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우나 둔하고, 강력하나 숨이 차다.
감독 : 김지운
개봉일 : 2018.07.25 개봉 (138분, 15세 관람가)
출연 : 강동원(임중경), 한효주(이윤희), 정우성(장진태), 김무열(한상우), 한예리(구미경), 김철진(최민호)
줄거리
2029년, 근미래를 설정으로 대한민국은 통일이 가까워졌고, '통일'이라는 사건을 둘러싸고 이익관계를 공유하는 다양한 국가들과 국내의 집단들이 각자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혼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반정부 무장테러 단체인 섹트는 통일을 반대하는 세력으로 정부의 골칫거리이다. 정부는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통일 5개년 대책을 발표하고 이를 위해 '특기대'를 구성한다.
'특기대'의 활약과 더불어 발생하는 과잉 진압 문제로 말이 많은 가운데, 특기대의 해체를 위해 국가정보 단체인 '공안부'가 작전을 짠다. 이 과정에서 특기대의 핵심 멤버인 임중경이 앞서 말한 과잉 진압의 피해자 가족인 이윤희를 만나 병기로 길러지며 잊었던 인간성에 대한 회복을 꾀하며 사랑에 빠진다.
배경
만화가 원작인 이 영화는 꽤 그럴듯한 자세로 영화의 거창한 전사를 비장하게 소개한다. 근데 막상 까놓고 보면, 왜 저런 복잡한 전사가 필요했기 의문이다. 앞서 말한 전사는 대부분 대형 액션신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수단이지 전반적인 내용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 왜냐면 캐릭터의 감정 변화에 저러한 비장한 전사에 대한 고민이 없기 때문이다. 줄거리 소개만 복잡하게 할 뿐.
액션
액션 영화이니만큼 액션씬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상식적으로 중요한 장면은 포스터에 나오는 슈트를 입고 싸우는 액션 신일 것이다. 최악이다. 작중에서는 꽤 반전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아닌 인랑의 등장, 우렁찬 발걸음 소리와 거친 숨소리에 빨간 눈. 말고는 없다. 수려한 액션이 아니라 슈트로 인해 방어력과 공격력이 높아진 것뿐이다. 상대는 무기라 봤자 총 아니면 바주카포다. 인랑의 슈트를 뚫을 수 없다. 인랑은 멋진 슈트를 가졌고 강하지만 둔하고 무거워 보이기 때문에 어떤 액션도 멋있지 않다. 그저 사람만 죽어나가는데 어떤 죽음에 대한 애도도 없다. 그냥 여고생, 여중생의 죽음만 죄책감이 된다. 여고생들의 경우는 무장조차하지 않은 상태였으나 빨간망토를 입은 소녀는 폭탄을 품고 있는 상태였는데도 상관없이이들을 편리하게 약자로 규정한 것처럼 보인다.
한효주와 이윤희
다각도로 굽어진 거울에 비쳐 스크린에 여러 명의 이윤희가 퍼지며 다시 하나의 이윤희로 등장할 때 그녀는 단지 죽은 소녀의 언니가 아닌 다양한 속내를 가진 여자처럼 보인다. 이윤희가 등장하는 첫 장 면부터 한효주는 예쁘다. 죽은 동생의 유품을 받으러 왔으나 미소가 밝고 차향을 즐긴다. 그니까 실제로 유가족이었어도 말이 안 되고 스파이라고 해도 어이가 없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해어화>로 얻은 기대가 실망으로 변해버렸다. 이윤희는 영화의 배경만큼이나 사연이 많은 캐릭터다. 가족을 잃었던 사연, 섹트에 들어가게 된 사연, 그리고 섹트라는 조직에서 맡았던 일들, 자신의 보살핌이 필요한 동생, 돈, 이런 사정을 알고 그녀를 이용하려는 조직들, 수 차례 겪은 배신, 저지른 살인, 짊어진 죄 등... 사연이 많아 매력적이라고 할 수도 복잡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윤희를 연기한 한효주는 아주 단순히 겁에 질리고 사랑에 빠진 여자로만 연기한다. <해어화>에서 정소율의 상처로 차갑게 가라앉은 눈에 대의가 담겼을 때는 단순히 화가 난 사람으로 보인다. 대신 잃은 사랑이 담겼을 때가 더 감정적인 것이 말이다. 때문에 이 역할을 담기에 한효주의 얼굴이 너무 작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효주가 말해주는 빨간 망토 이야기는 영화 속 두 캐릭터를 은유하는 설화라기보다 직유 한다. 그녀의 빨간 코트 하며, 한효주가 임중경의 앞에서 대사를 읊을 때는 진짜 최악이다.
인랑
인랑이 왜 존재하는 지를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영화는 여러 조직들의 존재 이유와 이해관계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 것 자체가 여름 블록버스터로 신나는 액션을 즐기러 온 관객들에게 악수를 두는 것이다. 왜냐면, 설명이 길고 지루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시원한 액션에 초점을 두었다면 구구절절 이렇게 해야만 하는 사연들을 더 간단히 잘라 냈어야 한다. 물론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라면 더 세련된 방법을 찾았어야 한다. 전투 장면이 너무도 폭력적이라고 느낀 것은 액션이 화려한 것이 아니라 죽는 방법을 다양하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공안부 직원들은 무슨 와칸다 외벽을 뚫으려는 외계동물처럼 죽으러 뛰어들고, 인랑은 굳이 쿵쾅거리며 GPS를 달고 죽여준다.
사랑, 사랑, 사랑
중경과 윤희는 사랑타령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만나 더 애절할 것이 아니라 짜증이 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속이기 위해 만난 스파이다. 그러니 집을 초대해도 되고 키스를 해도 되고 더한 것도 해도 된다. 사랑 빼고. 영화 속 상황이 그렇다. 두 사람은 각자의 대의가 있다. 임중경의 경우도 여러 트라우마도 있고 지난 사건을 트라우마로 남기면서도 몸담고 있는 조직에 대한 뜻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윤희를 만나는 날 그는 임무도 가지고 있었다. 이윤희는 앞서 말한 대로 너무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만에 하나 사랑이 생겼다고 해도 가장 먼저 포기해야 할 감정이 사랑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함께 도망가자느니 헛소리를 해대며 구원을 바라는 소녀로 남고자 한다. 이는 임중경도 마찬가지다. 원작은 어떤 지 모르지만 임중경은 이윤희를 차라리 쏘는 게 나을 뻔했다.
차라리 두 사람이 서로를 속이는 중 은연중에 드러난 서로 본연의 모습을 연민의 감정으로 사랑한다면 뭐 그럴 수 있으려나 하겠지만, 작중에 나타난 걸로 보아 얼굴에 반한 것 말곤 설명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