서 취직했어요.

한 제약회사의 비서 일이었는데, 타지에서 외로웠어요. 그러다가 애들 아빠를 만났죠. 저처럼 어려운 집 출신이었어요. 서로 외로우니 일찍 결혼했어요. 21살 때였죠.


결혼하고도 힘드셨겠어요.

제가 어려서부터 농사 일을 많이 해서 몸이 망가져 있었나봐요. 애들 아빠는 수산시장에서 일을 했는데, 그 일도 틈틈이 도왔어요. 거기에 애를 셋이나 낳았으니 젊었는데도 몸이 망가졌어요. 허리 디스크에 무릎 골다공증에…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삶에서 어떻게 운동할 생각을 하셨나요?

애들 아빠가 마라톤을 취미를 붙인 게 저한테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 처음에는 동네 한두 바퀴 뛰다가 나중에는 대회도 나가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심하던 비염이 없어지는 거에요. “운동이 좋은가 보다" 했죠.

아울러 집에 있기가 힘들었어요. 13평 집에서 애 셋을 키웠거든요. 집에 있어봐야 답답했어요. 유모차 끌고 나가서 한참 걷고 오곤 했죠. 그렇게 걷고 나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것을 배웠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엄마가 시골에서 올라오셨어요. 그때부터 엄마가 한두 시간 애를 봐 주시면 나가서 뛰면서 마라톤을 연습했어요.


어쩌다가 산책이 마라톤까지 발전이 되었나요?

애들 아빠를 따라 마라톤 대회장에 몇 번 따라가 봤어요. 혼자 뛰는 것과 함께 뛰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더라고요. 대회 분위기가 설렜어요. 에너지가 넘친다고 할까. 나도 해보고 싶다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5km 대회부터 서서히 시작했죠.


보통 결혼하고 나면 아이들 챙기고 가족 챙기느라 본인은 뒷전이 돼서 자기 관리나 운동에도 소홀해지곤 합니다.

저도 가족을 잘 챙기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워낙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잖아요? 무조건 나를 다 포기하고 희생하라고 하면 화가 나더라고요. 처음에는 우울하다가 나중에는 화가 나요. 그 화가 아이들한테 가고요.

그런데 운동을 하면… “나에게 뭔가를 해줬다"는 감정이 들어요. 내가 나를 챙기는 거잖아요. 그러면 화가 덜 나요. 그래서 쉬지 않고 다녔어요. 아이들 어린이집 보내놓고 산에 가고, 뛰고…애들 데리고도 산에 많이 다녔어요.


운동은 힘들잖아요. 안 그래도 쉽지 않은 삶에서 술이나 다른 돌파구가 아니라 힘든 운동을 택하신 게 대단합니다.

처음엔 힘들지만 운동의 맛을 알면 계속 하게 되더라고요. 애들 아빠랑 헤어지면서 절망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감사하게도 그럴 때도 산에 갔어요. 답답함을 풀려고요. 술에 의지하면 인생 망친다는 건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아울러 엄마도 뇌출혈로 돌아가시고 언니들도 뇌출혈을 겪었는데요. 평생 자녀들을 위해 희생하면서 살다가 뇌출혈로 가시는 걸 보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내가 건강해야 한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그래야 아이들도 책임질 수 있다…


사업도 하시고 운동도 하시고 자녀는 셋이나 되시고… 자녀 양육은 어떻게 감당하셨나요?

아이들한테 올인하고 그러지 않았어요. 저의 한을 아이들에게 풀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겪는 어려움도 아이들에게 다 얘기했어요. 

첫 딸은 그래서 농업고등학교를 갔어요. 빨리 독립하겠다고. 엄마를 이해해 준 것이죠. 그런데 어느 날 학교에서 연락이 왔어요. 애가 공부를 꽤 한다는 거에요. 이 성적이면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갈 수 있다고. 신경써 준 것도 없는데 감사했죠. 그 때부터 부동산 투자 공부를 시작했어요. 딸이 이 정도로 잘하는데, 대학 보내줘야겠다, 어떻게든 돈 벌어야겠다 생각해서요. 결과적으로 딸은 괜찮은 대학을 갔어요. 둘째도 지금 웹툰 작가 데뷔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요. 몸 좋아요. 아이들에게 감사하죠.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지금 정원님은 건강하신가요?

네, 아픈 데 없이 잘 살았어요. 돈도 적잖이 벌었고요. 운동 쪽에서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바디 프로필 촬영을 계획하고 있고, 운동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한 얘기를 책으로 풀어내보고 싶어요. 이제는 먹고 사는 문제를 좀 내려놓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고 준비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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