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김치가 맛있다는 당신의 말을 믿을 수 없어
올해 들어 내 손으로 직접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다. 나와 아내는 학업과 일 때문에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어서, 웬만한 먹거리는 직접 해결해야 하는 처지다. 이국땅에서는 잘 챙겨 먹는 것도 일이라, 그간 부모님들께 손 벌려 얻어먹던 밑반찬들이 얼마나 귀하고 고마운 것들이었는지 새삼 깨닫는다. 김치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냉장고에 종류별로 갖췄던 김치가 지금 우리 부부에게는 귀한 존재가 됐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구입할 수는 있다. 로스앤젤레스나 애틀랜타, 시카고처럼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아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에도 한인마트는 있다. 밖에 나가기 귀찮으면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먹으면 될 일이다. 문제는 한국에서의 맛있는 김치에 길들여진 우리 입맛에 미국 한인 마트 김치들의 수준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사는 족족 후회했다. 이럴 바에는 내가 만드는 게 차라리 낫겠다.
그렇다. 그런 오만한 생각으로 집에서 직접 김치를 담그게 된 것이다. 양배추 김치로 시작해, 배추김치, 깍두기까지 다양한 종류를 시도했다. 처음 시도한 양배추 김치는 꽤 먹을 만했다. 그래서 사기가 충천했다. 코로나 이후 칼질이 늘며 한껏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을 때였다. 하지만 배추김치와 깍두기는 수준이 달랐다. 요린이 따위에게 그 맛을 쉬 허락하지 않았다. 배춧잎은 덜 절여져 꺾으면 부러지거나, 물이 덜 빠져서 김치통에 맑은 물이 생겼다. 아삭한 식감 따위는 없었다.
< 내겐 너무 어려운 배추김치 >
그런데도 아내는 내 김치를 잘만 먹었다. 심지어 부끄러운 배추김치까지도. 내 김치가 마트에서 산 것보다 100배, 1,000배 낫다고 한다. 적어도, 어떤 재료들을 썼는지 모를 마트 김치보다 건강한 맛이 난다나. 담글 때마다 채 익지도 않은 김치를 잘도 떼서 먹는다. 이렇게 잘 먹어주니 고맙긴 한데, 정작 김치에 대한 나의 자신감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몇 달 전 담근 배추김치가 거의 떨어져, 오늘 오랜만에 새 김치를 담갔다. 만만한 양배추를 하나 집어 들었다.
“역시 여보의 김치는 최고야!”
가끔은 아내의 입맛을 믿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