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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김서령 Jan 03. 2022

[우주는 일곱 살] ep.99_엄마의 요리 솜씨



우주 친구가 집에 놀러왔다. 지난번 왔을 때 내가 해준 불고기를 먹고는 “아줌마 요리는 진짜 별로다....” 그래서 내가 끄으응, 주눅이 들었더랬다. 저녁으로 뭘 할까 고민하다가 닭고기를 단짠단짠 조려 내놓았더니 우주 친구가 "와, 아줌마 요리 진짜 맛있어요!" 외쳤다.

      

나: 정말? 저번에 지연이가 아줌마 요리 별로라고 해서 걱정했었는데. 

지연: 제가요?

우주: 지연이가 그랬어?

나: 그랬잖아. 

지연: 저 안 그랬는데요? 아줌마 요리 맨날 맛있었는데요?

우주: 지연이 안 그랬는데?

나: 그래? 아줌마가 잘못 들었나 봐. 미안.     


친구가 가고 나서 소파에 앉아있던 우주가 말했다.     


우주: 엄마.

나: 응?

우주: 지연이가 엄마 요리 맛없다고 안 그랬을 거야.

나: 분명히 그랬는데.

우주: 지연이가 그런 말을 했으면 내가 지금까지 지연이랑 친구를 했을 리가 없어.      


감동의 파도가 몰려왔고 나는 으아아아앙, 소리를 지르며 우주에게 달겨들었다. 진짜야? 진짜? 우주, 지연이를 그렇게 좋아하면서 지연이가 엄마 요리 별로라고 하면 안 만날 거야? 친구 안 할 거야? 정말이야? 우주가 엄마를 그렇게 사랑하고 있었던 거야? 진짜야? 껴안고 깨물고 줄줄 빨고 야단법석을 떠니까 우주가 꽥꽥거리며 나를 밀쳤다.      


"아, 진짜! 절루 좀 가! 엄마는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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