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없으면 불편한 오키나와에서의 교통사고처리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얼굴 좀 보자"
"아니 왜 안 나타나는 거지?"
정말 연일 날씨가 뜨거운 오키나와. 강렬한 자외선들을 맞으며 살이 익어가는 느낌을 만끽하며 산책을 하기에는 도무지 용기가 안 나던 어느 날.
사무실에서 일찍 일을 마치고 개인적으로 물건을 살 일이 있어 쇼핑몰로 이동을 하기 위해 주차장에 가서 성급히 차 문을 열고 차에 타서 시동을 걸 준비를 하니 계약 주차장의 관리인이 급하게 내 차 창문을 두드린다. 뭔 일이지 하고 나가보니 관리인 왈 "부츠캇테루요~(부딪혀있다)" "하이? (네?)"
밖으로 나와 차량 앞을 보니 앞의 차량이 정말 기술도 좋게 마치 뽀뽀하듯 차량의 앞 범퍼가 서로 맞닿아있다.
안 그래도 주차장의 저 자리가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어 항상 저 자리에 차를 대곤 하는데 물론 내가 주차를 할 대 앞에 라인에 차가 없었기에 기억을 하고 있었고 당연히 상대차가 주차를 할 때 내 차와 부딪힌 게 분명하지만 상대가 그것을 인정 안 한 상태에서 내가 차를 움직여 그냥 가면 나중에 역으로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에 관리인을 통해 상대 차량의 차주를 호출하기로 했다.
그런데 차주를 확인할 수 있는 주차증의 반쯤 접혀 있어 번호를 알 수 없었고 주차장에 등록되어 있는 차량 번호도 관리차량 명부에서 확인할 수가 없어 시간이 걸리는 상황. 결국 베테랑 관리인이 물어 물어 차량을 등록한 회사를 알아냈고 그 회사에 전화를 해서 회사 직원 중 한 사람의 차량이 사고가 났으니 빨리 와 달라고 리셉션 측에 전달을 했다. 그러나 뜨거운 태양 아래서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도 없고 차주는 나타나지도 않고.....
점심도 안 먹고 이미 두시가 지난 시점에 화도 나고 해서 주차장 관리인에게 "밥 먹고 올 테니 만약 상대 차주 오면 기다리던지 3시에 다시 만나자고 연락해 주세요~"라고 밥을 먹고 오니 그래도 나타나지 않는다. 웬만하면 접촉도 경미하고 해서 상대 차주의 확인만 끝나면 볼일을 보러 가려고 했는데 이때부터 점점 화가 나기 시작...
너무나도 더운 날씨에 머리 속에서는 이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하나, 용서를 해 줘야 하나 아니면 정식으로 사고 처리를 해야 하니 복잡하게 여러 생각들이 돌아가고 자동차 정비공장을 경영하시는 형님께 문의도 하면서 땀을 흘리고 있는데 이제야 한 남자가 주차장으로 슬슬 걸어와 나를 쳐다본다.
상대: "어 차가 부딪혀 있네요?" "몇 시에 주차하셨어요?"
나: (뭐라고 요것 봐라) "당신보다 내가 먼저 주차했거든요, 내가 주차할 때 앞라인에 다른 차량 없었어요"
상대: "그래서 몇 시에 주차하셨는데요"
나: (우와~~ 이거 이거 이거...) "9시 반 조금 넘어서 했는데요"
상대: "음.. 그럼 내가 박은 게 맞네요"
나: (이런 ㅆ.......)
상대: "어떻게 할까요? 경찰 부르고 사고 처리할까요?"
나: (웬만하면 그냥 봐주려고 했는데 요것 봐라 올커니) "네 그러세요"
결국 상대가 경찰에 사고처리 전화를 하고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서 사고 상황을 확인하고 각 차주들의 면허증, 차량 등록증과 종합보험 상황 그리고 연락처 등을 확인하고 차량 파손 정도를 확인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라고 한 뒤 현장 상황은 끝.
참고로 교통사고가 났을 때에는 우선 본인 또는 상대방의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탑승하고 있는 사람의 다친 정도를 먼저 확인하고 조치를 한 뒤, 사고 상황의 증거가 될 수 있는 여러 방향에서 사진을 찍어 두는 것이 중요하고, 복잡한 출퇴근 길이거나 다른 사람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는 상황에서 차를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상대방과 이야기를 해서 차를 한쪽으로 치우는 것도 괜찮다.
사고 처리를 위해서는 경찰에 연락을 해야 하는데 일본의 110 (경찰전화)를 하면 사건입니까? 사고입니까?를 물어와 사고라고 하면 위치를 확인해 바로 와서 사고 현장을 확인 피해 정도 및 차주의 면허증, 종합보험 증 등을 확인한다. 그 후 상대 차주와의 이름과 연락처를 서로 교환하고 가능하면 상대 보험회사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 본인 또한 과실이 있을 시에는 보험회사에 연락을 해서 사고 상황과 보험 관련 담당자를 알아두는 게 중요하다. 추후 보험회사는 과실 비중 등을 확인해서 연락을 주고 거기에 따른 비용이 얼마가 발생을 했는데 현금으로 처리를 할지 아니면 보험으로 처리를 할지 물어오게 되고 금액에 따라 판단을 하면 된다.
이번 접촉 사고의 경우에는 상대방 과실이 100% 였기 때문에 경찰의 사고 처리 후 볼일을 보고 있으니 상대방의 보험회사의 담당자에게 전화가 와서 차량 파손 정도와 수리 예정 정비공장은 어디고 견적을 받아 놓으면 정비공장과 연락을 직접 취할 예정 등 추후 처리 상황에 대해 5분에서 10분 정도 통화를 했다.
상대가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주차를 하면서 이렇게 된 줄 몰랐네요, 죄송했습니다."라고 먼저 사과의 말이라도 했었으면 "아 네 괜찮아요, 원래 차가 흠집이 많아 괜찮습니다. 다음부터 조심하시면 되죠"라고 착한 짓 좀 하려고 했건만 상대의 태도가 나의 마음을 확 달라지게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견적서에 가고 차 수리하고... 왠지 귀찮은 마음도 생긴다.
어쨌든 오키나와의 뜨거운 여름은 참으로 평화롭다.
알다가도 모를 오키나와의 삶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