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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금태 Apr 06. 2021

잠도 오지 않는 밤에(2)

어느 날, 걷기_카미노 데 산티아고

보통은 새벽 6시 30분 정도에 나와 걷기 시작한다. 하루에 6시간 정도 많으면 7시간 정도. 25km~30km 정도 걸으면 오늘 묵을 숙소가 있는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하루 중 1/4의 시간을 길 위를 걷는다는 건 굉장한 인내를 필요로 한 일이다. 그래도 발 전체로 자갈길, 산길, 흙길의 다양한 감촉을 느끼는 것은 꽤 기분이 좋다. 무거운 배낭에 땅만 보고 걷다가 가끔 고개를 들어 바라본 푸른 하늘과 흰 구름 또한 이 지루한 걷기에 위안이 되어 준다.

홀로 걷는 이 길에 음악이라도 들으면 좋을 텐데, 불행히 로밍도 별도의 유심도 구입하지 않았다. 오롯이 길 위에 있는 시간에는 한국 소식과 음악과도 단절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래서일까. 목적지 숙소에 도착하면 오전 내내 참았던 갈증을 풀기 위해 오스피탈레로(순례길 자원 봉사자)에게 와이파이 비번을 물어보는 것이 제일 처음 하는 일이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한국에 있는 사람들의 sns 얘기도 훔쳐보고 듣고 싶던 음악도 실컷 듣는다. 요 며칠간은 스페인에 왔으니 스페인 아티스트 음악을 들어야지 라는 마음에 스페인 재즈 피아니스트 테테 몬톨리우의 음악을 찾아 듣고 있다.

테테 몬톨리우는 스페인 카탈로냐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다. 그는 시각 장애와 한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 청각 장애 속에서도 꼿꼿하게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친 멋진 사람이다. 난 개인적으로 아티스트와 뮤지션은 구분해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는 정말 훌륭한 아티스트라 불릴만하다.


오늘은 그의 힘 있는 터치가 일품인 'besame mucho'를 계속해서 반복해 들었다. '나에게 키스를 퍼부어 주세요' 이 얼마나 태양의 나라 스페인에 어울리는 열정적이고 낭만적인 제목인가.

음악을 듣고 있으니 내일 하루도 다시 씩씩한 걸음을 내딛을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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