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 일이 될 수 있을까?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by 알로라 와인
회사이름을 앞세워 뒤에 숨어있던 나의 이름을 꺼내볼 수 있을까?
취향이 일이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나의 수입사를 창업하고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개인 수입사를 꿈꾸는 분들의 많은 문의를 받았습니다. 나는 사실 제일 먼저 "이 일을 하지 말라"라고 조언합니다. 와인 수입사를 하지 말라고, 나 역시 세 번을 말립니다. 그래도 하고 싶다고 하면, 그때서야 진심으로 응원하며 가이드합니다.

좋아하는 것이 많았지만 그중 하나가 와인이었습니다.

오랫동안 회사를 다녔지만, 외국계 회사와 국내 대기업 계열사에서 일하면서 문득 회사의 이름을 앞세워 일하고 있다는 생각에 권태를 느꼈습니다. 그렇게 퇴사를 준비했고,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 것은 그저 '나만의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첫걸음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와인이 평생의 직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떠난 이탈리아 여행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에는 진짜 내가 이렇게 까지 이 일을 할지는 상상도 못 했어요. 나는 이탈리아라는 나라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에, 처음 들어간 볼로냐에서는 아는 것도 없고 이탈리아 말을 전혀 못 해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볼로냐는 도시 전체를 30분 안에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작았고, 많은 가게가 밤이 되면 문을 닫아 혼자 여행하는 나에게는 조금 심심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도시인 로마는 달랐습니다. 밤에도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늦게까지 문을 여는 가게들 덕분에 도시 전체가 활기를 띠고 있었습니다. 내가 머물던 에어비앤비 바로 앞에는 작은 와인바가 있었는데, 테이블은 없고 의자와 벤치만 놓여있었죠. 와인 종류도 많지 않았지만 모두가 글라스를 들고 편하게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무척 친근했습니다. 관광객이 많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곳에는 퇴근 후 한 잔 하는 직장인들, 회사 동료와 함께 온 사람들, 심지어 강아지를 산책시키다 들른 사람들까지, 일상을 사는 로마 시민들의 모습이 가득했습니다. 나는 가식 없고 꾸밈없이, 그저 일상에서 와인을 즐기는 모습에 깊이 매료되었습니다.



그렇게 로마의 역동적인 분위기에 젖어, 나는 귀에 익은 이름인 끼안띠 클라시코를 골라 마셨습니다.

그때까지 나는 이탈리아의 지역이나 토착 품종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기에, 여러 와인바를 다니며 "끼안띠 클라시코 와인이 있냐"라고 묻고 다니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끼안띠와 끼안띠 클라시코는 뭐가 다른가요?"

그 질문은 와인에 대한 나의 시야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와인바 주인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끼안띠 클라시코가 검은색 수탉의 상징이 있어야 하고, 토스카나의 끼안띠 지역 중에서도 엄격하게 지정된 7개의 지역에서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와인 이름이 아니라, 그 와인 한 병에 담긴 특별한 역사와 지역의 규칙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전까지는 까베르네 소비뇽, 쉬라처럼 국제적으로 유명한 품종만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탈리아의 여러 종류 와인을 마시면서, 이탈리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국제적 품종이 아니라, 지역성을 갖고 있는 토착품종을 갖고 있고, 그 부분이 이탈리아 와인의 특성을 보여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와인 한 병에는 그 지역의 기후와 토양, 햇살과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와인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 그 맛을 빚어낸 발효 과정까지, 모든 것이 섬세하게 담겨 있습니다.

나는 그동안 서울에서 하라는 대로 또박또박 사는 사람이었어요.

누구나 겪었던 수험생 시절을 거치고 대학을 가고,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취업을 하면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다음에는 더 큰 회사 이름과 더 많은 연봉을 위해서 달려왔습니다. 그런 나에게 이탈리아는 따뜻한 위안을 주었습니다.

나는 그것에 매료되었고, 결국 마지막 회사를 그만두고 와인을 수입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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