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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감성 Dec 04. 2024

나는 오늘 오랜만에 온전히 나를 위한 커피를 내렸다



지금 나는
나를 위해 커피를 내린다
오랜만에,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약 한 달 반

통상 물리적인 시간으로는 길지 않으나
커피를 절절하게 사랑하는
심리적인 시간으로는 매우 길었던 시간.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아니,
이제 견딘다는 표현은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지나왔다.
어렵지 않게 지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니,
지나온 것도 아니다...
정신을 차리니
한 달이 좀 지나있던 이유는...

내 몸의 세포들이
잠시 멈춤을 염원해 준
결과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 몸의 세포들이
그들의 서식지인 이 육신을
보호하는 태세에 들어간 것이다.

고마워해야 할까?
그래, 그냥 고마워해야겠다.

여하튼
나는 오늘
정말 오랜만에 나를 위해 커피를 내렸다.

올해
나의 탄생 자축을 위해 마음먹고 구입했던 귀한 원두는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에 오픈되지 못했다.
하지만
더 뜻깊은 시간과 만남을 위한
향기로운 매개가 되었다.

그리고

그 콩들은
그 향기가 변질된 후에야
비로소 온전히 나와의 만남을 가졌다.


문득,
'비로소'가 아니라
'그래도'로 바꾸고
'감사함'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당신은 언제나 모든 것이
어째서 죽음이라는 방향으로 귀결되나"
"왜 삶에 욕심이 없다는 사람이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나?"
라는 질문을 받았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열심히 살고 있었나?'
'그렇게 보일 수 있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생각한다.
먼저 왔다고 일찍 가는 것도 아니고
늦게 왔다고 늦게 가는 것도 아니라고
가는 순서뿐만 아니라
가는 방식과 상태 또한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단지
생명이란
이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옮겨가는
상태의 이동이라 생각하기에
그냥
이 세상의 오늘을
잘 지내보자는 마음으로 산다.
잘 지낸다는 말은
나를 아껴주는 마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에너지로 이동을 하면서도
이 세상의 경험을 가지고
이동한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의 소멸은 육신뿐이다.
영원히 에너지로 존재하기에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켜켜이 쌓인다고 생각한다.
단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게 다다.




*현재 돌발건난청 이관개방증 증상으로

커피와 일시적 거리를 두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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