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이 가득한 서점, 마닐라 풀리북트(Fully Booked)
저는 20년 넘게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종종 서점에 영감을 받으러 갑니다.
책을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대 구경’을 하기 위해서요.
책의 제목과 목차는 가장 압축적으로
사회와 문화의 흐름을 담아냅니다.
그 안에서 책들과 ‘노는’ 사람들의 풍경은
언제나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 됩니다.
지금은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입니다.
책이 따분하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우리 탓만은 아닐지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가진 특별함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서점이라는 공간에서요.
오늘 소개할 공간은 필리핀 마닐라의 서점,
풀리북트(Fully Booked)입니다.
이곳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텍스트를 넘어 상상의 세계로 이끄는
‘영감’을 전시하는 공간입니다.
풀리북트(Fully Booked)는 발견과 연결의 공간’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2003년 필리핀에서 시작해 현재 44여 개의 지점(2025년 기준)까지 확장되었습니다. 수천 권의 책은 물론, 문구·아트 소품·독립 출판물까지 아우르는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 서점입니다. 방문자들에게 선택의 폭이 넓고 분위기가 좋은 걸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식 과잉 시대에 대한 조용한 경고.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건
천장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고래 한 마리.
너무 많은 정보가 우리를 삼킨다고요.
이 고래는 책의 낱장을 하나하나 접어 만든
<Too Much Paper Will Kill You
(너무 많은 정보는 우리를 죽일거야.)> 작품입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잠시 멈춰 생각하게 됩니다.
읽히지 않은 책도, 이야기가 된다면
서점 1층에서 3층까지 이어지는
7.3m의 거대한 책 조형물.
멀리서 보면 커다란 인물 초상화로 보이지만,
자세히보면 3000권의 버려진 책으로
쌓아 만든 조형물입니다.
읽히지 않은 책도 공간을 채우고,
이야기를 남기며, 하나의 ‘경험’이 됩니다.
책을 읽었는가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책이 내게 어떤 관점을 주었는가라는 점입니다.
Experience is not what happens to you;
it's what you do with what happens to you.
— Aldous Huxley
의미 있는 경험은
단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보다
그 일에 어떻게 반응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디자이너, 기획자, 마케터는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들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그 ‘경험’을 만들어내는
장치와 반응에 더 주목하게 될 것입니다.
디자이너는
디테일 속에서 사용자 경험을 상상하고,
기획자는
흐름과 구조 속에서 맥락을 발견하며,
마케터는
감정의 순간을 연결해 메시지를 만듭니다.
책을 읽었는가보다,
어떤 관점이 생겨났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경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일이 ‘있었다’거나, 어디에 ‘갔다’는 사실보다,
그 순간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였는지가
경험의 진짜 출발점이 됩니다.
✍ 임지선
경험디자인 산책과 함께
다음 여정도 함께 걸어요.
함께 걷고 싶다면, 팔로우하고 댓글로 이야기 나눠주세요.
- 인스타그램 @xd_walks
- 서비스경험디자인 에이전시 비저블엑스 @visible.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