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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kuen Kim Jun 15. 2018

태풍

장마기간 비 안 온다고 투덜댔더니 한꺼번에 마구 내린 비

<http://www.jma-net.go.jp/okinawa/menu/koho_info/taifu/okinawa_typhoon.htm>


오키나와 본 섬을 통과하는 태풍은 정말 오래간만인 것 같다. 

지난 5호 태풍은 오키나와 남동쪽 다이토우섬을 지나가더니 생각보다 비가 안 내려 기간 작물인 소금기 머금은 사탕수수들이 말라 죽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 올여름 태풍이 생각보다 적을 것 같은 느낌과 장마기간인데도 비가 이리 내리지 않으니 이번 여름에 물 부족으로 난리가 나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을 하니 엇그제부터 타이완 옆에 열대 저기압이 발생, 오늘 6월 15일이 되자 6호 태풍으로 바뀌어 오키나와 본 섬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태풍이 오기 전 어제는 왜 이리 비가 많이 오던지, 하늘이 마치 구멍 뚫린 것처럼 폭우가 내렸다. 오키나와 현지에서 전하는 뉴스들은 해갈의 "축복의 비"로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태풍이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오면 오는 대로 불편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연의 섭리에 인간이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법. 


사실 오키나와 바다의 경우에도 태풍이 한번 와 줘야 수온관리 및 산호들에게도 좋은 환경이 제공이 된다고 한다. 너무 태풍이 안 오면 산호가 죽는 일이 빈번해져 오키나와 하면 바다가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되지만 태풍의 역할도 꽤 중요한 모양이다. 


 


사실 마린 스포츠 관련 일을 하는 나로서는 태풍이 올 때마다 이것저것 피곤해진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미래를 생각하면 태풍이 안 오는 것보다 오는 게 좋지만 현실적으로 태풍으로 인해 취소가 되는 비즈니스 찬스를 생각하면 너무 아쉽기도 하다. 


태풍이 이동하는 길에 위치한 오키나와 답게 여름철 태풍의 소식은 솔직히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 재미있는 것은 오키나와에 접근하는 태풍들이 마치 일부러라도 그런 것처럼 주말에 꼭 찾아온다. 평일에 오기라도 해서 대중교통이 움직일 수 없는 정도라면 관광서가 문을 닫고 학교도 휴업을 하고 일반 회사들도 휴무를 해서 예상치 못한 휴가를 얻어 전날 슈퍼에서 맥주와 먹거리들을 준비해 쉬기라도 하는데 주말에 오면 왠지 손해를 보는 느낌을 갖는 것은 아마도 오키나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일 것이다. 


이벤트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주말에 찾아오는 태풍이 달갑지 않은 게 분명할 것이다. 2년 전에는 태풍 두 개가 연달아 주말에 오키나와를 강타한 적도 있고 이번 6호 태풍 또한 보기 좋게 주말의 오키나와 본 섬 위를 관통한다.


 



태풍이 지나기 전날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잔잔해진 바람과 후덥지근한 공기, 흐린 하늘 사이로 조금씩 보이는 파란 하늘. 무엇보다 인상적인 저녁노을 등이 '폭풍전야'를 설명하듯 펼쳐지는데 바로 오늘이 그런 날이다. 이번 태풍은 큰비를 동반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오키나와의 댐 저수율이 절반 이상으로 낮아져 고민하던 것은 해갈이 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지만 한꺼번에 집중적인 비가 올 경우 오히려 오키나와 기간 작물에게 있어 바라던 비가 피해를 전해주기에 농가들은 이번 태풍에 유난히 신경이 쓰일 것 같다. 


오늘은 퇴근하면서 맥주 좀 사놓고 아이들과 먹을 군것질거리 그리고 장거리들을 봐서 집으로 가야 할 것 같다. 물론 태풍이 와 날아다닐 베란다의 작은 물건들도 정리를 하려면 조금은 피곤한 저녁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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