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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레바퀴 Sep 18. 2020

꿈,
그렇게 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첫 번째 강의 - 꿈

 일본 시인인 요시노 히로시가 쓴 시「생명은」의 일부를 먼저 소개할까 합니다.



생명은,

자기 자신만으로 완결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 같다.     

꽃도

암꽃술과 수술로 되어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벌레나 바람이 찾아와 

암꽃술과 수술을 연결해준다.     

생명은

제 안에 결핍을 지니고

그것을 다른 이에게서 채워 받는다.

 <후략>


                                                                                                                        요시노 히로시(吉野弘) (1929~)

                                                                                          1971년 『感傷旅行』으로 요미우리문학상을 받음


 예전에, 물리학자인 장회익 명예교수가 한 방송에 출연하여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개별 생명체를 품고 있는 자연 그 자체를 커다란 하나의 생명체로 여기며 가꾸어가자는 ‘온생명주의’를 강조했죠. 그가 참 좋아한다는 위 시를 감상해 보면, ‘세상 모든 것들 중 저 혼자 이루어진 것은 없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꽃만 해도 벌레가 가루를 옮기고, 바람이 씨앗을 날리지 않으면 생겨나지 못하니까요. 

 굳이 다른 생명에 빗대지 않아도 우린 집이든, 학교든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지독한 외로움을 친구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기는 참 힘듭니다. 그저 ‘미운 정도 정이려니…….’하면서 어우렁더우렁 사는 거지요. 그렇지만 지구상에 생명체가 모두 죽어버리고 나 혼자 덩그러니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희망 섞인 계획보다는, 섬뜩한 공포가 먼저 떠오를 겁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있을 때도 까닭 없는 공포와 절망이 슬며시 다가오는데, 이 세상에 혼자라면 그야말로 끔찍할 따름이지요. 

 엄마가 거의 세상의 전부였던 어린 시절, 저는 잠이 들려다 문득 엄마가 언젠가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가정을 떠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순간 무서워져 주무시는 엄마의 앙가슴으로 깊숙이 얼굴을 파묻고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다음의 ‘내’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꿈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웬 사람들이야기냐고요? 당연하지요. 세상에 사람들이 없다면, 넓게 보아 다른 생명체들이 없다면 꿈을 꿀 필요가 없으니까요. 꿈은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갈 때 정하는 나만의 처세 방법입니다. ‘다른 이들 속에 어울려 살면서, 그 속의 나를 어떻게 세워 가느냐?’하는 문제가 바로 ‘꿈’입니다.


꿈과 직업


 이 강의의 제목인 ‘꿈, 그렇게 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은 교사이면서 시인인 김영춘 선생님이 풀어내신 말입니다. 언젠가 담임을 맡은 학생에게 “넌 꿈이 뭐니?”하고 물었더니, 그 학생이 “의사요.”라고 답했답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물었는데, 학생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관해 답한 거지요. 

 ‘꿈’은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내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그 분야의 고민을 안고 살아갈 때 즐겁고 설레는지 떠올리는 일입니다. 하지만 ‘직업’은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필요한 단계이자,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득을 안겨주는 유용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이순신 장군의 꿈은 군인이 아닌 것이죠. 그건 직업이라 불러야 합니다. 직업은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삶 전체를 톺아보았을 때 네다섯 번 이상 직업이 바뀐다고 합니다.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또 개인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평생 직업’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기존 직장에서 나름의 성취를 이룬 후 또다시 다른 분야로 변신을 꾀할 줄 알아야 도태되지 않는다는 처세술이 더욱 힘을 얻는 세상입니다.

 그렇다면 이순신 장군의 꿈은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요? 꿈은 평생에 걸쳐 한 가지만 정해도 충분합니다. 살면서 크나큰 충격이나 깨달음 등 전환의 계기가 닥쳤을 때 바뀌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한 가지 꿈을 다듬어가며 살아갑니다. 어쩌면 이순신 장군은 ‘국가를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것’, 또는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조선의 무인이 되는 것’을 꿈으로 삼았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군인’이라는 직업을 택했고, ‘삼도수군통제사’라든지, ‘전라좌수사’ 등의 직위에 올랐겠지요. 

 지금까지 단순히 ‘직업’만을 생각해왔다면, 여러분도 직업을 정하기 전에 세상을 어떤 자세로 살고 싶은지 ‘꿈’을 고민하면서, 거기에 걸맞은 직업을 골라보세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어떤 아이스크림을 먹을지 고민하듯, 설레는 마음으로 말이죠.


꿈을 세우기 위해서는 자기혁명이 필요하다


 간혹 우리는 ‘나의 삶을 되돌아본다면?’,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은?’과 같은 질문을 받습니다. 어떤 대답이 좋을까요? 재빨리 지금까지 살아온 십몇 년을 떠올리면서 생각을 정리해야 할까요? 실은 질문 자체가 오류입니다. 여기에 대답하려면 충분히 산 후, 즉 죽기 직전이라야 할 겁니다. 아직 더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거나, 이후에 더욱 소중한 순간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답을 찾을 수 없으니까요. 자기가 세운 꿈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삶 전체의 평가란 있을 수 없습니다. 죽는 그날 아침까지도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는 스티브 잡스(1955~2011)를 보면, 그가 삶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스스로 삶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순간, 꿈은 사라집니다.

 그렇다면, 꿈은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요? 한창 스스로를 들여다보기 바쁜 십 대에, 세상을 바로 보고 내가 원하는 꿈을 정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꿈은커녕 전공 분야조차 정하기 힘들지요. 선생님과 부모님은 대화를 나눌 때마다 진로에 대해 물으십니다. 딱히 잘하는 것도 없을 뿐더러, 특기도 취미도 분명치 않아 대답을 얼버무리기 일쑵니다. 분명하게 목표를 정하고 공부하는 친구가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고민만 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한 내가 한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꿈을 형성하는 내 삶의 자세는 고민한다고 한 번에 드러나지 않습니다. 직업 또한 수없이 바뀔 수 있습니다. 오히려 고민의 시간이 길수록 마음가짐이 견고해지고, 준비를 탄탄히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그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修人事 待天命)’는 삼국지의 옛말처럼, 고민 후의 결과보다 고민의 과정이 여러분을 단련시키는 법입니다. 언제 하늘이 내게 해답을 줄지는 모르지요. 그러나 끊임없이 기존의 생활 습관과 사고방식에 의문을 가지면서 새로운 발전을 추구한다면, 고민이 충분히 무르익었을 때쯤 ‘혁명’의 순간이 오리라 확신합니다.

 철학자 토마스 쿤(T.S.Kuhn 1922~1996)은 1962년에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발전이 늘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우리가 정해놓은 기존의 관념 안에서 많은 시도를 함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어쩌면 기존의 관념, 즉 시스템 자체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를 쿤은 ‘패러다임(paradigm)’이라 이름 짓습니다. 일종의 고정관념인 셈입니다. 과학은 수없이 많은 실험을 통해 점진적으로 나아가기보다, 기존 패러다임을 깨뜨리는 혁명적인 사고의 전환으로 발전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꿈을 세우는 데 쿤의 주장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사고의 혁명이 꿈을 고민하는 여러분의 머릿속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스스로 쳐놓은 한계의 울타리를 걷어버리고 ‘어떻게 살면 행복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세요. 수없이 많이 쳐놓은 고민의 가지 어느 한 곳에서 ‘번쩍’하며 혁명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렇게 한계를 극복하며 삶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꿈은 평생을 통해 영글어갑니다. 조급해할 필요 없습니다. 댐의 수문이 열리기 무섭게 물이 쏟아져 내리듯, 꿈을 향한 질주는 목표를 세운 그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꿈을 이루는 밑거름, 용기


 내가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서면, 그때부터는 용기의 싸움입니다. 능력의 싸움이 아니라 용기의 싸움입니다. ‘용기’는 내 안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기운을 말합니다. 내 한계를 깨는 데는 용기만한 게 없습니다. 한때 대안학교로 유명세를 떨치고, 명문고로 부상한 ‘거창고등학교’에는 독특한 직업선택 10계명이 있다고 합니다. 


<거창고등학교 직업선택 10계명>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라.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사회적 존경 같은 건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부모, 아내가 결사반대하는 곳이라면 틀림없다.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위 내용을 보면, 하나같이 마음을 단단히 먹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들 뿐입니다. 결국, 나를 시험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오히려 더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삶의 방향을 찾았다면, 이를 위해 스스럼없이 몸과 마음을 던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요즘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또는 대학)을 그만두고, 꿈이 이끄는 대로 살아간 두 사람을 살펴보겠습니다.


톤즈(Tonj) 마을의 아버지, 이태석(1962~2010) 신부


 이태석 신부도 처음부터 그곳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며 살고 싶다는 꿈을 세우진 않았을 것입니다. 계속되는 내전(內戰)으로 위험할뿐더러, 위생적이지 못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지요. 누군가를 도우면서 살고 싶다는, 다소 막연했던 그의 꿈은 의사 신분으로 남수단 톤즈 마을에 의료봉사를 다녀오면서 명확해집니다.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즐거운 일을 발견한 것입니다. 10남매를 홀로 키우면서도 아들의 성공을 바라며 꿋꿋하게 살아오신 어머니의 충격은 매우 컸습니다. 그러나 이태석 신부의 강한 의지에 밀려, 사랑하는 아들을 먼 나라로 떠나보내게 되지요. 

 그곳의 병자들을 위해 병원을 세우고, 밤을 새워가며 의료봉사를 합니다. 배우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세우고 가르칩니다. 한센병자들을 위해 따로 마을을 만들어 주고, 주기적으로 돌보며 지냅니다. 학생들과 브라스밴드를 만들어 삶의 가치와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한국에 들어와 발로 뛰던 중에, 자신이 대장암 말기 환자임을 알게 됩니다. 

 이태석 신부는 크게 낙심하였습니다. 톤즈 아이들에게 어서 돌아가서 치료도 해주고, 공부도, 노래도 가르쳐 주고 싶은데 암 투병으로 그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암을 극복하고 다시 그곳에 가겠다며 치료에 매진하였지만, 결국 48세로 신의 부름을 받게 됩니다. 신부님의 진심이 전해진 그곳 톤즈 마을은 한바탕 울음이 가실 줄을 몰랐습니다. 눈물을 보이는 것을 수치로 여긴다는 그곳 풍습에도 아랑곳없이, 사람들의 눈에는 자꾸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는 수단의 어려운 이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는 꿈을 평생에 걸쳐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스스로 선택한 즐거운 길이었고,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음에도 충분히 후회 없는 삶이었습니다. 이태석 신부를 조명한 다큐 영화 『울지 마, 톤즈(2010)』를 보면, 그분의 행복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신부가 아니어도, 의술로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데,

한국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데,

왜 아프리카까지 갔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내 삶에 영향을 준 아름다운 향기가 있다.

가장 보잘것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님 말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프리카에서 평생을 바친 슈바이처 박사,

어릴 때 집 근처 고아원에서 본,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헌신,

마지막으로 10남매를 위해 희생하신 어머님의 고귀한 삶,

이것이

내 마음을 움직인 아름다운 향기다.    


                                                                                                                               <이태석 신부님의 말씀 중>



수많은 청춘들의 멘토, CEO 마크 저커버그(1984~ )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역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과감한 도전을 즐기는 인물입니다. 그는 하버드 재학 시절에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수업에 빠져도 됩니다.’라는 현 마이크로소프트 기술고문 ‘빌 게이츠’의 강연을 듣고 난 후 미련 없이 대학을 그만두었답니다. 그 당시 마크 저커버그는 같은 대학에 다니는 여학생들의 사진을 올려놓고 인기투표를 하는 프로그램인 ‘페이스매시(facemash)’를 만들었는데, 그러다가 현실과 가상세계를 하나로 만들고 싶은 꿈을 갖게 되었고, 이것이 현재의 ‘페이스북(facebook)’으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제 30대 후반인 그가 2012년에 이미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과 최고 부자 1위에 오른 것을 보고, 마크 저커버그를 동경할 지도 모릅니다. 그는 현재도 수조 원을 들여 ‘인스타그램(instagram)’과 ‘오큘러스 VR(가상현실 업체)’ 등을 인수 합병한 이후, 가장 광범위한 SNS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마크 저커버그의 진정한 강점은 돈에 있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돈이 따라왔을 뿐입니다. 몰입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현실에 주저하지 않고 거침없이 도전한 용기는 정말 감탄할 만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즐거운 도전 밑바탕에는, 더욱 가치 있는 그만의 철학이 숨 쉬고 있습니다. 바로 내가 받은 도움만큼 세상에 돌려주며 살자는 것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우리는 지금까지 커 오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왔습니다. 언젠가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줄 수 있는 때가 되면, 다시 내가 속한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 또 다른 사람들을 웃음 지으며 살 수 있게 하리라는 것입니다. 마크 저커버그의 이러한 가치관을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부자나 권력자뿐만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사회와 터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부자든 아니든 상관없이 누구나 가져야 할 도덕성입니다. 다만, 그는 자신의 위치에 맞는 기여를 할 뿐입니다. 페이스북의 주식 99%를 기부하겠다는 선언이나, 2013년 이후 매년 10억 달러(1조원)씩 사회에 기부하고 CEO인 자신의 연봉은 단돈 1달러(약 1000원)만 받고 사는 그의 선행은 탐욕에 찌든 부자들을 부끄럽게 합니다. 요컨대 ‘거침없이, 즐겁게’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라는 것, 그리고 거기서 행복을 얻었다면 이를 다시 사회에 나누라는 것이 그의 메시지일 것입니다.     

 캐서린 라이언 하이디가 지은 ‘트레버(Trevor, 2008)’에도 이와 비슷한 가치관이 담겨 있습니다. 트레버는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해보라는 선생님의 숙제를 받아들고, 한 가지 실천을 기획합니다. 그것은 바로 하루하루 전혀 모르는 세 사람에게 선행을 베풀고, 그 셋에게 다시 선행의 규칙을 전하는 것입니다. 정말 사소해 보이는 이 선행의 시작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예상치 못한 거대한 변화로 나타납니다. 이 책은 감동적인 내용을 살려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반전 결말로 유명한 영화 『식스센스(sixth sence)』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할리 조에 오스먼드’가 트레버 역할을 맡아 열연하였습니다.

 여러분도 사회를 획기적으로 바꿀 아이디어 한 가지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요? 조그마한 우리들의 손으로 다른 이들의 꿈을 돕는 것도, 꽤 기분 좋은 일이랍니다.



  I mostly built stuff That I liked.

  (저는 보통 제가 좋아하는 것만 만듭니다.)     


"The question I ask myself like almost everyday is, 'Am I doing the most important  thing I could be doing?' .... Unless I feel  like I'm working on the most important  problem that I can help with, then I'm spending my time.“

(저는 거의 매일 자신에게 질문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일까?’ 제가 도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에 제 시간을 투자합니다.) 


                                                                                                                                   <Mark E. Zurkerberg>



현실을 딛고 이상을 바라보자.


 이태석 신부도, 마크 저커버그도 어느새 우리가 지닌 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저 멀리 가고 있는 큰 산이기만 합니다. ‘나는 언제나 저렇게 당당하게 꿈을 이룰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지레 소심해지기도 하겠지요. 뭐,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발 한발 가다보면 어느새 저만치 가 있을 테고, 또 쉬엄쉬엄 가다보면, 어느새 반환점을 돌고 있겠죠. 가지 않은 길은 멀어 보이고, 지나온 길은 쉬워 보이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꿈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현실을 토대로 꿈꿔야 한다는 점입니다. 방학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둥그런 시계를 그리고, 열심히 24시간을 나누어 계획했던 경험들 있나요? 내가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 판단해서 알맞게 계획하지 못하고, 의욕이 앞서 욕심껏 선을 긋다보니, 그만 며칠 가지도 못하고 포기해야 했던 쓰라린 경험 말이죠. 차근차근 하면 됩니다. 변치만 않으면 됩니다. 꾸준하면 됩니다. 여러분 하루 이틀 살고 죽을 사람들 아닙니다. 적어도 60년은 더 살 거라 생각하고, 천천히 이루시길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여러분이 딛고 있는 현실과, 꿈꾸는 이상이 가까워질 것입니다.

 여기, 꿈을 이루는 데 보탬이 되는 세 가지 가르침을 소개합니다. 하나는 델포이 신전에 기록된 신탁 ‘너 자신을 알라.(Know your-self)’로 설명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호라티우스의 시 구절 ‘카르페 디엠(Carpe Diem)’으로, 그리고 마지막은 노천명 시인의 시 구절로 대신할 수 있겠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즐겨 인용한 말로 더 유명한 ‘너 자신을 알라.’의 본래 뜻은 ‘너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입니다. 즉, 누구도 자신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말입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스스로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하였지요.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은 ‘겸손’입니다. 부족함을 알아야 무엇을 채워야 할지 알 수 있습니다. 또 꿈을 이루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는 점입니다. 이 강의의 처음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혼자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는 ‘카르페 디엠’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말은 보통 『죽은 시인의 사회』영화를 떠올리며 ‘현재를 즐기라.’는 뜻으로 해석하곤 하는데, 보다 깊이 의미를 되짚어 보면, ‘주어진 오늘에 충실하라.’가 바람직합니다. 묵묵히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지내라는 조언인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실을 바탕으로 한 이상의 모습을 이야기한 노천명의 시 〈별을 쳐다보며〉를 소개하며 첫 번째 강의를 마칩니다. 노천명 시인은 대표적인 친일파로 분류되지만, 작가 및 시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시 자체의 내용만 전하고자 합니다.     


별을 쳐다보며


나무가 항시 하늘로 향하듯이

발은 땅을 딛고도 우리

별을 쳐다보며 걸어갑시다.     


친구보다

좀 더 높은 자리에 있어본댔자

명예가 남보다 뛰어나 본댔자

또 미운 놈을 혼내주어 본다는 일

그까짓 것이 다- 무엇입니까     


술 한 잔만도 못한

대수롭잖은 일들입니다

발은 땅을 딛고도 우리

별을 쳐다보며 걸어갑시다


                                                                                               <노천명 「별을 쳐다보며」(1953)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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