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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스텔라 Sep 10. 2018

#6 그녀의 일상에 별빛이 흐를 때

그녀의 꿈은 무엇일까?

        

  날씨가 포근해 모처럼 다희 씨와 저녁 산책을 했다. 호수를 에워싼 가로등이 유년의 꿈처럼 반짝였다. ‘그녀의 꿈은 무엇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게 질문했다. 평소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이 없는 다희 씨는 이 질문만큼은 답하기 힘들었는지 큰 눈을 힘주어 깜빡이며 입을 다물었다.


  나는 안다. 간질 장애를 앓고 있는 다희 씨가 직장을 갖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남들처럼 노동하고 월급의 일부를 저축하는 삶을 그녀가 얼마나 간절히 꿈꾸는 가를. 그러나 그녀가 이따금 보이는 간질 증상은 그녀의 소박한 꿈을 매 순간 걷어찬다.

  그녀는 몇 년 전 생애 처음으로 취업을 했다. 어렵사리 입사했지만 일 년여 간 땀 흘려 일한 직장이 그만 문을 닫고 말았다. 이후 재취업한 직장도 회사 사정으로 그만두었다. 장애로 인해 취업할 기회가 흔치 않은 그녀다 보니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잃었다는 사실이 오죽이나 받아들이기 힘들었을까. 풀이 죽은 그녀의 표정을 보니 내 가슴도 먹먹하다.  


  이런 상황에는 희망의 불씨를 피워줘야 한다. 질문이 잔잔했던 침묵에 파문을 일게 했다.

  “다희 씨는 취미나 특기가 뭐예요?”

  “취미가 뭐예요?”

  아차, 그녀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단어였나 보다.

  “평상시에 무엇을 하면서 시간 보내요?”

  “산책이요.”

  “산책하는 거 좋아요?”

  “네.”

  “그럼 산책이 취미네요.”


  “다희 씨가 가장 잘 하는 건 뭐예요?”

  무뚝뚝한 그녀가 한참을 생각한다.

  “빵 만들 줄 알아요.”

  “아! 다희 씨는 빵을 잘 만드는구나. 그게 다희 씨 특기예요!”

  “특기가 뭐예요?”

  다시 풀어서 설명을 해야 한다.

  “나는 아직 빵 만들 줄 모르는데 다희 씨는 빵을 잘 만들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특기’라 하고, 좋아하는 것을 ‘취미’라 해요.”

  “아하.”

  이제야 알겠다는 듯 엷은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인다.


  “다희 씨는 꿈이 뭐예요?”

  “꿈요? 몰라요.”

  “음……. 그러면 요즘 가장 바라는 게 뭐예요?”

  “돈 버는 거요.”

  그녀의 지갑에 들어간 돈은 여간해선 빛을 보기 힘들다. 장애수당으로 받은 돈도 꼬박꼬박 통장으로 들어간다.

  “일할 수 있는 직장에 다니고 싶은 거예요?”

  “네. 없어지지 않는 직장.”

  “우리가 바라는 것을 ‘꿈’이라고 하는데, 지금 다희 씨 꿈은 ‘안정적인 직장 생활’이 되겠네요?”

  “네. 그러고 싶어요.”


  대화는 자연스럽게 취업을 위한 면접 이야기로 이어졌다. 우리는 면접관이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면접 연습을 했다. 다희 씨가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대답하고 취미와 특기를 말할 수 있도록 연습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꿈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했다.

  “저의 꿈은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취업을 꿈꾸는 의지와 열정이 이처럼 절실할 수 있을까? 갑자기 서글퍼졌다. 비장애인도 안정된 직장을 갈망하는데 그녀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까닭 모를 슬픔이 몰려왔다.

  누구나 자신도 알지 못하는 꿈이 있다. 꿈이 있는 삶을 갖도록 도울 때 나는 가슴이 뛴다. 사회복지사로서의 숙명이기도 하다. 그녀가 꼭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도울 것이다.


  “다희 씨의 꿈을 응원할게요! 면접 잘 봐요.”

  “네!”

  그녀의 밝은 미소 속에는 별빛보다 영롱한 꿈이 빛나고 있다. 언젠가 그녀의 일상에도 별빛이 흐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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