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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s Oct 16. 2023

산후 9개월, 후회되는 것들

'숫자'에 집착했던 것, 다른 아기들과 비교했던 것

<산후 6개월, 후회되는 것들> 앞선 글을 마무리한 후, 몇 가지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지만 육아는 녹록지 않고 내 체력은 부족했다. 생각해 두었던 주제들을 언제쯤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고민만 하던 차에, 산후 9개월이 한참 지난 이제서야 다시 지난 이야기들을 풀어본다.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서 모유수유에는 대차게 실패하고 집으로 아기를 데리고 돌아와 나는 완분 수유를 시작했다. 많은 신생아 엄마아빠들이 사용한다는 '베이비타임' 어플을 사용해 우리 부부도 아기의 수유와 기저귀, 잠에 대해서 기록하기 시작했다. 어플은 너무나 똑똑하게도 수유량과 수유텀을 아주 정확히 알려주었고, 아기가 언제 쌌는지, 언제 자고 일어났는지, 그리고 '보통 다른 아기들은 어떤지'까지도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여기서 나의 후회되는 점 몇 가지가 시작되었던 것 같다.


1. '숫자'에 집착했던 것

내가 말하는 숫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수유량, 수유텀, 낮잠과 밤잠 시간, 평균 수면 시간, 이유식 양 등등... 

아기를 키우면서 맞닥뜨리는 정말 많은 숫자들...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나는 육아에 대해 빠삭하게 공부하고 아기를 맞닥뜨린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분유수유를 하면서 이 월령의 아기는 도대체 어떻게 먹여야 하는지 아는 게 없었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산후조리원을 나오면서 들은 이야기뿐.


"대~충 한 번에 80cc 정도 먹고요, 한 2~3시간 간격? 하루에 총 7~800cc 정도 먹네요~ 많이 먹을 땐 한 번에 100cc 먹은 적도 있네요~"


이거 뭐 어떡하라는 거야...


내가 참고했던 육아책이나 육아유튜브에서는 대체로 이렇게 말했다.

"아기가 배고파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충분히 수유하세요. 운다고 매번 수유하지 마세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쭉 함께 있지 못해서인지, 아기가 배고파하는지, 그냥 우는 건지,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 도대체 왜 우는 거야??!!


그렇게 나는 수유량과 수유텀을 정확하게 지키지는 않았지만 '대~충 이 시간쯤 지나면 배고픈 거겠지', '이제 한 백일 되었으니 대~충 요정도 먹으면 되겠지' 식으로 수유했었다. 수유량과 수유텀에 집착해 고통받는 엄마들을 온라인상에서 많이 보아왔기에,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했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 '숫자'에 집착하고 있었다.

남편이나 친정엄마가 너무 빨리 분유를 먹인 것 같으면 괜히 짜증이 났고, 낮잠을 하루에 3번 자지 않으면 그날 하루는 망한 것처럼 느껴졌다. 아기가 밤에 잘 때, 월령에 맞게 통잠을 자주고 있음에도 왜 우리 아기는 자꾸 깨지? 걱정하기도 했다. 당연히 아기니 자주 깨는 날도 있고, 자꾸 울어 엄마 아빠를 피곤하게 하는 날도 있는 건데, 나는 왜 내가 정해둔 '숫자'에 맞지 않느냐고 한탄했던 것 같다.


아기는 로봇이 아니다. 내 컨디션이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는 것처럼 아기도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다. 좀 더 잘 키워보고 싶은 마음에 그랬던 거라고, 나 자신을 토닥이며, 이제는 아기가 덜 먹어도, 덜 자도 그런 날도 있는 거야~ 하고 넉넉한 마음을 가져본다.

이게 그 베이비타임 어플이다. 기록 안 한지 오래되었고, 마지막 기록들 마저도 남편이 남긴 것이다. 물론 편리하고 유용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너무 의존하지는 않기를..


2. 다른 아기들과 비교했던 것

'베이비타임' 어플에 있는 기능 중에, 다른 아기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육아일기를 볼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나는 거기에 공개일기를 써 본 적은 없는데, 한동안 꽤나 자주 들어가서 같은 날에 태어난 다른 아기들의 하루하루를 읽어보곤 했다. 오늘도 잠을 못 자 피곤한 엄마들, 아기가 왜 이러는지 몰라 같이 울면서 하루를 보냈다는 엄마들... 


같이 기쁨과 애환을 나누는 것으로 족하면 좋은데, 온라인 공간은 꼭 자랑하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는 사람이 있나 보다. 물론 내 자식이 제일 귀하지만, 50일부터 통잠을 잤다던가, 백일인데 뒤집는다거나, 수면교육이 너~무 잘돼서 울 애기는 엄마 숙면하게 하는 효자라던가...

오늘 나는 아기를 재우는 데 2시간이 걸렸는데...


처음 아기를 갖겠다고 남편과 결심하면서부터 했던 약속이, '우리 아이는 남들과 비교하지 않겠다'였다. 남편과 나 둘 다 너무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커왔고, 막상 돌아보니 '다 부질없더라'에 이르렀기 때문에, 유년기는 최대한 경쟁 없이, 선행 학습 없이, 남들에게 비교당하지 않고 크길 바랐다. 


그러나, 웬걸? 아기 때부터 비교를 하고 있네?

내 아기는 특별하다. 대체 불가능한 One & Only. 정상범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먹는 양이 어떻든, 잠을 얼마나 자든, 옹알이를 얼마나 하든 내 아기는 제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기는 이제 거의 10개월이 되어가는데, 이제야 기기 시작했다. 빠른 아기들은 6개월에도 기고, 네발기기가 좀 느리다면 낮은 포복으로라도 기어가는데, 우리 아기는 통 기어갈 생각을 안 했다. 문화센터에 가면 자기들끼리 기어가서 친구를 만져보기도 하고 엄마에게 기어 오기도 하는데 우리 아기는 매 달이 막내 같아 보였다(크기는 막내 아님...). 

'언젠간 하겠지~'라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있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근거 없는 온라인 육아정보 한 줄에 괜히 걱정이 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아기도 때가 되니 기기 시작했다. 심지어 아예 안 기는 아기도 있고, 네발기기를 아예 하지 않아도 정상이라고 하니, 애초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아기를 키우는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소중한데, 그런 걱정을 하면서 보낼 바에야 예쁜 아기 얼굴 한 번 더 보고 웃어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다시 한번 다짐한다. 절대 남들과 비교하지 말자. 우리 아기는 제 길을 간다.

저도 이제 길 줄 안다구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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