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요에서 찾은 '말하는 대로'
여기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전라도 청년이 있다. 그는 경상도의 유명한 집안의 딸이 절세미인이라는 소문을 듣는다. SNS를 통해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그는 그녀가 자신의 여자 친구라는 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한다. 그 소문은 삽시간에 퍼진다. 소문을 들은 그녀는 부모님께 큰 꾸지람을 듣고 쫓겨난다. 미안한 마음에 청년은 그녀에게 찾아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진심이 통한 것일까? 결국 그는 자신이 퍼트린 소문대로 정식으로 교제하게 되고, 결국에는 부모님의 허락까지 받아 결혼하여 잘 먹고 잘 사는 해피엔딩으로 극을 마무리한다.
서동요 이야기를 현대판으로 각색한다면 이 정도의 이야기로 나오지 않을까?
최근 수도권의 과밀화가 더욱 심해지면서 2020년 기준, 대한민국 인구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한다. 따라서 지방 중소도시들은 인구 감소를 직면하고 있으며 살아남기 위해 도시마다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각자 도시의 브랜드를 살린 지역 다움은 언제나 핵심 키워드다.
그의 일환으로 지역의 대표성을 지닌 축제가 1년 내내 열린다. 이건 익산시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매년 5월과 10월에 개최하는 '서동축제'와 '국화축제'가 있다. 준비를 많이 한 듯 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설픔이 느껴져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매년 가을에 열리는 천만 송이 국화축제가 열릴 때면 유동인구가 늘어나 주차난에 시달리는 걸 보니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듯 보인다. 가을 국화의 풍성함과 향긋함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치면 안 된다. 일회성에 그치는 지역축제는 오래오래 기억되기 힘들다.
이야기의 주된 배경인 서동의 고향이 바로 익산이다. 어떤 도시를 여행할 때, 그곳의 과거 유래나 이야기를 알게 되면 일순간 친근해지고 여행의 볼거리가 풍성해진다. 이야기의 실제 배경이 되는 곳이라면 이야기를 따라 여행할 수도 있다. 서동요에 대한 구체적인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서동요>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사귀어 두고
서동 방을
밤에 몰래 안고 가요
백제의 서동이 지어 부른 '서동요'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향가이자 동요다.
삼국시대 후기, 백제에서 태어난 서동은 '마를 캐는 아이'라는 뜻을 가지고 홀어머니와 매우 가난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신라 진평왕 셋째 딸 선화공주가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라로 들어간다. 근방 마을 아이들과 친해지며 위와 같은 노래를 지어 입에서 입으로 멀리 퍼지게 하였다고 한다. 불경스러운 노랫말이 대궐 안까지 들리자 임금은 궁궐 밖으로 선화공주를 내쫓아버린다.
서동은 오갈 데 없이 쫓겨난 선화공주가 귀양 가는 길에 기다렸다가 맞이하고 서동의 진심이 통해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된다. 선화공주가 쫓겨날 때 가져온 금덩어리를 기반으로 백제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익산은 백제의 고도로 서동요와 같은 사랑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익산 내에서 서동요에 대한 즐길 거리를 체험하고 싶어도 딱히 갈만한 곳이 생각나지 않는다. 익산의 일상에서 백제의 문화와 서동요를 경험한다면 그것이 익산 다움이 아닐까. 그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 주는 힘일 것이다.
덧붙여 말은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 속담 중에 '말이 씨가 된다.'라는 말처럼 말하다 보면 바라던 바가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과 가약을 맺은 서동요처럼 익산에서 익산 다움을 끝없이 발견하고 주목한다면 활기찬 익산, 여행하고 싶은 익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