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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Han Jan 25. 2024

우리가 애정하는 미모사

Mar. 29, 2020

칵테일은 남국에 더 잘 어울리는 음료일까?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술임이 분명한데, 유독 마이애미에서는 어느 식당에 가든 주류 메뉴에 칵테일이 한가득하고, 테이블마다 각양각색의 잔이 놓여있다. 환경이 이렇다 보니 수준도 높다. 웬만한 칵테일은 이곳에서 마셔본 게 제일 맛있다. 종류가 다양해서 가끔 새로운 음료를 시도하지만, 대개 나는 모히토를 주문하고 아내는 마티니를 마신다.

집에서도, 맥주나 와인을 자주 마시기는 하지만, 종종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애주가인 이웃 친구가 간단한 기구들을 마련해, 우리 부부가 놀러 갈 때마다 맛깔난 칵테일 한 잔을 제조해 주는데, 그 정도 수준은 아니어도 간단한 술은 우리도 한 번 만들어 마셔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우리 주방에는 티토스 보드카가 있기도 했고, 봄베이 사파이어가 머물기도 했다.

한때 우리 부부는 '미모사'에 꽂혔었다. 미모사. 한국에서는 접해보지 못한 술인데, 마이애미에서는 아직 밝을 때 바닷가 근처 바나 식당에 가면 종종 주문해 마셨다. 색깔이 예뻤다. 모든 칵테일이 아름다운 색으로 눈을 사로잡지만, 미모사는 꽃 이름에서 따왔을 정도로 화사한 노란빛을 띠고 있다. 베이스가 스파클링 와인이라 청량감이 좋아서 한낮의 바닷가에서 더 생각이 난 모양이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날씬하고 입구가 좁은 잔에 스파클링와인을 따르고 그 위에 적당량의 오렌지주스를 더하면 끝! 샴페인으로 만들어 마시기는 아까워서 15달러 내외의 맛 좋은 스파클링와인을 사서 종종 만들어 마셨다. 혼합비율은 기호에 맞게! 스파클링 와인의 종류에 따라 오렌지주스의 종류에 따라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 간단한데 맛있고 고급스럽기까지 해서 결혼식 같은 축제에서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 부부가 원래 스파클링와인을 즐겨 마시기도 했지만, 한동안 우리 집 냉장고에 스파클링 와인이 끊이지 않은 이유는 미모사 하나였다. 토요일이니까 혹은 일요일이니까 브런치 느낌으로 한 잔! 열심히 일을 하고 있으니까, 노동주로 한 잔! 오늘은 퇴근길에 스파클링 와인 한 병 사 가야겠다. 여행 갔다 돌아오는 아내에게 미모사 한 잔 만들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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