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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선샤인 Mar 05. 2022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이유

엄마의 숨쉬기 방법

2월의 마지막 화요일 새벽 5, 자기  맞춰둔 알람이 울렸다. 어제는 복직  심란한 마음으로 출근을  날이라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피곤한  잠이 오지 않는 고통. 새벽에도  번이나 악몽을   눈이 떠졌다. 불안감이 치밀어 오르면 잠을  자는 예민한 성격이 괴롭다. 그래도 새벽은 밝았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화장대에 앉았다.​​


나는 첫째와 안방에서 둘이 자고 둘째는 아빠와 작은방에서 잔다. 작은 소리에도 금방 깨는 예민함 때문에 둘을 데리고 자면 밤에 한숨도 못 잔다. 가뜩이나 뒤척임이 많은 4살, 6살 아이들이다. 남편이 출장이라도 가서 두 아이와 같이 자는 날은 고통스럽다. 밤새 아이들의 발 놀림에 치여 넓은 침대의 귀퉁이에 떨어질 듯 매달려 잔다. 입혀줘도 벗어재끼는 조끼를 몇 번이나 다시 입혀주고 이불을 계속해서 덮어준다. '엥~!!'하는 소리와 깨면 다시 팔베개를 하고 재운다. 둘이 번갈아 깨는 일이 잦아 이것저것 챙겨주다 보면 하얗게 밤이 지나간다. 결국 첫째만 데리고 자는 것이 그나마 해결책이었다.

안방 구석 화장대 위에 화장품은   없다. 지난 5년간 육아휴직하며 화장을  날은  손가락에 꼽힌다. 나에게 화장은 사치이고 불필요했다.  대신 화장대 위에 책을 올려두었다.  아이 가정 보육으로 나만의 시간은 화장실 가는 5 남짓이 전부였던 나날들이었다.  안에서 어떻게든 나로 살고자 새벽 5시에 불을 밝히고 화장대에서 책을 읽었다. 다른  책상에서 읽었던 날도 있는데, 내가 옆에 없는 것을 알고 첫째가 귀신같이 쫓아 달려 나왔다. ‘엄마~~!!’ 하고 찾아와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옆방의 둘째까지 깼다.  사단을 피하고자 안방 화장대에서 읽기 시작했다. 그래도 첫째는 자주 깨지만, 엄마가 같은 방에 있다는 것을 알면 다시 잠이 들었다.​


노란 조명 아래 미리 텀블러에 부어놓은 뜨거운 물을 티백에 붓는다. 요즘 한창 읽고 있는 <걷기의 인문학> 책을 펼친다. 하루에 30분에서  시간 남짓 새벽의  읽기는 특별한 시간이다. 현실이 가정 보육의 고통에 침잠할  나는 책으로 숨었다. 잠시  속의 세상을 마주하면 현실의 질척임은 잊고 숨을 돌릴  있었다. 때론 해리 포터의 마법 세계로, 때론 에세이 작가의 소소한 일상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을 따라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떨고 나면 다시 돌아온 현실이 조금은 살만했다.   세상처럼,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상상력들이  삶에도 어딘가에  쉬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이 생겨났다.​

새벽 5시에서 6시는 거센 물살처럼 빠르게 흐른다.  시간은 내가 세상에 깨어나는 시간이자 나만을 위한 위로의 속삭임이었다. 따뜻한   잔을 컵에 받쳐 들고 책장을 하나씩 넘긴다. 활자들이 공중으로 떠올라  마음속으로 뛰어든다. 거친 파도가 일렁거리던 마음이 호수처럼 잔잔해 지는 평온이 찾아온다. 어떤 활자라도 일단 가슴에 들어오면  나름의 위로가 되어준다. 일상의 작은 행복을 다룬 에피소드 한줄기도, 거대한 역사 책의 서사  단락도 한줄기 빛으로 내려왔다.​


새벽 6, 둘째가 퍽퍽퍽 걸음을 놀려 안방 문을 날카롭게 연다.  웅장한 새벽 시간은 막을 내린다. 아이 둘과 치다꺼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틀 삼일 같은  하루…….  시간을 버텨낼  있게 해주는 , 새벽 작은 시간의  속에서 책을 읽던 순간들이었다.​



구멍이나 비탈길이 불행이 아닌 삶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면, 높은 파도도 두려움 없이 즐기겠다는 마음을 가진다면,  사람에게는 모든 ‘현재 선물처럼 기꺼이 다가올 겁니다. “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 중에서


어느 날은 아침에 읽은 한 문장이 하루 종일 가슴에 머무른다. 마음을 돌봐주는 책 속 문장 하나로 하루가 특별하게 채워진다. 내게 읽는다는 것은 마음의 연료를 채우는 일이자, 조잡한 마음의 엉킨 실타래를 빗으로 빗겨내는 치유의 몸부림이었다.


3월이 되면 정식 복직을 하고 바쁜 아침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머리를 감고 화장을 하는 동시에 아이들 등원 가방을 챙기고 옷을 입히고 아침밥을 차려 먹여야 한다. 전쟁 같은 아침 풍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 바쁘고 심란한 아침의 틈에 새벽 독서시간을 끼워 넣을 수 있을까 걱정이 든다. 그래도 더 바쁘고 정신이 없을수록 그 시간이 내게 에너지와 힘이 될 것을 알기에 꼭 챙기리라 마음먹는다. 잠시라도 나만 생각하고 내 마음을 살펴보는 새벽시간이 있어야 내가 하루를 버틸 수 있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

오늘도 새벽은 어김없이 다가와 나를 응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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