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볼버' 리뷰
전도연이 다시금 '무뢰한'의 바싹 마른 감성을 품고 돌아왔다. 비리를 모두 품고 교도소에 들어갔다가 모든 것을 잃고 나온 형사 수영으로 분해 스크린을 독기로 가득 메운다. 하지만 전도연을 필두로 우정 출연이 빚어낸 '이정재영'(이정재+정재영) 조합까지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리볼버'의 총구는 휘청이다 결국 강렬한 한 방을 내놓지는 못한다.
◇전직 경찰 전도연, 복수를 향해 당긴 한 발 = '리볼버'는 경찰 시절 비리를 같이 저지른 이들의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수영(전도연)이 출소 후 약속을 어기고 돈을 지급하지 않은 이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수영의 출소가 담긴 오프닝 시퀀스부터 전도연만이 뿜어낼 수 있는 아우라가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마른 낯빛의 수영은 덤덤하게 출소 증명서를 떼고 바깥세상으로 향한다. 하지만 정적으로 흘러가던 초반부도 잠시, 수영에게 각자의 목적으로 무언가를 원하는 이들이 점차 찾아오며 서사는 급물살을 탄다.
◇'무뢰한' 감성 담긴 영상미+술 땡기는 연출 = 관객들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 것은 단연 '무뢰한'을 탄생시킨 오승욱 감독의 영상미다. '무뢰한'에서 인생의 방향을 잃고 휘청이던 사람들의 모습을 제대로 그려낸 것처럼 이번에도 오승욱 감독은 자신을 잃어버린 수영의 모습, 그리고 각자의 전쟁 속에 지쳐 삶을 쓰레기처럼 살아가는 인물들을 고독한 스크린 안에 담아냈다.
더불어 신기하게도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순간이 위스키와 소주 광고 같다. 마치 수영이 지나온 고독과 고통의 나날들을 상징하듯 쉴 틈 없이 등장하는 음주 신은 지겹다기보다는 관객들로 하여금 오히려 술이 당기게 만들 만큼 감칠맛 난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순간에도 무심하게 소금을 친 생선 구이에 소주 한 잔을 들이켜고 싶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정재영' 출연에도 서사 소구력은 '글쎄' = '리볼버'는 주연을 맡아 훌륭한 연기를 펼친 전도연, 임지연, 지창욱 이외에도 이정재와 정재영(일명 '이정재영 조합'), 전혜진도 작품의 중심 사건에 관련된 핵심 인물로 등장하며 연기 차력쇼를 펼치는 작품이다. 이정재는 수영의 전 연인이자 함께 비리에 엮인 경찰로, 정재영은 당시 같은 경찰팀에 있던 선배로 수영의 복수를 돕는 인물로, 전혜진은 수영의 약속을 어긴 앤디(지창욱)와 미스터리한 관계에 놓인 최종 보스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배우들만의 연기력에 너무 기댔던 것일까. '리볼버'에 담긴 서사의 내용물은 요동치다 못해 혼재된다. 주요 인물 대부분의 전사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고 이해관계의 연결고리가 약한 탓에 배우들이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력마저 퇴색된다. 서사에 큰 깊이를 줘야 하는 인물임에도 그저 퀘스트의 NPC처럼 얕게 등장하는 인물도 당황감만 안긴다.
가장 아쉬운 것은 수영과 윤선(임지연)의 근본 없는 워맨스다. 두 배우의 만남에 기대를 했건만, 전사 자체가 상식을 떠나 영상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관계일뿐더러 두 인물의 워맨스 빌드 업도 빈약하기 그지없다. 끈끈한 연대를 보여주는 더 큰 굵은 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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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서울경제스타 페이지에 발행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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