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연 Dec 09. 2021

나는 어디에 속한 걸까

서울에서 살아가는 10년 차 지방인의 생각

한강을 걸으며 건물의 반짝이는 불빛을 볼 때면 묘한 감정이 든다.

나는 어디에 속한 것일까? 이제 나를 대구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서울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사투리는 여전히 쓰고 있는데, 지금 서울에 살고 있는 나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서울에 있을 때는 어딜 가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다. 특히 주말에 어디를 가려고 하면 큰마음을 먹고 가야 한다.  Sns 맛집은 주말에는 갈 엄두도 못 내고, 유행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겨우 갈 수 있다. 또 유명한 전시의 경우에도 티켓팅이 엄청나다. 작품은 별로 못 보고 사람 구경만 잔뜩 하고 온 적도 있다. 서울에서 뭔가를 하려면 평일이 그나마 편하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열심히 살고 또 바쁘게 움직인다. 서울의 지하철을 타면 바로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환승을 하기 위해, 또 출근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뛰어다닌다. 그들의 열정이 느껴진다. 그 속에 있는 나도 바쁘게,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만히 있으면 뒤쳐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열심히 살다가 갑자기 지치는 순간이 온다. ‘대구로 가고 싶다’라는 생각은 바로 그때 든다.


그렇다고 대구에 내려가면 편할까? 그건 또 아니다.

대구로 내려가면 서울에 있을 때와는 달리 답답한 마음이 든다. 가고 싶었던 대구인데 왜 그런 걸까? 이 감정을 설명하는 것이 참 어렵다.

나와 같은 상황인 친구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하는 걸 보면 분명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서울의 탁 트인 풍경을 보다가 동대구역에서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면 그때부터 숨 막히는 감정이 든다. 지하철이 서울에 비해 좁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또 대구 집에 있을 때면 나는 축축 쳐지게 된다. 그리고 머리가 늘 아프다. 열심히 사는 나라는 사람은 사람은 대구에 없다. 대구에 있는 나는 내가 아닌 기분이 든다.


이런 기분을 가지고 다시 서울로 올라갈 때면 또 이상하게 집에 있는 부모님 생각이 난다. 앞으로 부모님과 볼 날이 많지 않겠지. 내가 아무리 자주 간다고 해도 일 년에 몇 번 못 볼 텐데’

그렇게 복잡한 마음으로 서울역에 내리면 머리가 상쾌해지는 기분이 듦과 동시에 혼자 이곳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내 모습이 불쌍해 보인다.


이쯤 되면 내가 이상한 사람 같다. 서울에 있으면 대구로 가고 싶고, 대구에 있으면 서울에 가고 싶다. 어느 노랫말의 가사처럼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다. 대체 나의 집은 어디인 걸까.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시간을 대하는 태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