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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라 와인 Nov 30. 2017

서로 다른 맛으로 조화롭게

contrast but balanced

파스타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우리가 편하게 잘 알고 잘 먹는 스파게티가 있고, 국수류와 국수류가 아닌 토르텔리니, 라자냐, 라비올리, 리가토니 까지 용도와 모양에 따라 다양하다. 파스타는 특졍 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도우 자체를 의미한다. 그래서 파스타는 많은 종류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 한국의 만두처럼 속 안에 필링을 넣어서 빚는 파스타가 라비올리이다. 

라비올리는 속재료를 어떤 것을 넣느냐에 따라서 그 성격과 소스의 종류가 결정되고, 라비올리의 필링 자체가 주인공이 되기 때문에, 보통 소스는 단순하게 조리하게 된다. 



contrast but balanced 
라비올리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속을 무엇으로 채우느냐 이다. 
어떤 재료가 서로 다른 맛을 내면서도 발란스를 맞출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시금치 + 리코타 치즈 

가장 잘 맞는 조합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조합은 시금치와 리코타 치즈의 조합이다. 

마트를 가든, 시장을 가든, 음식점에서 라비올리 메뉴를 보든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 보이는 라비올리는 리코타와 시금치 조합이다. 

리코타 치즈의 부드러운 맛과 시금치의 향이 분명히 대조적이면서도 서로 보완적으로 어울리는 맛을 갖는다 



단호박 + 리코타 치즈 

단맛이 나는 호박과 부드러운 치즈맛의 조화이다. 

리코타 치즈의 신선한 우유 맛과 호박의 단 맛이 조화로우면서 부드럽게 입에 감긴다. 


그리고 같은 재료라도 대조적인 맛을 만들어서 peak를 줄 수 있고 아니면, 비슷한 재료로 맛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 


고르곤졸라 치즈 + 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리코타 치즈 

세 가지 치즈의 조합으로 치즈의 맛이 풍부하게 느껴지면서 신선하다. 고르곤졸라 치즈의 강한 맛을 리코다 치즈가 보완하면서 부드럽게 감싸주고 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 치즈가 마지막에 peak를 준다. 

고르곤졸라 치즈 + 배 

고르곤졸라 치즈의 풍부한 맛이 전체적으로 감쌀 즈음에 배의 단 맛과 아삭한 식감이 부드러운 고르곤졸라 맛을 잡아주면서 단맛의  peak를 준다.  



다른 맛을 가지고 있는 식재료를 어떻게 요리하여 어떤 맛을 만들지를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것은 재료의 맛을 알고 서로 다른 두 맛을 섞어서 조화롭게 만드는, 맛에 대한 상상을 표현하는 일이다. 



동생과 나는 5살 차이가 난다. 

우리는 같은 부모를 가지고 있고, 같은 집에 살고 있지만 아주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동생은 신중하고 조심성 있고 앞날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계획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잘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동생은 돌다리를 백번 두드리는 사람이다. 

나는 조심성이 없다. 즉흥적이고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한다. 가능하다면 극단으로 상황을 몰고 가는 걸 좋아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돌다리를 두드리기는커녕 점프 점프해서 뛰어가는 사람이다. 


동생이 이탈리아에 놀러 왔다. 

어차피 내가 이탈리아에 있기 때문에 그 일정에 합류하였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씻지도 않고 카페에서 서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어슬렁어슬렁 피렌체를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면, 동생은 계획적으로 인터넷으로 두오모도 다 예약하고 입장권 위에 날짜를 선명하게 써놓는 사람이다. 

내가 예약한 것이라고는 200년 된 음식점의 비스테카뿐이었다. 


"너 오늘은 어디 갈 거야?" 

"나 오늘은 바티칸 가는 날이야. 그리고 관광도 할 거야. 언니는?"

"나는 오늘 미용실 가려고." 


동생이 와있는 동안에 나는 로마로 이사했고, 머리를 잘랐다. 그리고 동생은 바티칸도 가고, 베네치아 광장도 가고, 나보나 광장도 갔다. 


"헐, 우리 내일 남부 가는 날이야?"

"어 맞아, 그래서 우리 내일 아침 6시 30분 기차야."

"어??? 아침 6시 반? 우와........ 장난 아니다 그럼 4시에 일어나야 하나?" 


하루가 길다는 것을 동생과 여행하면서 알았다. 

우리는 1박 2일 동안 아말피, 포지타노, 소렌토, 나폴리를 갔다. 동생이 아니었다면 남부를 가는 일은 상상도 못 하였을 것이다. 동생은 구글맵으로 길도 잘 찾아가고 버스도 몇 번을 타야 하는지 척척 다 알고 있었다. 나는 동생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내가 계획한 것은 나폴리의 100년 된 피자집뿐이었다. 



택시에서 나는 경치를 구경하며 택시 기사와 잡담을 하는 사이, 동생은 지도를 보며 이 남부의 기사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언니는 집에는 히터를 켜고 왜 창문 열고 반팔 입고 있어?"

"공기가 살에 닿는 느낌이 좋아서. 그리고 환기시키는 거야, 괜찮아." 

"그러니까 감기 걸리지."

"괜찮아, 다 나을 거야, 좀 있으면." 


우리가 순탄하고 쉬운 자매 사이였냐 라고 한다면 그렇지 않다 라고 말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이다. 

엄마는 나에게 '장녀'라는 굴레를 주지 않았고 ( 엄마는 '네가 언니니까.....'라는 말을 내가 기억하는 한에서는 잘 하지 않았다. 엄마가 그런 문장으로 대화를 시작하면 나는 '왜 언니가 항상 참아야 해? 이해가 안돼.'라는 말로 받아쳤다. 나는 아직도 누구든지 '언니니까' 혹은 '장녀로서'라는 말로 문장을 시작하면 미간을 찌푸린다. ) 나 역시 동생이라고 과하게 챙기고 어린이 취급하지 않았다. 그건 너의 일이고 이건 나의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장에서는 좀 더 엄마처럼 챙겨주는 언니를 원했을지도 모른다. 


다섯 살이라는 나이 차이는 생각보다 큰 것이었다. 

우리는 같은 학교를 다닌 기간이 짧고, 같은 교육과정도 아니었다. 엄마는 한 명이었고, 동생과 나는 서로 다른 세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동생이 초등학생일 때, 나는 연애에 미쳐 있었고, 덕분에 엄마까지 나의 연애에 신경을 썼다. 엄마에게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렇다, 엄마에게 나는 모든지 다 처음인 일이었다. 그리고 동생은 엄마에게 모든 것에 있어 두 번째였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쉽게 넘어가는 일들이 많았지만, 반대로 긴장감은 떨어졌다. 그것이 동생에게는 상처였을 것이다. 


다섯 살이라는 나이 차이는 생각보다 큰 것이었다. 

항상 내 것이었던 엄마품은 갑자기 동생이 생기면서 동생의 것이 되어 버렸고, 엄마는 내가 아끼던 이불을 동생에게 주었다. 응석을 부려도 소용없는 '언니'가 되어 버렸다. 엄마는 내가 칸초가 먹고 싶다고 하면 안 꺼내 줬지만, 동생이 칸초가 먹고 싶다고 하면 꺼내 줬다. 그래서 나는 동생을 시켜서 과자를 먹고 싶다고 말하라고 했다. 아주 어린 시절, 미용실 놀이를 하다가 동생 머리를 잘라버렸다. 엄마가 알지 못하도록 안쪽 머리를 싹둑 잘랐다. 그냥 너의 머리를 잘라버리고 싶었던 것 같다. 너무 어린 동생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인형만 가지고 놀았다. 굳이 말하자면 어린 나이의 박탈감 표현은 너의 까맣고 약한 머리를 싹둑 잘라 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자리가 부담스러웠어. 하지만 언니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고 싶어. 그래서 나도 같이 참석할게." 


내가 이탈리아를 오기 전에 친구들과 함께 먹는 저녁 식사 자리의 초대에 대한 동생의 대답이었다. 

동생의 말은 내 다음 세대 전체에게 지지를 받는 것 같았다. 

이것은 엄마 아빠가 나를 지지하는 것과는 또 다른, 나의 시간을 지나보지 않은 나와는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아, 너네 웃는 모습이 정말 닮았네."


우리가 웃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자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취향과 성격 면에서 굉장히 대조적인 부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같은 웃음과 같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지애, 너는 어떤 라비올리가 좋아?"

"음...... 나는 고르곤졸라와 배가 들어간 것이 좋아요. 재미있는 느낌이에요. 고르곤졸라가 압도적일 즈음에 배가 나타나서 치즈를 잡아주잖아요. 맛에 리듬이 있어요. 난 그런 게 좋아요." 


모든 관계가 순탄하게 간다면 얼마나 편할까, 

나와 그녀가 언니와 동생의 관계로 나는 너를 챙겨주고, 잔소리하고 너는 나의 수고와 헌신을 고마워하는 그런 관계로써, 항상 가족의 일을 고민하고 전화통화로 안부를 주고받는 그런 드라마에 나올 것 같은 관계라면 우리는 어떨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고, 너 역시 지금의 네가 아닐 것이다. 


라비올리에 있어서 가장 대조적인 맛을 가지고 있는 식재료를 가장 조화롭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대조적인 리듬을 가지고 있는 라비올리일수록 맛에 대한 표현이 풍부해진다. 그녀와 나 역시 다르다, 우리의 시간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그 시간은 서로의 경계를 넘어서 훨씬 풍부해진다. 


그녀가 이번 여행에서 여행자의 경계를 넘어 즐거운 시간을 가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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