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순간의 합이다.
나는 나의 단점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단점에 좀 더 신경이 쓰이는 편이지만 내 성격에 장점이 많다는 것도 안다. ^^
모나기만 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
나의 장점 중의 하나는 시작을 잘한다. 그리고 리셋이 잘 된다. 그리고 도전적이다.
이 세가지말이 거의 비슷한 느낌인데, 나는 뭔가를 시작하는 데 있어서 그 문턱 에너지가 굉장히 낮은 편이다.
예를 들어서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몇년 전에 딸과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다음 날 출국이었고 우리는 마지막 한 끼를 맛있는 거를 먹고 싶어 했다.
검색을 해보니 주변에 상그리아 맛집으로 유명한, 리뷰가 높은 집이 있었다.
우리는 스페인 여행 내내 매일매일 상그리아를 마시고 다녔다.
스페인 상그리아는 우리나라 막걸리처럼 레스토랑마다 홈메이드로 만드는 거라, 가게마다 상그리아가 맛이 다 달랐다.
방문하는 레스토랑마다 상그리아를 이것저것 먹어보는 맛이 있었다.
그런데 바르셀로나에서 맛있는 상그리아 맛집을 발견했으니 너무너무 가보고 싶었다.
근데 거기는 예약을 받아야만 갈 수 있는 곳이었다.
간혹 현장에서 받기도 한다는 얘기도 들어서 일단은 가보았다.
갔더니 1-20명 가까이 긴 줄이 서 있었다.
그래도 현장에서 몇 팀을 들여보내 주기도 한다고 리뷰에도 써 있고 해서 우리는 열몇 팀이 줄 서 있는 거에 거의 마지막으로 줄을 섰다.
그렇게 서 있으니, 저녁 예약이 취소가 됐거나 하면, 한 팀 두 팀 정도씩 들여보내주는 거였다.
한 30분 이상을 기다려도 한 팀이 들어갈까 말까 정도 되니 우리 앞에 많은 사람들이 포기를 하고 먼저 떠났다.
그렇게 앞에 팀이 다 떠나고 우리만 남았다.
그날 예약이 취소된 팀을 추가로 받는 거라서 사실 이제 가능성이 거의 없는거였다.
근데 우리는 다음 날 출국이기 때문에 리뷰가 좋았던 이 집을 꼭 가보고 싶었고, 그 앞에서 계속 서성이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랬더니 그 레스토랑에서 기다리고 있던 우리를 힐끗힐끗 보더니 두 명이냐고 물었다.
그러고는, 지금 예약팀과 뒤에 예약팀 사이에 1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이 남았는데 그래도 괜찮겠느냐?
우린 괜찮다 충분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상그리아 때문에 왔으니까 충분하다 그랬더니 그 사람들이 들여보내줬다.
사람 가득한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우리 둘은 상그리아를 주문하고 그 집에서 유명한 안주로 빨리 나올 수 있는 걸로 부탁을 해서 (볼뽀랑 세비체 이런 것들 ) 먹었다.
상그리아 종류가 많은 전문집이었는데 그 상그리아를 두 잔씩인가 먹고 맛있게 먹고 나왔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면 이런 기회가 오기도 하는구나.
한번 해보지 뭐 한번 기다려보지 뭐 다른 일이 생길 수도 있잖아라는 생각으로 시도를 해 보는 게 비교적 쉬운 편이다.
달리기도 어떻게 보면 마찬가지다.
마라톤 대회 등록은 보통 6개월에서 1년 전에 미리 해 놓고 많은 사람들이 그 스케줄에 맞춰서 굉장히 열심히 연습을 한다.
그렇게 열심히 연습을 하고 좋은 컨디션으로 간다면은 제일 바람직할거다..
그렇지만 달리기가 내 주 업무가 아니다 보니 나는 내 직업에서의 일도 너무 바쁘고 가족들 챙길 일도 많고 등등 여러 가지 일이 많다 보니 달리기 연습이 꼭 계획대로 원활하게 최우선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다 보니 마라톤 대회를 신청했을 때의 각오와는 다르게 늘 준비가 부족하고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게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해서 나는 달리기 마라톤 대회를 포기를 해야 하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준비가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마라톤 대회를 나간다.
나가서 즐겁게 달린다.
기록에 연연하지 않으면 그 대회 자체를 즐기는 거는 굉장히 또 다른 즐거움이다.
물론 내가 굉장히 열심히 좋은 기록으로 달리면 그 또한 좋겠지만 내가 그 대회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거는 좋은 기록이 아니다.
나는 (대회를 나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 그 대회 자체에서의 즐거운 바이브 (액티브, 치얼풀, 행복감), 그리고 뭔가 나의 능력에 대비해서 뭔가 힘든 일을 마쳤을 때의 그 뿌듯함과 성취감, 그리고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경험을 내가 직접 해보는 것에 대한 즐거움, 등등을 위해 대회를 나간다.
그런 거 자체가 좋다.
내가 연습이 채 되지 않았다고 해서 대회를 포기하지 않는다.
준비가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나가서 그 분위기를 마음껏 즐기고 온다.
물론 힘들다. 굉장히 힘들지만 그리고 풀 마라톤을 잘 뛰지지는 못하지만 뛸 수 있을 만큼의 훈련은 평소의 운동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5~6시간안에 들어올 정도로 달린다고 하면 충분히 그 대회에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대회를 마칠 수도 있다.
몇번의 마라톤 대회를 나가보니, 내 나름대로 풀마라톤을 뛰는 요령을 익혔다.
평소의 내 체력과 나의 연습량으로 보았을 때에 나는 5시간 안으로 진입을 기록을 내기 위해서는 굉장히 열심히 훈련을 해야 되고, 대회가 끝나고 나서는 항상 2주 이상 아팠다.
근데 내가 이렇게 기록을 5시간 넘게 늦추다 보니깐, 천천히 들어오겠다고 마음을 먹고 대회를 즐길 수 있었고, 대회가 끝나고 나서도 회복이 굉장히 빠르다. 거의 아프지 않았다.
내 체력을 바닥까지 긁어서 쓰지 않다 보니까 훨씬 나는 그게 편하고 좋았다.
달리면서 대회를 즐길 수도 있고 대회 이후에도 내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는 데 전혀 무리가 없는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요새는 그렇게 달린다.
나는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한다.
인생을 살면서 열심히 공부해서 전교 1등 하고 좋은 사람과 결혼을 하고 돈도 잘 벌고 좋은 직업을 얻고 그러면 너무나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가 더 많다.
아쉽게도 학창시절에 공부를 못했을 수도 있고, 그때 공부를 열심히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못할 수도 있고, 결혼을 이상한 사람과 했을 수도 있고, 좋은 직장에 못 들어갔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원치 않는 상황이 생길 수가 있다.
그러면 그렇다고 해서 이번 생은 포기를 해야 되는가?
그렇지 않다.
공부를 못했다고 10,20대를 포기해야 하는가? 좋은 직장을 못들어가고, 좋은 사람과 결혼하지 못했다고, 30-40대를 포기해야 하는가?
10대 때 공부를 못했다면 20대, 30대 때 하면 되고, 20대 때 좋은 직장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30대, 40대 때 들어가면 된다.
그리고 서로 좋은 직장에 들어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공부를 못했다 하더라도 그 나름의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았다면 후회가 없을 거고, 그 현재의 상황에서 즐겁게 살면 된다.
지금 내가 그러지 못했다고 해서 이 삶을 끝낼 필요는 없는거다.
훈련이 부족하다고 해서, 마라톤을 달리다가 중간에 그만둘 필요가 없는 것처럼.
그렇게 꾸역꾸역 살다 보면 좋은 순간이 오기도 한다.
그리고 설혹 좋은 순간이 서로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의 내 순간을 온전히 즐기면 된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자.
너무 길게 계획을 잡지 말자
이런 말들이 나의 모토가 되었고 그렇게 살고 있다.
꼭 열심히 훈련해서 마라톤에 나가서 좋은 기록을 얻지 않아도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훈련을 하면 되고, 미처 준비가 다 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대회에 나가서 그 대회를 즐기면 된다.
그리고 대회가 끝나면 나는 빠른 회복을 통해서 다시 내 원래의 삶으로 또 돌아오면 된다.
나는 그렇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