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참하고 우울했다.
나름 평온하고 소소하게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조금씩 헤네 가며,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해가며 행복했다. 하지만 점차 나와 다른 길로 나아가는 지인들과 친구들의 소식이 나를 무너뜨렸다.
요즘 인스타 피드를 보면 다들 취미에 진심이다. 처음에 서투르게 시도하는 듯 보이더니, 어느새 전문가 수준으로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 한 지인은 아이패드로 이것저것 끄적이는 걸 종종 올리곤 했었는데, 어느새 판매해도 될 수준의 굿즈를 만들고 있었다. 또 다른 지인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즐기다가, 어느새 원데이 클래스 강사로, 또 어느새 아마추어 스냅 작가로, 결국은 카메라 회사에 입사해 꽤나 멋진 삶을 살고 있다.
나는 뭘 했을까? 뚜렷하게 잘하는 취미도 없고 이것저것 산만하게 시도만 해보다가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버렸다. 나는 뭘까? 뭘 해낸 걸까. 고작 100일 동안 글 썼다고 좋아한 내가 문득 초라해 보였다. 일기 따위 쓴다고 뿌듯해했던 나에게 짜증이 났다.
엎친 데 덮친 격일까. 대학교 동기들과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던 중 한 친구가 문득 MBA를 떠난 남편이 여름 인턴에 합격했음을 알렸다. 코로나 시국에 미국까지 가서 공부한 사연을 알기에 모두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그렇지만 여름 인턴의 월급이 세후 700이며, 정직원 전환이 되면 최소 1,000만 원을 받을 예정이라는 말을 들으니 명치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앞으로 열심히 내조에 전념한다고 농담조로 말하는 친구를 보니 조금이라도 월급을 올려보려고 아등바등했던 내가 불쌍해졌다.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이 점차 사회로 나가면서 격차가 벌어진다고 하는데, 바로 그 순간 속으로 걸어 들어온 것 같았다. 나는 6년 동안 고생하며 일해 겨우 올린 연봉이 그의 인턴 월급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해 적은 월급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남자 친구의 푸석한 얼굴도 문득 스쳐 지나갔다.
남과 비교하는 걸 혐오한다. 혐오하면서도 스스로를 끊임없이 비참하게 하기 위해 괴롭힌다. 초라하고 작아진 나를 비웃는다. 넌 패배자야, 패배자야 하는 울림이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나만의 삶의 방식을 정립하고자 했던 다짐은 어디 갔는가. 나의 세계에서 할 수 있는 일, 최선을,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며 행복에 가깝게 걸어가려고 했던 수많은 시도들과 다짐들이 초라한 종이조각이 된 기분이다. 우울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