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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희 Oct 22. 2021

나의 리틀 포레스트를 꿈꾸며

오랜만에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봤다.  좋아하는 영화라 벌써 네 다섯 번은 돌려보았지만 계속 봐도 질리지 않는다. 주인공이 고향에 내려가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국내에서도 리메이크 되어 개봉했다. 한국판은 일본판과는 다르게 요리보다는 주인공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위주로 풀어 간다. 시험, 연애, 취업….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주인공 혜원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오랜 친구인 재하, 은숙과 사계절을 보내면서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 나간다는 게 주된 스토리이다.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인생은 살고 싶지는 않아."


영화 속 유독 재하의 이 말이 나의 가슴에 와 닿았다.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삶. 우리는 가끔,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자주 내가 아닌 타인의 시선에 따라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다들 앞서가는데 나만 자꾸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조급한 마음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헷갈리게 한다.


처음 퇴사를 결정했을 때, 주변에서는 하나같이 좀 더 버티는 게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진급을 앞두고 있었기에 나의 퇴사 발언은 다른 사람에게는 꽤 의외였을지도. 하지만 이미 나는 오랜 기간 퇴사를 결심하고 있었다.


수능을 마치고 난 후, 처음으로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왔다. 어느 대학과 학과를 선택할 것인가.


어릴 때부터 나의 꿈은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마음은 문예 창작과를 가고 싶었지만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취업을 위한 과를 선택했다. 3년 동안 학교-알바-집을 왔다 갔다 하며 휴학 한 번 없이 졸업했고 그렇게 나는 휩쓸리듯 사회로 나왔다.


회사에 들어가서는 더더욱 나의 결정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줄었다. 매일 같은 시간 출근해서 복붙이라도 한 듯 반복되는 일을 하고 밥을 먹고 또 일하고. 퇴근 시간만 빼고 매일 같은 하루였다. 회사의 결정이 곧 나의 결정이고 나를 위한 시간보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런 모습을 점점 당연하게 여기는 나를 발견한 순간, 퇴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한 첫 선택이었다.



퇴사를 하고 나서는 cgv 미소지기, 투썸 키친 보조, 공차 매니저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했다.  처음으로 혼자 여행도 떠나고 나이와 직업을 떠나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경험과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이제는 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회사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더 이상 다른 사람에 의해 결정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렇게 나의 자발적 프리랜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물론 나의 선택이 모든 순간 만족스러웠던 건 아니다. 생활이 불안정할 때마다 ‘왜 내가 그만두었을까, 그냥 가만히 회사나 다닐 걸’ 하는 생각을 하루에 수십 번도 넘게 했다. '내가 혹시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날도 많았다. (그럴 때는 꼭 꿈에 전 직장 사람들이 나오더라)


‘나 잘살고 있는 걸까?’ 하는 불안감이 찾아올 때마다 그럼에도 내가 나를 놓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남이 아닌 스스로 한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다른 사람보다는 조금 늦더라도 내가 하고 싶다고 한 일은 하면서 살고 있었다. 배우고 싶은 게 생기면 배우고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 다시 돌아와서 현재 내 일상에 충실하는 삶. 남이 정의하는 모습이 아닌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나가는 선택.


오늘도 나는 내 방향대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렇게 자신의 선택을 지지하며 살아가길 응원한다. 자신만의 리틀 포레스트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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