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국수 먹고 싶어"

Nov. 6, 2019

by Joe Han

어린 시절, 방학마다 할머니와 비둘기 완행열차를 타고 한참을 달리곤 했다. 울산 고모댁에 놀러 가던 길. 도대체 역은 어찌 그리 많은지, 느릿한 열차 속도보다, 만나는 간이역마다 서는 꼴이 더 지루했다. 그래도 제천역에서 열차가 10분쯤 멈추면 플랫폼에 뛰어내려 후루룩 먹던 가락국수의 맛은 큰 즐거움이었다. 어린 마음에 기차 떠날까 봐 할머니 치마를 잡고 맘 졸이면서도 노오란 단무지 얹어 마시듯 먹던 한 끼.


후루룩~ 후루룩~
아내가 맛있게 끓여준 국수에서 문득 어릴 적 기억이 나는 건, 그리운 맛 때문일까, 그리운 사람 때문일까.



"여보, 오늘 저녁 너무 좋다. 나는 내가 면을 이렇게나 좋아하는지 몰랐어. 열 그릇도 먹겠는걸!"


그때나 지금이나 행복한 건 매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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