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달 검사와 분만 방법 고민, 자연분만이냐 제왕절개냐
35주, 갑자기 생긴 임신성 소양증, 저녁만 되면 찾아오는 가진통. 밤이 길다.
36주, 막달 검사, 머리가 큰 써니, 엄마는 자연분만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하고, 대한민국의 월드컵을 한 경기 더 볼 수 있게 되었다. 상대는 브라질. 경기 시작 시간이 우리 시각으로 새벽 4시라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요즘 내가 워낙 잠이 없으니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기로 마음먹고 일찍 자보자! 했는데, 역시나 나는 잠에 들지 못했다. 결국 거실로 다시 나와 TV 앞에 앉았고, 일본과 크로아티아의 경기를 틀었다. 일본과 크로아티아는 연장전에 승부차기까지 접전을 벌였고, 결국 크로아티아가 승부차기에서 승리했다. 경기가 늦게 끝나서, 이제 곧 우리나라의 경기가 시작하는데 나는 그제서야 졸리기 시작했다.
4시가 다 되어서 남편을 깨워주고 나는 결국 침대에서 기절해버렸다. 역시 밤을 꼴딱 새 버리는 건 무리였어...
결국 나는 한국-브라질의 16강 경기는 보지 못하고 잠들어버렸다. 결과는 다수가 예상한 대로 우리나라의 패배였지만 백승호의 멋진 골과 국가대표팀의 투혼은 가슴이 웅장 해지는...! 경험을 다시 하게 해 주었다.
그렇게 늦은 밤 잠에 들었고, 아침에 눈을 떠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내가 본 첫눈이다! 그전에 첫눈 소식은 있었으나 나는 눈 내리는 걸 본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제 드디어 겨울이 오는구나. 나는 겨울이 좋다.
오늘은 36주 외래진료가 있는 날이다. 막달 검사가 예정되어 있고, 내진도 할 예정이다. 날이 꽤 추워서 남편과 나는 오후 병원 예약시간 전 추어탕으로 뜨끈하게 몸을 데우기로 했다. 오랜만에 먹는 추어탕은 나의 잃어버린 식욕을 찾아주었다. 평소 먹던 양보다 많이 먹었는데도 완뚝에는 실패, 결국 남편은 본인의 뚝배기와 내 뚝배기까지 완뚝. 나 때문에 살이 점점 찌는 것 같다...
병원에 도착해 예진을 하고, 후기 들어 매주 하는 것처럼 단백뇨 검출을 위한 소변검사를 했다. 다행히 혈압도 정상. 추어탕을 두둑이 먹어서인지 체중도 2주 전보다 1kg 정도 증가되었다.
2주 만에 뵙는 주치의 선생님, 오늘도 아기가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는지 초음파로 아기의 이곳저곳을 확인했다. 한 가지 반갑지 않은 소식은 아기의 머리가 계속 주수보다 크다는 건데, 이번에 잰 수치로는 3~4주가량 머리가 컸다. 몸통은 주수보다 작은데, 우리 써니 얼마나 똑똑하려고 머리가 큰 거니..
나의 골반 상태를 내진으로 평가하고, 자연분만 가능 여부를 확인해보겠다고 하셨다. 다행히 나의 골반은 나쁘진 않은데, 이 추세로 머리가 계속 주수보다 크다면 40주까지 기다리기 어려울 수 있으니 38주쯤 다시 내진하여 분만방법을 결정하자고 했다. 자궁 경부가 분만이 임박한 상태라고 판단되면 유도분만을 해보고, 전혀 낌새가 없다면 수술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남편은 머리가 정말 많이 큰지 다시 한번 되물었고, "평균보단 큰 편이에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수술 쪽으로 마음이 많이 기울기 시작했다. 회복이 빠르고 흉터가 없고, 유착이 없는 자연분만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아기 머리는 큰데, 자연분만을 고집해서 내 몸 상해가며 출산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나에겐 2주의 시간이 있는 것 같으니 더 고민을 해보기로 했다.
진료가 끝나고 막달 검사를 위해 채혈을 하고, X-ray를 찍었다. 흉부 X선을 찍을 땐 아기 밑으로는 차폐를 했다. 그리고 심전도 검사도 했다. 소양증을 호소해서 저용량의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받았고(임신성 소양증은 지난주 임신일기를 참고), 약국에 가서 약을 받았는데 약사님은 '아주 얇게! 하루에 2번만 발라요!'라고 강조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여기저기 폭풍 검색을 하기 시작했고, 대체적인 의견은 머리 크기는 유전, 몸통은 엄마의 식습관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으며, 엄마가 살이 찌는 것과는 대체적으로 무관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클 아이는 어차피 크고, 아기의 성장 속도가 아기마다 다르니 분만일에 이르러 자기 주수에 맞춰지기도 한다고. 그냥 써니의 속도를 받아들이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았다.
맘카페를 보면 '열달후에'라는 어플을 써서 아기의 각 성장 지표를 상위 몇%로 비교한 데이터를 올려 아기가 어떤가요? 물어보는 글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나는 끝까지 이 어플을 깔지 않으려고 한다. 성장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분명 의사 선생님께서 알려주실 거고, 태어나기 전부터 다른 아가들보다 다리는 길고, 몸통은 날씬하고 머리도 작고,, 이렇게 부모의 기준에 맞춰 아기를 비교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 아기는 누가 뭐래도 세상에 하나뿐인 제일 소중한 존재다. 물론 너의 머리 크기는 엄마의 안전한 분만을 위해 계속 고민의 대상이 되겠지만, 너의 머리가 대두든 소두든 다리가 짧든 길든 엄마 아빠는 써니가 최고야!
어제는 오랜만에 회사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곧 있으면 우리 부서는 근무지를 이동하게 되어, 자취방을 비우게 되는 겸 마지막으로 집에 초대해 직접 요리한 근사한 저녁식사를 대접받았다. 너무 맛있어서 나는 과식을 해버렸고, 까스활명수도, 소화제도 못 먹는 나는 아침부터 극심한 소화불량에 시달리게 되었다.
위 불편감과 누워있으면 자꾸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역류해 침대에 앉았다 누웠다를 반복했다. 그런데 잠은 못 자서 피곤하니 자꾸 눕게 되고, 으... 오랜만에 느껴보는 임신 초기 체덧의 느낌이다. 구토를 하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아 끝까지 참았는데, 그러는 바람에 오전 내내 배를 부여잡고 고생해야만 했다. 다시는 과식하지 않겠습니다.. (ㅠㅠ)
오늘은 엄마가 집에 오기로 한 날이다. 오늘은 특별히 무얼 같이 하려는 건 아니고, 혼자 집에 있어서 심심할 것 같은 딸을 그냥 엄마가 보고 싶어서 오시는 날! 그런데 마침 속도 안 좋고 해서 점심을 나가서 죽을 먹기로 했다. 집 근처에 본죽에 가서 죽을 먹고, 엄마와 동네 산책을 하고 나니 속이 조금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엄마는 우리 집에 올 때마다 더러움 레이더를 켜는 것 같다. 후기 임신부라고 해도 나름 집을 깔끔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특히 엄마가 오는 날엔 더 치워놓으려 하는데 우리 엄마는 치울 걸 어디서 찾아서 무언가 하고 있다. 친정엄마는 못 말려...
오늘은 팀 송년회가 있어서 나도 초대를 받았다. 휴직할 때 팀장님과 팀원 분들께, '송년회 할 때 꼭 불러주세요!'라고 단단히 말해두었던 터라, 날짜가 정해지니 나에게 참석 가능한지 연락이 왔다. 약 한 달만에 회사 분들을 만나는 것이기도 하고,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다. 현재 근무지에서의 마지막 근무일이라, 다들 한 짐을 지고 오셨는데, 내 몸상태를 물어봐주는 고마운 팀원들과 맛있는 음식으로 과식하지 않겠다는 나의 다짐은 어디로 가고(...) 또 열심히 먹었다. 단백질이니까 써니한테도 괜찮을 거야!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이번 해도 이렇게 저물어간다. 써니를 기다리고, 써니와 함께 동행한 1년으로 기억에 남을 2022년, 며칠 안 남은 한 해도 잘 마무리하시기를! 나에게 있어 최고의 마무리는 건강하게 태어난 써니와 건강하게 출산하고 회복하고 있는 써니 엄마의 행복한 만남일 것이다. 모두 2022년 한 해도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