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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Apr 30. 2024

도심 산책

  토요일, 나는 남편과 지하철을 타고 종로 3가로 갔다. 

  주말의 번화가 산책은 느지막이 일어나 아점을 먹다가 날씨가 좋아서 집에 있기는 아깝다는 말이 나왔고, 그럼 서울이나 갈까? 하는 가벼운 말로 시작되었다. 

  남편과 나는 둘 다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결혼 후 남편의 직장 때문에 서울 근교로 옮긴 후 지금까지 살고 있다. 나는 친구들을 만나는 등 서울에 자주 가지만 남편은 업무나 경조사를 제외하곤 서울에 거의 가지 않았다. 청계천이나 광화문 광장, 한강의 유람선 따위는 그야말로 티브이에서나 보았던 것이다. 

  종로 3가에 내려 제일 먼저 간 곳은 세운 상가였다. 남편이 젊었을 때 친구와 공테이프를 사러 왔었다는 곳 삼층에는 작고 정겨운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름만 들어봤던 호랑이 커피는 사람이 많아 안팎 모두 앉을자리가 없었다. 조금 더 걷다가 이름 모를 작은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를 사서 그늘진 바깥 자리에 앉았다. 나오니까 좋았다. 

  길 건너편에는 종묘가 있었다. 종묘에 들어가 본 건 처음이었다. 건물만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안에는 넓은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본관은 공사 중이었다). 키가 크고 굵은 나무들에 둘러싸여 앉아 있으니 도심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고, 어딘가 산사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얼음만 남은 컵을 들고 청계천을 느리게 걷고, 광화문 광장을 두리번거리며 걸은 다음 이른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엔 유람선도 타 보자."

  남편이 말했다. 

  나 역시 유람선을 타 보고 싶은 마음이 처음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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