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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OINES Sep 27. 2022

남편놈의 말을 그냥 두지 말기

엄마의 다이어트를 실패하게 하는 빌런

오늘의 레터는 어쩌면 고해성사 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그만큼이나 ‘남편놈들’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고 있을 수도 있어요.


히로인스를 시작하면서 시중에 있는 중년, 여성, 엄마, 건강, 다이어트 들어간 책은 대부분 사 본 것 같아요. 이 책들에는 대부분 다이어트에 실패한 엄마들의 사례가 담겨 있어요. 거기서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남편의 한마디’죠.


“그러다가 다이어트 박사 되겠어”  

    각종 다이어트 방법을 시도하다가 매번 실패하는 아내에게  

“야, 운동은 그렇게 하는게 아니야”  

    어렵게 결심해서 이제 홈트좀 어설프게 따라하려는 아내에게  

“그만 좀 먹어”  

    빵 같은 것을 입에 달고 사는 아내에게  


굳이 책 핑계를 대지 않더라도 저 말들은 제가 아내에게 했던 말이기도 해요. 제 나름대로는 좋은 다이어트 방법을 찾아서 유튜브 링크를 보내주기도 하고 아내를 붙들어 놓고 스쿼트 자세를 하나하나 잡아주기도 했고요. 그러나 아내는 번번히 짜증을 냈고, 저는 애써 시간내고 신경써서 가르쳐주는데 왜 그러냐며 또 짜증을 냈고… 아마 다들 비슷하실 거에요.


뭐가 문제일까요. 


첫번째 사례부터 봅시다. 왜 아내는 여러 다이어트에 실패했을까요. 아마 급진적인 방법들 - 샐러드만 먹고 일주일 버티기 - 같은 걸 했겠죠. 왜 그런 급진적인 방법을 택했을까요? 조급해서에요. 다시 출산 전으로 돌아가지 못할까봐. 변해버린 몸이 싫으니까. 그런데 조급함에 남편의 비아냥이 부어지면 포기로 바뀌어요. 


두번째 사례는요? 아내가 홈트를 시작한 건 아마 큰 결심이었을거에요. 돈도 적게 쓰면서 어떤 운동이라도 하겠다는. 그런데 거기에 잔소리를 더하면요? 용기는 바로 꺾여 버리게 되죠.


세번째 사례도 비슷해요. 아내는 힘든 거에요. 그 힘듦을 달래주는 게 빵과 같은 단당류가 주는 혈당 스파이크죠. 거기에 ‘그만 좀 먹어’라는 한마디는 그 힘듦을 더하게 하죠.


결과는 다이어트 실패죠.


남편의 잘못은 자꾸 아내의 실패를 ‘의지’의 문제로 해석하는 거에요. 의지가 없으니 샐러드만 먹지 못하지, 의지가 없으니 배우려고 안하지… 아내는 실패할까봐 두려운거지 의지가 없는게 아니라는 것을 이해를 못하는 거죠.


아내에게 필요한 건 격려인걸 저도 뒤늦게 알았어요. 다이어트에 실패할 때도, 운동을 안갈 때도 “괜찮아, 잘 하고 있는데 뭘” 하며 그냥 지나가는 거죠. 그렇게 격려와 기다림이 쌓이다 보니 아내는 어느새 하루에 두시간 스스로 운동하는 습관이 들어 있었어요.


남편에게 얘기해 주세요.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고. 내게 의지는 충분히 있다고. 다만 나도 지금의 내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고, 과거로 돌아가지 못할까봐 무서울 뿐이라고. 그리고 격려와 지지를 해 달라고 얘기하세요. 남편의 말의 내용이 맞다고 해도 방식이 잘못되면 결국 실패를 불러올 뿐이니까요. 


남편 입장에서도 한마디 드리면… 남편을 미워하진 마세요. 모를 뿐이니까요. 잘 알려주면, 부탁하면 아마 잘 알아들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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