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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은 Jean May 10. 2024

인류의 자격인가, 오만인가

영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리뷰

Apes, Together, Strong(유인원들은 함께하면 강하다)

'유인원과 인류의 대립', 허무맹랑하지만 어쩌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이야기다. 지배종으로서의 인간의 자격을 논하며 집요한 질문을 던져온 '혹성탈출' 시리즈가 새로운 서사로 돌아왔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VFX 기술과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의 긴박감 넘치는 서사는 덤이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말 그대로 '새로운 시대'의 탄생 = 오랫동안 탄탄한 팬층을 유지해온 '혹성탈출' 시리즈가 제목처럼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웨스 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번 작품은 시저의 죽음 이후 수 세대가 지난 뒤 인간(에코)의 지능은 퇴화되고 지성을 갖춘 유인원들이 더 큰 문명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미래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자유로운 유인원 그룹인 독수리 부족의 유인원 노아를 중심으로 광활한 자연 속 번성하는 유인원 문명을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다.


하지만 평화로운 시대가 지속되는 것도 잠시, 결속 의식을 앞둔 노아는 독수리 알을 구하러 간 숲에서 에코(인간)의 흔적을 발견한다. 이후 노아의 부족과 달리 인간을 적대시하고 도구로 이용하는 프록시무스 산하 문명의 유인원들은 문제의 에코를 찾기 위해 노아의 마을로 들이닥치고 결국 폭력 사태 속에서 노아는 아버지까지 잃게 되며 복수를 다짐한다. 마을 사람들이 끌려간 프록시무스의 왕국으로 가던 도중 노아는 문제의 에코를 만나게 되고 여정을 함께 하며 유인원과 인류 사이의 대립에 대해 고민한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VFX가 '전부' 다했다 = '혹성탈출' 시리즈의 주인공을 비롯해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유인원이기에 VFX(시각특수효과)의 힘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매 시리즈마다 진화된 VFX 기술을 선보인 '혹성탈출'은 이번 편에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유인원들의 몸짓 모션 캡처 기술을 이용한 몸짓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감정 연기까지 더해져 기쁨, 슬픔 등 단순한 감정의 카테고리를 넘어 벅참, 경이로움, 애절함, 간절함 등의 세부화된 감정까지 스크린을 통해 빼곡하게 전달한다.


자연 배경 또한 경이롭다. 노아의 문명이 설립한 마을의 전경, 프록시무스의 거대한 왕국, 맹금류들의 생김새 등 모든 배경에서 VFX라고 여기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화면이 실제처럼 구현된다. 웨스 볼 감독은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물에 젖은 유인원을 본다면 모두 VFX로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유인원의 몸에 묻은 물 한 방울까지도 현실과 구분할 수 없게끔 만들어졌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인류의 자격인가, 오만인가 = '혹성탈출'은 유인원과 인류의 대립을 그리며 지배종으로서의 인류의 위치가 가지는 아이러니에 대해 집요한 질문을 던져온 시리즈다. 지구의 먹이사슬에 있어 가상 최상위층을 차지하고 있는 인간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지닌 양면성을 지적하는 서사는 이번 작품에서도 계속된다.


전편들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2014), '혹성탈출: 종의 전쟁'(2017)에 이어 이번 작품도 문명을 회복하려는 인간과 그를 막으려는 유인원의 대립을 다룬다.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간의 오만으로 인해 탄생해버린 바이러스가 인류를 멸망시키고 실험 대상이었던 유인원이 지배종이 된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들의 싸움을 바라보며 인간으로서 더욱 인간만을 응원할 수는 없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전작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평행선을 달리는 두 집단의 만남은 언제나 평화와는 먼 거리에서 벌어진다. 전작들에서 유인원이 유인원을 배신하고 인간이 인간을 배신하듯, 이번 작품에도 등장하는 여러 군상들이 지닌 복합적인 관계들 또한 많은 질문을 던진다. 여전히 유인원이 가진 것들이 '인간의 것'이며 지금이 '인간의 시대'라고 주장하는 인간, 새로운 세대에 태어나 오히려 똑똑한 인간을 보는 일이 흔치 않게 됐고 자신의 문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유인원들. 엔딩까지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미래가 과연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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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서울경제스타 페이지에 발행된 글입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2D93XDV2Q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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