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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Apr 22. 2024

여행 옷

  오랜만에 하동과 구례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자주 다닐 때는 준비하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우왕좌왕했다. 떠나기 며칠 전부터 입을 옷을 정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일이 년은 안 입은 리넨 원피스가 입고 싶어 져서 깊숙이 넣어둔 원피스들을 꺼내 입어보았다. 맘에 들었다.

  다음 날은 네이비 셔츠 원피스와 면 블라우스 등을 입어보았다. 괜찮았다. 전날엔 아이보리색 데님에 연노랑 반팔 티셔츠를 입고 진 밤색 폴로 카디건을 걸쳤다. 점퍼는 밝은 베이지색으로 정했다.

  떠나는 금요일, 여행 둘째 날인 토요일에 비가 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청바지에 흰 반팔 티와 회색 카디건을 입고 후드가 달린 검은색 점퍼를 들고 집을 나섰다. 마음이 편했다. 점점 무채색이,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옷이 좋아진다. 잊지 않고 스카프와 장화도 챙겼다. 옷은 활동하기 편했고 여러모로 부담이 없었다. 스카프는 목을 따뜻하게 했으며 진흙길에서는 장화가 빛을 발했다. 우산을 빼먹고 안 가져갔는데, 차에도 없어서 작고 가벼운 새 양산을 희생했다(까먹고 휴대폰을 집에 두고 갔던 지난 하루 여행보단 나았다).

  이번 여행에선 화장을 안 하고 선크림만 바르고 다닐 예정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자연스러울 거란 생각과 달리 푸석하고 생기 없어 보이다 못해 처진 얼굴 덕에 심술궂어 보이기까지 했다. 하는 수 없이 둘째 날부터 얼굴에 바탕색을 칠하고 눈과 입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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