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밤을 걷다' 리뷰
페르소나의 4 작품을 모두 보았지만 가장 마음에 남는 작품이 '밤을 걷다'였기에 리뷰를 남긴다.
일단 영화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내 취향이었다. 고요하고 정적이고 가만히, 빤히 보게 되는 느낌이 말이다.
그리고 4편의 영화 중 가장 아이유의 얼굴이 많이 나온 영화이지 않았나 싶다. 하얗지도 빨갛지도 어떤 역할을 나타내는 옷을 입지 않다. 평범한 옷에 수수한 얼굴과 길게 붙이지도 한참을 스타일링을 하지도 않은 머리에 말간 표정을 한 아이유가 있다.
그리고 인사동이나 북촌을 떠오르게 하는 돌담길. 거리마저 수수해서 평온한 느낌이 감도는 영화였다.
흑백영화이기 때문에 볼거리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흑백이기에 아득한 듯 아련한 느낌이 더 좋게 다가오기도 했고 두 배우의 감정을 색이 방해하지 않고 오롯이 담겨있기도 했다.
남자의 꿈속에서 만난 죽은 연인인 아이유는 그의 앞에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문득 이곳이 꿈이라는 것을 내 연인이 자살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남자는 오래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리고 아득해지는 꿈결을 잡아두려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연인이 자신을 두고 떠난 이유를 되물을 때의 또렷해지는 의식이 모두 빛으로 표현해 낸다. 극의 강약이라 해야 할지 감정의 강약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강한 음악이나 색 없이 영상 자체가 표현하는 스토리 흐름이 좋았다.
특히 기억 속의 가게 앞의 풍경과 사람들이 멈춰진 채 존재하고 그들의 기억으로 차려진 테이블에 나란히 있는 장면이 좋았다. 남자는 자신이 평생 연인의 죽음에 대해 자책하게 되거라 말한다. 그의 말에 마음이 먹먹했다. 죽은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의 고통에 조금 더 마음이 기울었다. 그런 그에게 네 잘못은 아니라고 너 외의 사람들 때문이라고 말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아이유의 움직이지 않는 입 때문이었다. 이곳이 남자의 꿈 속이기에 정말 아이유가 자살한 이유인지 아님 평생 자책을 할 자신을 위한 말일지도 모른다.
김종관 감독님은 아이유의 어느 얼굴을 보고 이런 영화를 썼을까 하는 의문. 인기와 그에 동반된 사랑에 휩싸여 있는 외로움을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정처 없이 흐르는 모든 것들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흘러갈지 누구의 기억에 남을 것인지 아님 어느 기억 속에도 남지 못하고 지난 시간으로만 기억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