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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연 Jan 05. 2022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

나는 본디 우울한 사람이다. 원래 타고난  우울했던 건지 주변 환경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어릴 때의 사진을 보면 밝게 웃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웃지 고 있더라. (얼굴에 그림자 가득)


몇 년 전의 일이다. 우울증이었은지 단순히 우울한 감정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바닥에 있었다.

당시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썼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과정은 너무 힘들었다.


우울하지 않기 위해 쌓여있는 감정을 주기적으로 풀어주는 게 필요했다. 내 감정의 찌꺼기를 스스로 처리해야 했다.

살아오면서 여러 방법을 찾았다.

나만의 방법을 만들기로 했다.


산책을 했고 여행을 가고 일기를 썼다.

걷고 감정을 쓰는 행동이 나를 지켜주었다.



그런데 최근 다시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바닥으로 내려가는 그 느낌은 견디기 힘들다.


원인을 알 수 없어서 더 힘들었다.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고 짜증 내는 나를 발견했다. 주변을 가위로 다 오려버리는 상상을 했다.


"아 설마 또 인가"


스스로 알고 있었다. 빨간불이 들어오기 전 주황 불이 켜졌다.


혼자 있고 싶었지만 혼자 있으면 더 바닥으로 내려갈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내가 괜찮아질지 잊어버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알 수 없었다.

회복하는 방법들이 흐릿한 상태로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스스로 뭔가 할 힘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없으면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가라앉고 있는 나를 주변에 알려야 했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말하지 않으면 내가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몇 년 전의 그 상태를 또 겪는 것이 두려웠다. 그 상황이 되기 전에 회복해야 했다.


내가 아주 많이 힘들다고, 나를 좀 건져내 달라고 말했다. 없는 힘을 짜내어 손을 뻗었다.


다행히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한 발짝 내딛을 수 있었다.

용기를 내었다.


오늘은 산책을 가보려 한다.

오늘은 전시를 보려 한다.

오늘은 일기를 다시 써보려 한다.


그렇게 다시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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