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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스텔라 Sep 03. 2018

#5 오빠가 게 맛을 알아?

“오빠, 게 먹어봤어? 강아지 말고 게!”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패러디했다는 ‘게 맛 CF’가 한때 유행했다. 간장 게장 게 딱지에 밥을 비벼 먹어 본 사람은 안다. 게장은 밥도둑이라는 사실을. 한 입 크게 베어 물면 식욕을 돋우는 간장 게장의 독특한 맛 때문이리라.


  TV 프로에서도 게장을 맛있게 먹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배우들이 숟가락에 흰쌀밥을 듬뿍 퍼서 입에 넣는다. 그리고 간장 게장의 꽉 찬 살을 입으로 가져가 쪽 빨아먹는다.

  그런데 이 장면을 맛있게 지켜보는 우리와는 다르게 다희 씨는 별 반응이 없다.

  “다희 씨, 간장 게장 먹고 싶지 않아요?"

  “아니오. 그게 뭔 맛이 있어요? 보기에 징그러워서…….”

  “한 번도 안 먹어 봤어요?”

  “네.”


  다희 씨가 지나치게 소식을 해서 걱정한 적이 있다. 밥을 거의 안 먹거나 조금만 먹는다. 살이 계속 빠지는 다희 씨의 건강이 우려돼 진지하게 조언했다. 

  “이렇게 밥을 조금 먹으면 기력도 없고 몸이 안 좋아질 수 있어요.”

  “나는 배고픈 걸 잘 모르겠드래요.”

  이후 다희 씨는 식사량을 늘리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지만, 지금까지도 밥 먹는 것을 그렇게 즐거워하지 않는다.


  좀 더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해주면 어떨까? 시설에 살다 보면 맛보기 어려운 음식이 있다. 그중 하나가 게장이다. 다희 씨에게 간장 게장 맛을 꼭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 저녁으로 간장 게장 어때요?”

  “그래요!”

  잠시 고민하듯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도전해보겠다는 목소리로 톤을 높여 말했다. 우리는 모처럼 외식을 하기로 했다. 다희 씨와 같이 살고 있는 정순 씨와 미정 씨는 평소 TV를 보며 먹고 싶은 것을 생각해 두는 편이기에 외식하는 날에는 항시 들떠 있었다. 그러나 이날 다희 씨의 얼굴에는 약간의 망설임이 서려 있었다. 말로만 듣던 게장을 먹는다는 게 영 어색했나 보다.


  흰 바탕에 파란 줄무늬가 그려진 접시에 깔끔하게 손질된 게가 먹음직스럽게 차려졌다.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모르는 다희 씨가 나를 보고 따라 했다. 게 딱지에 밥을 두 숟가락 넣었다. 호기심 가득한 다희 씨도 나를 따라 밥알이 튀지 않게 조심스럽게 비비기 시작했다.


  맛있게 숙성된 게 내장과 잘 비벼진 밥을 한 숟갈 입에 넣자 게장의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오묘한 이 맛. 짭조름하고 고소한 이 맛. 다희 씨의 느낌이 궁금했다.

  “맛이 어때요?” 

  “생각보다 괜찮네요.”

  “그죠? 게장이 밥도둑이라는 말도 있어요.”

  다희 씨가 미소를 지었다. 

  “근데 우리 언니들은 이거 먹어봤나…….”     


  다행이다! 다희 씨가 처음 먹어보는 음식에 호기심을 갖고 맛이 괜찮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친언니를 떠올린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좋아하는 사람이 생각나듯 다희 씨도 그런 것 같다. 평소 다희 씨는 밥 한 공기도 먹기 힘들어했는데 오늘은 밥 한 공기를 거뜬히 먹었다. 다희 씨에게도 게장은 밥도둑임이 분명했다. 게를 넣고 끓인 된장국까지 맛있게 다 먹었다.


  며칠 뒤 다희 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정혁 오빠를 만났다.

  “오빠, 게 먹어봤어? 강아지 말고 게!”

  “꽃게?” 

  “응.” 

  “아니. 난 돈가스가 좋아.”

  “오빠가 게 맛을 알아? 한번 먹어봐.”

  다희 씨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정혁 씨에게 말했다. 마치 TV 광고 같은 두 사람의 대화가 왜 그리 재미있던지 우리는 깔깔깔 소리 내어 웃었다. 추운 겨울의 날씨였지만, 덕분에 주위 모두가 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였다.  

  접하지 못했던 음식의 맛을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요즘은 여행의 테마를 맛집 투어로 정하고 맛 기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지 않던가.

  다희 씨가 사회 속에서 자신의 취향을 하나씩 발견해 나갔으면 좋겠다. 다양한 음식을 즐기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재미를 애지람 이용인들도 느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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