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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연 Feb 14. 2023

나의 상담일지 (1)

나를 수용하기


오늘부터 다시 상담을 시작했다.


겨울이 오면 항상 우울증세가 심해진다. 이번엔 정도가 심한 것 같아서 다시 상담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 사람을 감정쓰레기통으로 만드는 것일까 봐, 이야기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그리고 전문적으로 내 상태를 진단하고 조언을 얻고 싶었다.



첫날이라 오늘의 내용은 가볍게 시작했다.

설문조사를 하고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어떤 신체반응이 있는지 체크했다.

거의 우울, 무기력, 자책, 충동적 행동 등 대부분에 체크를 한 것 같다. 이런 감정 때문에 신체에서도 반응이 나타난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쓰리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더니 정말인가 보다.



어떤 것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왔는가 물어보셨는데, 그 질문을 들었을 때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싫었다.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것이 괴로웠던 것일까.

그렇지만 조금씩 말하기 시작하니 내 입에서 그때의 상황들이 술술 나왔다.



저는 이런 것으로 이제 그만 힘들고 싶은데, 저는 왜 이럴까요?




회사에서 8-9시간 있는데 영향을 안 받을 수 없죠!




24시간 중 8시간이면 잠자는 시간 빼고는 대부분의 시간이니, 이곳에서 의미도 못 찾고 인정도 못 받으면 얼마나 속상하겠는가, 이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나는 회사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 내가 싫었는데 당연하다 는 말을 들으니 위로가 되었다)



요즘은 일과 나를 분리해야 한다고 하고 워라밸 이런 말들이 많이 나온다. 억지로 분리시키려 한 것은 이런 영향 때문일까. 혹은 과거의 경험 때문일까.


회사의 일이 나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사실이다.)

억지로 분리시키는 것이 적어도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다.

나에게 일은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런 나를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상담을 받은 큰 이유는 회사에서 그 자리에서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고 무기력해서 이다.

그 이후로 나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나는 열심히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왜 이러는 걸까? 내가 이상한 사람 같았다. 내가 고장 난 게 분명했다.



상담사분이 그때로 돌아가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봤다. 나는 돌아간다면 그 자리에서 울지 않고 내 생각을 또박또박 말하고 싶다. 때로는 눈물보다 말의 힘이 강하다.




내가 말도 못 하고 눈물부터 나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자리 잡아온 나의 습관 때문인 것 같다.

이런 상황이 있을 때 나는 그저 참는다.

말을 제대로 못 한다.

억울하다. 그리고 눈물이 난다.

자책한다.



부모님은 나에게 ’ 너는 감정적이야‘ ’ 넌 참아야 해 ‘ ’ 넌 그러면 안돼 ‘ ’ 말대꾸하지 마 ‘ 이런 이야기를 항상 했다.

지금도 여전하다. 나는 아빠에게 내 생각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 아니할 수 없다.

저런 이야기를 평생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기혐오가 생긴다.


왜 자꾸 나한테 예민하다고 하고 네가 참아야 한다고 하는지. 나는 그렇게 평생을 참고 엉뚱한 데서 터뜨린다.

나는 나를 믿지 못한다. 내 선택에 자신이 없다.

나의 자신 없음을 웃음으로 채운다.


앞으로는 그래서 억울하지 않게, 눈물 흘리지 않고 잘 앞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을 연습하기로 했다. 한번 현성된 이 습관은 고치기가 어렵다.

이유를 알고 고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나에게는 신념이 많다.

-변화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

-사람들은 나를 잘 모르고 나에 대해 낮은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


나는 많은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해서 힘들었다

> 회사에서 말한 그 부분을 고치려면 나의 변화가 필요하다

> 변화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 그런데 나는 인내심이 없어서 안 되겠지

> 좌절하고 우울하다.

결국 이런 흐름으로 나의 무기력이 생긴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이번주 미션은 수용이었다.

나를 받아들이는 것.

내가 느낀 감정을 알아채는 것.

근데 이건 어떻게 하는 걸까? 여전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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