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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림 May 31. 2021

수정할 수 없는 글을 쓰는 건 어떤 마음일까

일간 이슬아 구독 후기


일간 이슬아 늦봄호 연재가 끝났다.


이슬아는 작가다. '일간 이슬아'는 이슬아가 매일 밤 글을 써 메일로 전송해 주는 메일링 서비스다. 구독료 1만 원을 내면 한 달 동안 총 20편의 글을 보내준다. 평일 동안 쓰고 주말은 쉰다. 한 편에 500원꼴이다. 나는 이 구독 서비스를 처음 접하고 '아니, 어떤 사람이 매일 밤 마감해야 하는 극악의 상황으로 자기를 밀어 넣은 것일까!' 하고 안타까워했다. 그의 용기가 궁금해서 구독을 시작했다.



처음엔 '어디 잘 보내는지 보자.' 하는 깐깐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그의 메일이 종종 제 맘대로 왔기 때문이다. 밤 12시 전에 올 때도 있고, 12시를 훌쩍 넘긴 시간에 올 때도 있었다. 그 기다림을 씻어내듯 글은 언제나 탁월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읽지 않은 메일이 점점 쌓였다. 보내준 글을 여는 것을 미룬 탓이었다. 매일  고민으로 적은 글을 맛있게 읽으면 되는데. 읽기만 하면 되는데. 나는 그것조차 미뤘다.  뒤론 매일  글을 끝맺는 그의 용기를 응원했다. 그의 빛나는 문장을 감탄하며, 때론 질투하며 그저 아무  없이 메일을 전송해주길 바랬다.​









매일 일기를 쓰고, 수없이 다시 읽는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문장을 고친다. 문장 가운데 '-의' 와 '-에' 사이에서 고민을 한다. '-한다.'와 '-했다' 사이에서 둘 중 뭐가 더 어울릴지 머릿속으로 주사위를 굴려본다. 그럴 때면 꼭 내가 작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기분이 좋아서 계속 고민을 쌓는다.



나는 고작 일기 쓰는 일에 이렇게 고민을 하는데, 매일 밤 수 천, 수만 명에게 수정할 수 없는 글을 보내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매일 밤 후회할까, 오늘은 잘 썼다고 뿌듯해할까. 그러다 마음에 안 드는 문장을 만나면 내일은 안 그래야지 하고 다짐할까. 확실한 건 매일 밤 글을 마치고 점점 튼튼해지는 것 같다. 이건 글을 쓰는 이도, 읽는 이도 마찬가지다.




한 달간 보내준 20편의 글 모두 양질의 것이었지만, 5월 18일 휴재 공지 메일이 기억에 남는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여서 그런 것 같다. 물론 다음 날이나 마지막 날 즘 휴재 날의 글을 꼭 채워 보내줬다.(그를 믿어 20개 인지 직접 세어보지는 않았다.)



오래 고민하며 휴재 양해 메일을 보낼 때마다 늘 이 말을 전하게 됩니다. 너무 힘든 날에 일을 하루 미룰 기회가 독자님들께도 있기를 소망한다는 말을요. 부디 월차와 조퇴가 허락되는 늦봄 보내고 계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그런 늦봄을 보내겠습니다. 독자님들께 최대한 좋은 것만 드릴 수 있도록 건강하고 행복한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_일간 이슬아 5월 18일 메일 中에서






이슬아는 이미 너무 유명하지만, 혹시 내 글로 처음 접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개인 계정을 첨부한다. 그의 공지에 따르면 올해는 더 이상 일간 이슬아 예정이 없지만, 체력이 따른다면 추운 계절쯤에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의 용기를 함께 지켜보면 좋을 것 같다.



https://www.instagram.com/sullalee/?hl=ko


작가 이슬아 @sullalee




2021. 5. 31

일간 이슬아 늦봄호 구독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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