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이슬아 구독 후기
일간 이슬아 늦봄호 연재가 끝났다.
이슬아는 작가다. '일간 이슬아'는 이슬아가 매일 밤 글을 써 메일로 전송해 주는 메일링 서비스다. 구독료 1만 원을 내면 한 달 동안 총 20편의 글을 보내준다. 평일 동안 쓰고 주말은 쉰다. 한 편에 500원꼴이다. 나는 이 구독 서비스를 처음 접하고 '아니, 어떤 사람이 매일 밤 마감해야 하는 극악의 상황으로 자기를 밀어 넣은 것일까!' 하고 안타까워했다. 그의 용기가 궁금해서 구독을 시작했다.
처음엔 '어디 잘 보내는지 보자.' 하는 깐깐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그의 메일이 종종 제 맘대로 왔기 때문이다. 밤 12시 전에 올 때도 있고, 12시를 훌쩍 넘긴 시간에 올 때도 있었다. 그 기다림을 씻어내듯 글은 언제나 탁월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읽지 않은 메일이 점점 쌓였다. 보내준 글을 여는 것을 미룬 탓이었다. 매일 밤 고민으로 적은 글을 맛있게 읽으면 되는데. 읽기만 하면 되는데. 나는 그것조차 미뤘다. 그 뒤론 매일 밤 글을 끝맺는 그의 용기를 응원했다. 그의 빛나는 문장을 감탄하며, 때론 질투하며 그저 아무 탈 없이 메일을 전송해주길 바랬다.
매일 일기를 쓰고, 수없이 다시 읽는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문장을 고친다. 문장 가운데 '-의' 와 '-에' 사이에서 고민을 한다. '-한다.'와 '-했다' 사이에서 둘 중 뭐가 더 어울릴지 머릿속으로 주사위를 굴려본다. 그럴 때면 꼭 내가 작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기분이 좋아서 계속 고민을 쌓는다.
나는 고작 일기 쓰는 일에 이렇게 고민을 하는데, 매일 밤 수 천, 수만 명에게 수정할 수 없는 글을 보내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매일 밤 후회할까, 오늘은 잘 썼다고 뿌듯해할까. 그러다 마음에 안 드는 문장을 만나면 내일은 안 그래야지 하고 다짐할까. 확실한 건 매일 밤 글을 마치고 점점 튼튼해지는 것 같다. 이건 글을 쓰는 이도, 읽는 이도 마찬가지다.
한 달간 보내준 20편의 글 모두 양질의 것이었지만, 5월 18일 휴재 공지 메일이 기억에 남는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여서 그런 것 같다. 물론 다음 날이나 마지막 날 즘 휴재 날의 글을 꼭 채워 보내줬다.(그를 믿어 20개 인지 직접 세어보지는 않았다.)
오래 고민하며 휴재 양해 메일을 보낼 때마다 늘 이 말을 전하게 됩니다. 너무 힘든 날에 일을 하루 미룰 기회가 독자님들께도 있기를 소망한다는 말을요. 부디 월차와 조퇴가 허락되는 늦봄 보내고 계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그런 늦봄을 보내겠습니다. 독자님들께 최대한 좋은 것만 드릴 수 있도록 건강하고 행복한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_일간 이슬아 5월 18일 메일 中에서
이슬아는 이미 너무 유명하지만, 혹시 내 글로 처음 접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개인 계정을 첨부한다. 그의 공지에 따르면 올해는 더 이상 일간 이슬아 예정이 없지만, 체력이 따른다면 추운 계절쯤에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의 용기를 함께 지켜보면 좋을 것 같다.
https://www.instagram.com/sullalee/?hl=ko
작가 이슬아 @sullalee
2021. 5. 31
일간 이슬아 늦봄호 구독을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