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해봤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 나요.
“정순 씨, 오늘 뭐 드시고 싶으세요?”
“된장국에 밥 먹고 싶어유.”
“혹시 된장국 끓일 줄 아세요?”
“옛날에 해봤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 나유.”
된장국을 끓이기로 했다. 필요한 부식을 사기 위해 장을 보러 갔다. 식료품 판매대에서 기본 찬거리를 장바구니에 담는데 정순 씨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된장국에 배추를 넣으면 시원한데….”
정순 씨에게는 된장국에 배추를 넣고 끓였던 맛이 더 그리웠나 보다.
“그럼 배추를 넣어서 끓여 볼까요?”
“좋아요.”
정순 씨는 배추를 넣은 된장국 먹을 생각에 뜰 떠 보였다. 냄비에 국그릇으로 물을 네 번 넣을 수 있도록 도왔다. 물이 끓자 멸치와 다시마도 건넸다.
“요렇게요?”
정순 씨는 나를 보고 밝게 웃으면서 멸치와 다시마를 넣었다. 배추를 씻어 식탁에 올리고 도마와 칼을 준비해 정순 씨가 직접 썰도록 도왔다. 정순 씨는 옛 기억을 되살리며 일정한 간격으로 천천히 배추를 썰었다. 육수가 완성되자 정순 씨는 된장을 두 숟가락 가득 떠서 한참을 저었다.
“이렇게 해야 된장이 풀려유.”
“아, 그렇네요! 옛날 기억이 나는 거예요?”
“네, 기억이 나유….”
그러나 배추를 넣을 때에는 망설이더니,
“이걸 다 넣어요?”라고 묻는다.
“조금씩 넣으면 풀이 죽으면서 점점 작아질 거예요.”
배추를 조금씩 넣어가며 한소끔 끓인 된장국이 완성되었다. 그런데 마법이라도 부린 걸까? 유명한 식당에서 먹었던 된장국보다 더 구수하고 깊은 맛이 났다.
“맛 좋네, 거 시원~하네!”
정순 씨가 맛을 보더니 만족스럽게 외쳤다. 같이 사는 미희 씨에게 된장국을 국그릇에 떠주며 자기가 만든 거라며 자랑도 한다.
오늘 정순 씨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된장국을 끓여본 것이다.
얼마 후, 정순 씨가 강알렉산델 스페인 신부님을 집으로 초대했다. 삼겹살을 준비하고 좋아하는 배추 된장국을 끓였다.
“이거 내가 만들었어요. 맛있게 드세요!”
정숙 씨는 신부님이 한국말이 서툴다고 생각해서인지 말을 천천히 했는데 생소한 어투로 느리게 또박또박 전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오, 직접 만들었어요? 맛있네요.”
신부님이 칭찬하자 정순 씨가 환하게 웃었다. 오늘의 밥상에서 삼겹살과 배추 된장국의 궁합은 최고였다.
이후 정순 씨는 배추 된장국을 끓이는 데 자신감을 보였다. 찾아온 손님에게도 자주 끓여주는 모습을 보였고, 언젠가는 여동생에게도 배추 된장국을 끓여주겠다고 했다. 자신이 잘 만들고 맛있어하는 배추 된장국을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끓여줄 수 있다는 것도 사랑의 표현이구나!
나도 이제는 손님으로써 정순 씨의 배추 된장국을 먹을 날이 기다려진다.
‘그런데 정순 씨, 나는 언제 초대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